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교는 ‘현대판 십자군 전쟁’?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9.1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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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이슬람 지역 활동 여전히 공격적…이슬람교도도 국내에 수만 명 들어와

▲ 한국인 선교사가 이란에서 빈민들을 위한 ‘희망의 집’ 착공식을 갖고 있다. ⓒ이란인교회 제공

‘현대판 십자군 전쟁이다.’ 개신교의 한 목회자는 해외 선교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국내 개신교계의 선교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로 똘똘 뭉쳐 있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58개 교단과 2백17개 선교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각각의 선교 단체는 ‘총회’에서 통제하고 있다. 이를테면 세계 선교를 위한 개신교의 연합체인 셈이다.

개신교도들에게 이슬람 지역은 ‘숙명의 성지’ 같은 곳이다. 개신교와 이슬람은 원래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구약과 신약으로 나뉘고 각각 예수와 마호메트를 믿으면서 앙숙이 되었다. 중세에는 유럽 교회들이 이슬람교도들을 상대로 십자군 원정을 하는 등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개신교는 이슬람 지역을 단순한 ‘선교 지역’ 이상으로 생각한다. 지난 2007년 피랍되었던 신도들이 돌아오자 박은조 목사가 “이슬람 국가에 더 많은 선교단을 보내고 싶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개신교에서 이슬람 지역은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꼭 뚫어야 하는 ‘성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교 방식이 공격적이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무슬림 내부가 분열되거나 분쟁이 생기면 선교의 호기로 여기고 있다. 정부가 ‘위험 지역이니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해도 소용없는 이유이다. 개신교에서는 무슬림들을 ‘길 잃은 양 같은 존재이며, 예수의 사랑으로 구원해야 한다’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개신교, 정부의 선교 제한 조치에 한국 내 이슬람 확대 문제 삼아

이슬람 세계에서는 개신교도들이 자국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성지를 개신교도들이 더럽힌다고 믿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군대가 이슬람 지역에 들어오자 각종 테러를 일삼으며 ‘외국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이슬람 정부는 선교사의 입국을 막고 개종자들을 색출하기 위한 비밀경찰까지 두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있다. 최근 국내에 입국하는 이슬람계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급증하면서 ‘한국 내 이슬람 확대’를 경계하는 분위기이다. 이슬람의 확산을 막기 위한 선교계 전체의 연합모임이 추진되는가 하면 각종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한국내의 이슬람’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개신교가 보는 한국의 이슬람은 이렇다.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50만명이라면 이 중 적어도 20%인 10만명을 이슬람계로 보고 있다. 2만명 정도가 선교 목적을 갖고 왔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단순 수치만으로도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 선교사들보다 국내에 들어온 이슬람 선교사들이 더 많기 때문에 ‘한국의 이슬람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8월29일 한국교회언론회가 ‘정부의 선교 제한 조치’에 대해 논평한 것을 보면 이슬람에 대한 경계가 얼마나 심한지를 엿볼 수 있다. 논평에는 ‘기독교인들의 선교를 문제 삼는 이슬람권에서도 이미 한국으로 수만 명의 무슬림을 보내 포교를 하고 있고, 이슬람은 전세계에 100만명 이상을 보내 포교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이는 기독교의 선교사에 비하면 양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숫자이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인데, 이슬람은 기독교 국가나 기타 국가에서 포교를 해도 되고, 기독교는 이슬람 문화권에 가서 선교하지 말라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개신교와 이슬람교가 해외 선교를 놓고 ‘창과 방패’가 되어 격돌하는 모습이다. 가히 ‘현대판 십자군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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