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결합 상품 어디가 더 쌀까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6.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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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 적으면 LG, 많으면 SK가 유리 KT, 합병 이후 가격 경쟁 나설 수도

▲ 이동통신사들의 고객 선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인터넷이나 IPTV 가입을 생각 중이라면 ‘지금이 적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는 6월1일, KT와 KTF 합병을 앞두고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이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열을 올리는 곳은 3위 업체인 LG이다. LG의 경우 대리점을 통해 인터넷과 인터넷전화, IPTV와 이동통신 등 4가지 결합 상품에 가입하면 26만원 정도의 현금을 받을 수 있다. SK는 23만원 수준이며, KT는 11만원 정도이다. 현금 지급 이외에도 추가로 상품 가격을 할인해주는 LG 대리점도 있다. SK는 인터넷과 IPTV를 3개월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이런 판촉 행위가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와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차례 토론을 벌였다. 신규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는 이런 조치들이 전기통신사업법에 규정한 ‘부당한 이용자 차별’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 방통위 이용자보호과 이창희 과장은 “검토 중이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결국, 방통위가 이런 판촉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 한 업체들의 과당 경쟁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경쟁이 막대한 영업이익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동섭 대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T의 합병 조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SK와 LG가 가입자를 조금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다소 무리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신규 가입을 하려면 지금이 적기이다”라고 말했다.

대리점이 치열한 판촉 행위를 벌인다면 본사에서는 타사 고객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유무선 결합 상품을 개발해 유혹하고 있다. SK는 최근 ‘T밴드’ 브랜드를 내놓고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하는 유무선 결합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즉, 이전에는 인터넷을 기본으로 두고 유무선 상품을 결합했지만 이제는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삼고 인터넷전화나 IPTV가 결합된 상품을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LG도 똑같은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업체들의 과당 경쟁 당분간 계속될 듯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지금까지 나온 유무선 결합 상품 가운데 어떤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질적인 문제 때문에 가격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개인의 판단에 따라서 기본료가 비싸더라도 서비스나 품질이 좋다는 이유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합이나 약정 할인율을 따진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각 회사가 어떤 결합 상품에 얼마나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지 비교 분석해보았다(표 참조). 



먼저 약정 할인율은 어떤 상품과 결합하던지 각 사가 정한 할인율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터넷 3년 약정 할인율은 LG와 KT 모두 15%이다. SK만 10%로 낮은 편이다. IPTV는 KT와 LG는 20% 내외로 비슷하다. SK만 15% 수준이다. 결합 할인율은 상품에 따라 차이가 큰 만큼 상품을 고를 때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가장 기본적인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결합 상품을 살펴보자. LG가 인터넷 결합 할인율이 15%로 가장 높다. 결과 가격도 3만5천5백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KT와 SK는 동일하게 10%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결합에 IPTV가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이 역시 LG가 인터넷 결합 할인율이 15%로 가장 높다. KT와 SK는 역시 동일하게 10% 할인율이 적용된다.

4가지 결합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SK가 월등히 높은 할인율을 나타내며 전체 가격에서도 KT와 1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는 SK가 전략적으로 내놓은 ‘브로드앤올’ 상품 때문이다. 브로드앤올은 인터넷과 IPTV, 인터넷 전화의 결합 상품이다. 인터넷과 IPTV의 결합 할인율이 23%가 될 정도로 크다. 인터넷 전화는 기본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결합 할인율이 100%이다. 때문에 인터넷과 IPTV, 2개 상품이 결합된 것보다 오히려 더 싸다.

인터넷전화는 KT와 LG가 기본료 1천원

SK 홍보팀 신동석 매니저는 “SK 전략 상품이다. 결합을 했기 때문에 할인율이 23%인 것이 아니라 3가지 상품이 하나의 서비스라는 생각으로 출시했다. 이 ‘브로드앤올’ 상품 자체에 워낙 할인이 많이 되어 있어서 출시 초기에는 이동전화와 결합하더라도 결합 할인율 10%를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브로드앤올’에도 결합 할인율을 적용시켰다. 유무선 결합 상품이 대세로 등장하는 시류를 따랐다. 타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상품이다”라고 강조했다. LG는 4가지 결합 상품에서는 IPTV 할인율을 20%로 높였다. KT는 결합 할인율이 모두 10%로 동일하다. 다만, 인터넷전화는 KT와 LG 모두 50% 할인해 기본료가 1천원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과 휴대전화, 이동전화에 집전화가 결합된 상품은 어떨까. SK는 전략적으로 이 상품에서만 결합 할인율을 20%로 높였다. KT가 집전화 사업에서 월등하게 점유율이 높은 탓에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한 SK의 전략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8천원이나 더 싸다. 

한국투자증권 양종인 애널리스트는 “KT가 합병 이후 뭔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가격 경쟁에 뛰어들게 되면 할인율이 더 커질 수도 있다”라며 향후 가격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미 유무선 결합 상품 시장이 성숙기를 넘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고객 유치를 위해 출혈 경쟁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격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낮아지지 않겠지만 마케팅 비용 절감이라든지 다른 사업과의 융합을 통해 시장 규모를 키워가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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