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만 막아도 축농증 예방 가능”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4.0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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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헌종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흡연은 치료나 수술에 치명적”

ⓒ시사저널 박은숙

코질환 치료는 최근 코뿐만 아니라 기관지와 함께 이루어진다.  코에서 발생하는 질환은 기관지와 동반되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축농증(만성 부비동염)과 알레르기 비염은 대표적인 코질환이다. 특히 축농증은 재발이 빈번해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헌종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도입해 축농증의 재발률을 낮춘 전문의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동교수로부터 코질환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축농증과 밀접한 부비동의 주 기능은 무엇인가?

머리와 얼굴에 여러 개의 공간이 있다. 부비동(sinus)은 일종의 굴과 같은 공간인데, 위치에 따라 전두동, 사골동, 상악동, 접형골동으로 부른다.

부비동의 기능은 뚜렷이 밝혀진 바 없지만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공명 기능이 있어서 목소리를 낸다는 설이 있고, 부비동 내부 점막에서 분비되는 점액이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균을 방어한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부비동은 비강(콧속 공간)과 연결되어 있어 공기가 들락날락해야 한다. 환기(부비동과 비강 사이에 공기가 드나드는 것)와 배농(부비동 내에서 분비된 분비물을 비강으로 내보내는 것)이 잘 이루어져야 건강한 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이곳이 막혀서 환기와 배농에 장애가 생기면 축농증이 생긴다. 부비동 내부의 점막에서 나온 분비물이 고이게 되고 세균에 감염된다. 마치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고름(농)이 생긴다. 이 고름으로 인해 코가 막히고 목으로 고름이 넘어가 후비루 증상을 일으킨다. 장기간 방치하면 고름의 농도가 짙어져서 진흙처럼 끈적끈적해진다.

부비동이 막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비동에서 비강으로 이어지는 구멍의 점막에 문제가 생기면 막힌다. 일반적으로 감기에 걸리면 점막이 붓게 된다. 감기는 코질환의 근원이다. 따라서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이 질환을 예방하는 첩경이다.

부은 점막에 박테리아나 곰팡이가 감염되면 축농증이 생긴다. 대부분 세균성 축농증인데 최근 곰팡이에 의한 축농증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내시경이나 CT의 개발 덕분이다.

코를 풀었을 때 노란 농이 아니라 갈색이나 녹색의 부스러기가 섞여 나오면 곰팡이로 인한 축농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부비동과 비강 사이의 구멍이 아예 유착되는 경우도 있나?

단순히 부어서 유착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상처가 나서 출혈된 경우 아무는 과정에서 유착되기도 한다. 또, 수술을 받거나 외상을 잘 치료하지 못한 경우에도 유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때에는 수술로 유착된 부위를 잘라주어 공기 흐름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콧살(비갑개)을 제거하는 사람도 있다.

콧속에는 콧살 즉 비갑개가 양쪽에 있다. 2~7시간마다 번갈아 가며 비갑개가 붓는다. 양쪽이 모두 부으면 문제이지만 한쪽 코만 번갈아가며 막히는 것은 정상이다.

코가 막힌다면서 콧살을 제거하는 사람이 있는데 처음에는 시원할지 모르지만 결국, 답답해져 다시 병원을 찾는다. 정 참지 못할 정도라면 차라리 콧속 뼈를 잘라내어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흡연이 축농증과 관계가 있나?

호흡기 상피에는 섬모가 있어서 분비물을 목으로 넘어가도록 한다. 흡연은 이 기능을 떨어뜨린다. 또, 점막을 항상 자극하므로 같은 코질환이라도 더 악화되고 치료를 해도 쉽게 낫지 않는다.

같은 축농증인데 수술 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흡연이다. 

알코올도 점막을 자극해서 붓게 한다. 콧구멍으로 내시경을 삽입해서 치료해야 하는데, 점막이 부어 있으면 섬세한 수술을 하기 어렵다.

수술은 어떻게 하나?

축농증 초기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제와 세균을 없애주는 항생제만으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장기간 방치하면 만성화되어 부비동 구조 자체가 공기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변한다. 이때에는 외과적 수술을 통해 염증을 제거하고 비정상적인 부비동 구조를 교정해주어야 한다.

