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수준’을 말해봐
  • 신명철 | 인스포츠 편집위원 ()
  • 승인 2010.04.13 13: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FIFA 랭킹은 49위…원정 경기에서 선전해 상승 기대

▲ 한국의 축구 수준은 상위 수준의 나라만큼 안정적이지는 않다. 사진은 지난해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 예선 경기. ⓒ시사저널 유장훈

요즘 축구팬은 즐겁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펄펄 날고 있다. 게다가 지난 2월27일 올 시즌 K리그의 막이 올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나선 전북 현대 등 국내 4개 클럽이 순항하고 있다. 팬들은 1주일 내내 축구 경기를 즐길 수 있다.

 

박지성과 이청용의 맞대결이 불발되기는 했지만, 3월28일 새벽에 벌어진 맨유와 볼턴의 경기는 ‘코리안 더비’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축구팬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오후에는 한동안 골이 터지지 않아 축구팬들의 걱정을 샀던 이근호(이와타)는 물론 수비수인 이정수(가시마)까지 2010년 시즌 1호 골을 기록하는 등 J리그에서 뛰고 있는 유력한 월드컵 대표 후보 선수들도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국가대표팀은 불리하리라던 예상을 깨고 지난 3월3일 런던에서 벌어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본선 출전국이자 아프리카의 신흥 강호인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이쯤 되니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한국 축구의 진정한 수준과 남아공월드컵 1라운드 통과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 박지성 선수. ⓒ시사저널 이종현

한국 축구가 많이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 축구는 아시아 무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년 이상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1970년 멕시코월드컵과 1974년 서독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는 호주에게 발목을 잡혔고, 1972년 뮌헨올림픽 지역 예선에서는 뜻밖에도 말레이시아에게 본선 출전권을 내주었다. 그러나 1986년 멕시코월드컵과 1988년 서울올림픽 출전을 시작으로 한국 축구는 주요 국제 대회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라로 개근하고 있다. 이는 1983년 할렐루야 등 프로 4개 팀과 아마추어인 국민은행 등 5개 팀이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프로리그인 슈퍼리그를 시작해 경기력을 끌어올린  결과물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는 아시아를 대표해 나가면서도 정작 아시아의 최강자를 가리는 아시안컵에서는 1956년과 1960년 제1회 대회와 제2회 대회 연속 우승한 이후 단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가 3차례씩 우승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아시안컵에서 최근 가장 좋았던 성적은 2007년 대회에서 거둔 3위이다. 왠지 안정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한국 축구이다. 물론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브라질이나 이탈리아, 독일 등 안정적으로 세계 톱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몇몇 나라를 빼고는 전력이 들쭉날쭉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국 축구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축구만큼 경기력을 계량화하기 어려운 종목도 없다. 각종 통계 수치가 쏟아지는 야구의 경우, 통계를 보면 특정 팀의 경기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 기록지를 보면 특정 경기의 진행 상황을 바둑처럼 복기할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상위 수준의 리그에서는 볼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 크로스 정확도 등 다양한 자료가 나오고 있지만 이런 기록들로 특정 팀의 수준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설사 어느 정도 경기력을 파악했다고 해도 이 팀이 나선 대회의 성적을 예상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그래서 그나마 객관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과, 축구 대표팀이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치른 A매치 성적을 근거로 한국 축구의 수준을 알아보았다. 물론 FIFA 랭킹이 특정 국가의 축구 실력을 100% 완벽하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오른 나라 가운데 4월 현재 FIFA 랭킹이 한국(49위)보다 낮은 나라는 뉴질랜드(79위), 남아공(88위), 북한(105위)뿐이다. 한국과 랭킹이 근접한 나라는 일본(45위), 온두라스(36위) 정도이다. 16강에 오르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8년 전 월드컵 4강에 올랐던 한국 축구는 이후 어떤 나라와 어떤 내용의 경기를 했을까. 대표팀은 월드컵 4강의 여운이 남아 있던 2002년 11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 친선 A매치를 가져 2-3으로 진 뒤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까지 1백22번의 각종 경기를 치러 57승28패37무(승부차기 승리는 무승부로 처리)를 기록했다. 무승부가 꽤 많지만 성적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전적에서 월드컵 예선, 아시안컵 예선,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등 아시아 지역 나라와 치른 경기들 그리고 미국 프로축구 LA 갤럭시와 벌인 친선 경기를 빼면 17승17패11무로 승률이 뚝 떨어진다.

 

남아공월드컵 1라운드 통과에 희망 보여

축구 대표팀은 브라질전 패배 이후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등과 잇따라 겨루며 2004년 6월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터키를 2-1로 이기기 전까지 7경기 연속 무승(2무5패)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4년 12월 부산 아시아드경기장에서 독일을 3-1로 누르기도 했지만, 아시아 지역 외의 나라들과 가진 경기에서는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 1월 스페인 전지 훈련 기간 유럽에서는 비교적 전력이 약한 편인 핀란드와 라트비아를 2-0, 1-0으로 잡지 않았으면 승패의 균형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 전적에서 다시 FIFA 랭킹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와 치른 경기만 빼 보니 11승16패9무였다.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니다. 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홈에서 6승10패3무였으나 원정에서는 5승6패6무로 오히려 선전했다. 집 밖에서도 객관적으로 수준이 앞서는 나라와 싸워 크게 밀리지 않는 경기를 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치른 6차례 경기에서 4승1무1패로 상승세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만나는 나라 가운데 그리스(1승1무), 아르헨티나(1패)와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기간에 맞붙어 비교적 좋은 내용의 경기를 펼쳤다.

표에도 나타나 있지만 한국의 축구 수준이 세계적인 강국과 만나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상승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상위 수준의 나라만큼 안정적이지는 않다. 남아공월드컵 1라운드 통과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딱 이 시점에서 보면 기상 용어로 말해 ‘맑음→흐림→갬’ 가운데 갬 정도가 아닐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