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창조적·능동적 플레이 뒤에 '따뜻한 명장'있었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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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청소년대표팀 감독, 한국 축구의 희망 이끌어

지금 한국 축구 최고의 화제는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다. 이들은 2009년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이집트 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 결승에 오른 가나 대표팀에 2 대 3으로 아쉽게 지기는 했지만 국민들은 청소년대표팀이 거둔 성과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지난 1984년 멕시코 청소년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8강 진출만 해도 1991년 포르투갈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달성한 이후 18년 만에 이루어낸 결과이다.

청소년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홍명보 감독이다. 홍감독은 기성용이라는 최고 스타가 빠지고 프로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는 대학 선수가 11명이나 포함된 청소년대표팀을 이끌고 예상을 넘어서는 성적을 거두었다. 히딩크 감독에게서 배운 ‘스타보다는 전술과 조직력이 우선’이라는 신념을 성적으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현역 시절 화려했던 경력과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홍감독이지만 청소년대표팀 감독에 선임되었을 때는 부족한 지도자 경험과 적은 나이로 인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이런 목소리를 잠재웠다. 홍명보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여러분’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존댓말을 썼다. 2002년 한국적 위계 질서를 허물기 위해 선수 간에 반말을 사용하게 했던 히딩크 감독의 전략을 뒤집은 것이다. 감독과 선수 간의 벽을 허물어 감독 지시에 이끌려다니는 로봇 같은 선수가 아니라 창조적이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동적인 선수를 만들어냈다. 홍감독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선수들에게 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했고, 결국 김민우·김보경·박희성 등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 한국을 대표하는 수비수.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 청소년대표팀을 이끌고 청소년 월드컵 8강에 진출함.

청소년대표팀이 주축이 될 올림픽대표팀 감독 취임이 유력하고 벌써부터 2014년 월드컵 사령관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홍감독에게는 앞으로 헤쳐나갈 역경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많이 남아 있다. 그는 이제 겨우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축구계 차세대 인물로 홍명보 감독이 첫손에 꼽힌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명장으로 자리 잡아 자신의 뒤를 이을 새로운 별들을 발굴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축구계 차세대 리더 두 번째 자리는 박지성이 차지했다. 최고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현 국가대표팀 주장인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최고 스타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올 시즌 박지성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호날두의 이적으로 체질을 확 바꾸어버린 맨유에서 좀처럼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박지성은 공격 성향이 강한 호날두로 인해 발생하는 수비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며 맨유 주전으로서 활약했다. 올 시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약화된 공격력을 보완하기 위해 박지성보다는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중용하고 있다.

박지성 등 월드컵대표팀 주전들이 대거 지목받아

그래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구단과 3년 재계약하며 2012년까지 맨유에서 뛰게 되었고,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에서 주전을 확보하는 일과 함께 박지성에게 중요한 한 가지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다. 국가대표팀에서 박지성이 가지고 있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허정무 감독의 전술에서도 박지성을 어느 위치에 놓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적 요소이다. 이제는 주장으로서 후배 선수들을 이끄는 역할도 부여받았다. 그가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월드컵 성적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과 AS 모나코에서 활약 중인 박주영도 차세대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로 변신한 지금까지 황선홍이라는 이름 옆에는 항상 홍명보라는 이름이 함께했다. 둘은 절친한 친구이자 뗄 수 없는 라이벌이다. 홍명보 감독이 청소년대표팀 8강 진출로 앞서 나가고 있지만, 황감독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맡고 있는 황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등 올 정규 리그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지난 컵대회에서는 준우승을 거두었다. 구단 전력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다. 박주영은 AS 모나코 이적 이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팀에서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고 대표팀에서도 재조명을 받으며 2010년 남아공월드컵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에 진출하기 직전까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넓은 무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일취월장하고 있다.

이밖에 최순호 강원 FC 감독, 전북 현대 이동국 선수,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부장,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 FC로 자리를 옮긴 이영표 선수 등이 차세대 리더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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