과거의 축농증 수술은 윗잇몸을 절개하고 위턱뼈를 뚫어 일일이 고름과 부비동 내 점막을 제거했다. 이 방법은 수술 후 환자의 얼굴이 붓고 통증이 심하며 재발이 잦은 후유증을 일으켰다.

요즘은 내시경을 이용한 축농증 수술이 주된 치료법이다. 가느다란 내시경을 코 안으로 넣고 카메라를 통해 콧속의 구조를 의사가 직접 보고 치료한다. 고름을 일일이 긁어내기보다 부비동 내부에 공기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즉, 썩은 물이 흘러내릴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어 고이지 않도록 해주는 원리이다.

축농증 초기에는 어떤 약을 사용하는가?

원인이 세균에 의한 것이라면 항생제를 쓰고, 알레르기가 동반되면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등을 사용한다. 스테로이드제는 좋은 약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므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앞으로는 이상이 생긴 점막을 정상으로 만들거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해주는 약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 부비동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비동에도 문제가 생기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다만 이상이 생긴 점막과 건강한 점막을 구분하고, 이상이 생긴 점막만 치료하는 의사가 능력 있는 의사이다. 즉, 건강한 점막이 문제의 점막을 점점 대체할 수 있도록 치료해야 한다.

부비동을 아예 막아버리는 치료법은 없는가?

고름이 차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복부의 지방을 이용해 부비동을 채워 막는다고 해도 10년 뒤쯤 MRI로 확인해보면 공간이 생기게 된다. 지방이 수축되어 공간이 생기는데, 낭종 등 이차적인 질환이 생기므로 재수술이 필요하게 된다. 또, 부비동을 막는 것은 생리적으로도 우리 몸에 맞지 않다.

축농증 재발로 고생하는 환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내시경을 통해 의사가 환자의 콧속을 직접 보면서 수술하므로 대부분의 축농증은 완치된다. 그러나 천식이 있거나 호산구(好酸球)라는 백혈구가 많은 사람은 수술을 잘해도 재발할 우려가 크다. 이렇게 수술로도 해결되지 않는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가 전문의들에게 던져진 숙제이다.

같은 조건이라도 환자에 따라 축농증이 재발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부비강 점막이 예민한 사람이 축농증에 잘 걸린다. 따라서 환자들은 수술로 축농증을 다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치료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최근 코질환 치료의 트렌드는 어떤가?

과거에는 코와 기관지를 따로 분리해서 치료했다면 지금은 코부터 기관지까지를 통합 기도(united airway)로 본다. 코에 질환이 생기면 기관지에도 질환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농증이라면 천식이나 기관지염을 검사해본다. 또, 천식일 때는 알레르기 비염과 축농증을 확인한다.

소금물 세척은 코질환 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되는가?

좋은 방법이지만 소금 농도를 잘 맞추어야 한다. 맹물로 세척하면 콧속이 물로 인해 불게 된다.

너무 짠물로 세척해도 역시 소금물에 담근 김장김치처럼 콧속이 늘어지게 되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체액과 같은 염도, 즉 0.9%가 가장 적합한데 생리식염수를 사용하면 된다. 만일 집에서 만들어 사용한다면 물 1천cc에 소금 9g을 넣으면 된다.

죽염이나 홍아씨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당장은 개운하게 느끼겠지만 코 점막에 자극을 주어 콧물 분비량을 늘리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심하면 코 점막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헐게 되므로 권하지 않는다.

알레르기 비염은 체질과 관계가 있는가?

전적으로 체질 탓이라고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부모에게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자식에게도 나타날 가능성이 큰 만큼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황사, 먼지 등 환경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에는 봄보다 가을에 잡초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이 자주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체질을 개선하면 알레르기 비염 예방에 도움이 되는가?

같은 원인이라도 어떤 사람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경우 소량의 원인 물질을 투여해서 단련시키는 탈감작(desensitization) 요법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깨끗한 공기 속에 있어도 코질환이 오히려 악화되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는 꽃가루 등 자연적인 알레르기 물질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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