다시 주목받는 ‘안원구의 입’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10.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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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국세청 국장측, ‘한상률 귀국’에 촉각 세우며 반격 준비…‘도곡동 땅’ 관련 뇌관 있나 주목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귀국설’을 예의 주시하는 또 한 축이 있다. 바로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측이다. 안 전 국장은 한 전 청장과 지독한 악연에 얽혀 있고, 그것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둘 사이의 악연은 한 전 청장이 2007년 11월 전군표 청장의 후임으로 국세청장 자리에 오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2008년 2월 정권 교체에 따라 한 전 청장은 자리를 보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그는 새 정부와의 인맥이 필요했고, 경북 출신으로 당시 대구지방국세청장에 있으면서 대구·경북 지역에 폭넓게 인맥을 쌓아온 안 전 국장을 찾았다. 결국 현 정권의 실세들을 업은 한 전 청장은 유임에 성공했다.

안 전 국장측 설명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유임에 성공하고 나서부터 안 전 국장을 견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둘 사이의 골은 지난 2008년 12월 한 전 청장이 불명예 퇴진하게 된 계기였던 그림 로비 사건이 터지면서 더욱 깊어졌다. 전군표 전 청장의 부인이 한상률 전 청장 부인으로부터 그림 5점을 받았다고 폭로한 것이다.

안 전 국장에 대한 국세청 감찰이 시작된 것도 그 즈음이다. 국세청 감찰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안 전 국장은 ‘그림 강매’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뉴스뱅크이미지

부인 홍혜경씨 “9월에 들어온다 들었다”

<시사저널>은 10월6일 서울 평창동에 있는 가인갤러리에서 안 전 국장의 부인 홍혜경 대표를 만났다. 홍대표는 그동안 구속되어 있는 남편을 대신해 안 전 국장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한 전 청장의 귀국설에 대해서는 홍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만큼 한 전 청장 쪽의 소식을 상당히 예민하게 체크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한 전 청장이) 9월에 들어온다고 들었다. 들어오려고 했는데 일단 ‘위’에서 막았다는 말도 들었다. 최근에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한 전 청장이 입국하는 즉시 잡아넣기 위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말이 있다. 한 전 청장 입장에서도 현 정부가 힘이 있을 때 들어오려고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 전 청장의 귀국은 안 전 국장측의 거취와 직결되어 있다. 홍대표 역시 한 전 청장의 귀국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안 전 국장의 입은 ‘뇌관’으로 불릴 정도로 이명박 정부와도 민감하게 맞물려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논란이다. 홍대표는 이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도곡동 땅 소유는 다들 알고 있는 것 아니냐. 물적 증거도 찾으려고 하면, 다 찾는다. 정치권에서도 가지고 있지 않겠나. 때를 보는 것 같은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국세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안 전 국장이 어떤 ‘물증’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추측만큼 파괴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안 전 국장은 과연 X파일을 갖고 있을까. 한 전 청장의 귀국이 주목되면서 덩달아 안 전 국장의 입을 눈여겨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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