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살다 여장남자로 죽다
  • 김지혜 (karam1117@sisapress.com)
  • 승인 2009.07.0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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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스파이 스 페이 푸

ⓒAFP

현실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1988년에는 뮤지컬로, 1993년에는 영화로 화제가 되었던 <M. BUTTERFLY>의 실존 주인공 스 페이 푸(Shi Pei Pu)(70)도 그중 한 명이다. 프랑스와 미국 언론은 중국계 스파이 스 페이 푸가 지난 6월30일 프랑스의 한 마을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그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제레미 아이언스가 열연한 영화와 토니상까지 거머쥔 뮤지컬 <M. BUTTERFLY>에도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 페이 푸는 스파이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위해 외교관 가족들의 중국어 강사, 베이징 극단의 소프라노 배우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중국의 프랑스 대사관에 근무하던 애인 브리스코(Boursicot)에게는 자신을 여자라고 속이고 프랑스의 국가 기밀을 빼내 중국 정부에 넘기기도 했다. 이런 행각은 브리스코가 몽골로 근무지를 이전한 후에도 계속되었다. 결국, 둘은 프랑스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11개월간 형을 살았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에서 이 스파이 커플의 결말은 별로 아름답지도 깨끗하지도 않다. 그의 애인이었던 브리스코는 “스 페이 푸가 몇 달 전까지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를 속인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브리스코는 또 “우리는 성적 접촉이 없는 ‘플라토닉’한 사랑을 해서 남자임을 몰랐다”라고 주장하면서도, 그가 위구르족에게서 산 아이를 데려왔을 때 내 아이로 믿었다고 말했다. 궤변들 속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슬픈 스파이’ 스 페이 푸의 모습은 퇴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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