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9.04.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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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의심의 시대에 세계 지성들이 전하는 ‘더 나은 내일’에 대한 메시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 어느 것을 먼저 알고 싶은가. 나쁜 소식이 아예 없기를 바라지만 지구촌에 살고 있는 이상 피하지 못할 것 같다. 좋은 소식도 있는데, 우리는 나쁜 소식에 파묻혀 사는 듯하다. 방송 뉴스는 나쁜 소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최근 경제 위기와 관련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불안과 의혹의 시대, 세계의 지성이라 불리는 이들이 “우리의 내일은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 메시지들은 전쟁과 기근, 경제 혼란과 실업, 테러, 지구 온난화 등 끊이지 않는 위협 요소들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이 ‘희망의 지식 프로젝트’는 세계적 인지과학자 대니얼 데닛(미국 터프츠 대학 석좌 교수)의 질문 하나로 시작되었다. “인간 의식의 한 양상이자 활동으로서 과학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입니다. 과학은 우리들의 일상과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밝히고, 그것이 더 잘 돌아가게 만드는 학문이지요. 우리에게 더욱 깊은 지식과 더욱 강력하고 효율적인 도구와 기술이 있다면, 현재의 많은 뉴스는 좋은 뉴스이거나 더 좋아질 수 있는 뉴스일 것입니다. 과학은 우리에게 효과적이고 폭넓은 질문을 제공하니까요. 물론 질문 그 자체로도 훌륭한 자극제입니다. 당신은 무엇을 낙관합니까? 이유는 무엇입니까? 깜짝 놀랄 답변을 기대합니다.”

석학 1백60명이 함께 그린 희망의 큰 그림

▲ 비관적 전망의 근거가 되었던 9·11 테러 현장. ⓒ뉴시스
이에 대해 무려 1백60명의 지성들이 지식의 최전선에서 발견한 자신들의 대답을 들고 나왔다. 학문적인 권위뿐 아니라, 대중적 저술로도 정평이 난 그들이 지식의 최전선에서 발견한 희망의 이유는 굳건했다. 이 책은 그 논리들을 모아 학문의 경계를 넘어 교류하게 함으로써 모든 사고의 대통합을 꾀한 것이다. 데닛 교수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낙관적 생각들>의 가장 낙관적인 측면 중 하나는 바로 기고자들이 낙관하는 미래 전망의 폭과 다양성이다. 따라서 우리는 수많은 방법으로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수많은 터널의 끝에는 저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낙관하는지 아는 것은 더 흥미롭다. 비관적인 상황에서 낙관적인 상황으로 옮겨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렇다. 낙관적인 생각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문화연구자 대니얼 에버릿은 ‘바벨탑의 저주’가 풀릴 것이라면서, 협동·다원적 공존·공동체주의·관용 등의 가치가 만개하는 사회를 낙관했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생물학자인 마크 하우저 교수는 사회적 대립을 야기하는 이런저런 주의들이 종말할 것이라는 급진적 주장을 제기했다. 같은 대학 유전학 교수 조지 처치는 개인 유전체학의 발전을 낙관하며, “우리는 재인간화되고, 더 많은 근심에서 벗어나고 결국, 짐승 같던 과거를 초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낙관적 생각들>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인류가 반드시 풀어야 할 오늘날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역설했다.

필립 짐바도 스탠퍼드 대학 명예교수는 지구적 합의를 깨는 현상들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상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기질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방식은 ‘마녀들’을 골라내 박멸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상황에 초점을 맞추면, 선량한 사람들을 악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며, 나쁜 사람들을 선하게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좀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는 이런 분석 방법이 국제 테러리즘에 대응하는 경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끊임없이 나쁜 소식이 쏟아지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크리스 엔더슨 TED(테크놀로지·엔터테인먼트·디자인) 연차회의 책임자는 “역설적이지만 낙관이 성립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언론에 비친 세계의 모습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참사나 테러 사건은 대서특필되지만 과학 발전이나 세계의 실상에 관한 의미 있는 통계 조사 등은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같은 불균형은 공공 정책을 불합리하게 왜곡하거나 사람들을 공포에 시달리게 했다. 크리스 앤더슨은 세상이 갈수록 나빠진다는 비관적 전망이 세뇌 작용에 의한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며, 그 깨우침은 곧 낙관적 전망들로 이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관적 생각에 빠진 이들 중에는 세상 모든 일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사안에 따라 낙관할 수 있을 텐데도 염세주의에 빠진 듯 비 갠 날조차 우중충하게 느낀다. 나쁜 소식에 파묻혀 비관적 생각의 포로가 되지 않으려면 가뭄에 단비 같은 좋은 소식을 벗 삼을 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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