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중시가 빚어낸 참담한 비극들
  • 이성규(서울시립대 교수.서울복지재단 대표) ()
  • 승인 2008.03.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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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모녀가 살해되어 가방에 담겨 땅속에 파묻혔다. 이 일을 저지른 장본인은 전직 프로야구 선수로 야구계의 최고상인 골든글러브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1990년대 거포로 이름을 날린 스타 중의 스타 이호성씨이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만행이 세상에 알려지고 공개 수배를 통해 자신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지자 죽음을 택했다.
스타 선수로 각광을 받던 이씨가 자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야구계를 떠난 후 연이은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자신이 유명인이었다는 사실에 얽매여 작은 것보다는 크고 화려한 사업에 손을 댔고, 전직 스타였다는 이상 심리가 그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결국에는 돈 때문에 사람을 넷이나 죽이고 만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생명 경시 풍조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살인 등 강력 범죄가 계속 증가하는 까닭
경제가 발전하고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살인을 비롯한 강력 범죄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6백~7백 건 수준을 유지했던 살인 사건은 1998년 9백66건으로 크게 늘어났고, 이후 점차 증가해 2004년부터는 매년 1천 건을 웃돌고 있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범죄 통계에 따르면 1996년에는 살인 사건이 6백90건이었는데 그 후 10년이 지난 2006년에는 1천73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해 10년 새 55.5%나 증가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이유로 여러 가지 범죄가 발생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경기가 악화되고 경제가 불안정해지자 사람들의 심리 상태도 매우 불안정해 일명 ‘묻지마 살인’과 ‘묻지마 방화’ 등으로 사람 목숨 정도는 희생시킬 수 있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살인과 같은 강력범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물질 만능주의로 인한 사회의 황폐화가 주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범죄 가능성이 있는 집단에 대한 예방책, 또는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 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 사회의 불안정과 함께 찾아오는 사람들의 불안정한 심리를 보듬어주고 달래줄 사회적 제도도 여전히 부족하다.
네 모녀 살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 사회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파탄으로 인한 범행으로 결론짓고 해결할 일이 아니다. 분야별 ‘성공’이라는 것의 의미도 가시적인 ‘정상에의 도착’이 아니고 그것의 질량을 구성하는 내적 원칙임을 음미하는 성숙성을 찾아야 하겠다. 외형보다는 의미를 중시할 때 한 분야에서 성공한 스타들이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분별 없는 선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의미와 원칙이 전체 사회에 문화적 뿌리를 공고히 할 때만이 사회적 병리 현상의 예방을 위한 제도화도 가능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성공의 한 구성 요소인 권력, 인기, 재력 등에 대해 외형을 뛰어넘는 세련된 의미론적 숨 고르기가 절실한 듯하다. 이 사회적 숨쉬기가 멈췄을 때 살인·방화·강도 등이 나타난다.


네 모녀 살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 사회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파탄으로 인한 범행으로 결론짓고 해결할 일이 아니다. 분야별 ‘성공’이라는 것의 의미도 가시적인 ‘정상에의 도착’이 아니고 그것의 질량을 구성하는 내적 원칙임을 음미하는 성숙성을 찾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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