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 같은 내 보험 무사할까
  • 김주형 (파이낸셜뉴스 기자) ()
  • 승인 2008.09.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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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 사태 이후 해약 문의 쇄도…계약자 보호에는 큰 문제 없어
▲ 9월17일 서울 명동 AIG생명 한국 지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의 유동성 위기 등 미국발 금융 위기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국내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는AIG는 파산 신청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해약 문의가 평소의 3배에 이르고 있는 등 신뢰도 회복이 급선무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해약 환금급이 1천5백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이는 AIG생명의 평소 반기 해약 환급금과 맞먹는 액수이다. 보험업계는 물론 감독 당국은 이번 사태로 인해 고객들이 직접적으로 입을 피해는 없다고 보고 있다.

AIG코리아 관계자는 “AIG본사의 유동성 위기는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로 AIG생명과 AIG손보가 속해 있는 보험사업부는 여전히 양호한 수익을 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국내 대다수 고객들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5천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5천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에 대해서도 자체 지급준비금으로 100% 보호가 가능하다. 단, 펀드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의 경우 사망등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료는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지만 보험료 중 펀드에 투자되는 금액은 예금자 보호에서 제외된다.

AIG생명의 지급 여력 비율은 1백46.6%, AIG손보는 153.8%로 충분한 유동성이 이미 확보되어 있다. 지급 여력 비율 100%를 기준으로 100이상이면 모든 계약을 해약해도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이다. 최악의 경우인 파산시에도 계약은 100% 타 보험사로 이전·관리된다.

문제는 AIG의 한국 시장 철수설 등 각종 의혹과 설이 추락된 신뢰도와 맞물려 대량 해약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AIG 위기설이 돌던 지난 9월18일 보험 해약 건수는 6백건으로 평균 2백건에서 세 배 이상 늘어났다. 영업 관련 담당자는 이날 해약 환급금만 해도 7백억원에 이른다고 조심스럽게 귀뜸했다. 다소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을 못이겨 해약하는 고객들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AIG생명 관계자는 “미국 본사에서 아시아 쪽 자산에 대해서는 절대로 손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만큼 해약보다는 믿고 기다려 주었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지금 같은 대량해약이 진정되지 않고 장기화된다면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AIG생명의 자산은 7조원 정도이며, 책임준비금은 6조원 정도이다. 이 중 5조원가량이 운용 자산이다. 즉, 6조원은 장부상 책임준비금이고 그 가운데 5조원가량의 자산을 채권이나 주식 투자 등으로 운용하고 있다. 8천억원 정도는 해외에서 운용 중이다.

국내 지점 당장 철수하지 않는 한 손실 없을 듯

현 시점에서 해약 사태에 따른 계약자 보호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추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운용 자산을 급하게 유동화하기 위해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국공채들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고리가이어지면 경영상 어려움은 물론 계약자 보호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AIG생·손보의 경우 둘 다 국내 법인이 아닌 지점 형태로 진출해있기 때문에 보험업법상 해산에 관한 부분은 적용받지 않는 점도 불안요소이다. 국내 보험사가 파산 등으로 해산할 경우 해산 결의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AIG는 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물론 AIG가 FRB의 지원을 받게 된 만큼 AIG 국내 지점이 당장 철수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그렇다고 철수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점이기 때문에 본사의 상황에 따라 법인과 달리 언제든 계약자 손실 보전과 관계없이 철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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