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인 재단 설립해 한국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고 싶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 승인 2008.03.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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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NFL 스타 하인스 워드 “캠페인 활동 등으로 많은 사람 참여할 기회 만들겠다”
 
미국 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32·Hines Ward·피츠버그 스틸러스 소속)를 직접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눈이 선하다”라고 말한다. 또 “선하고 검은 눈은 서양인과 달라서 그의 몸에 한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절로 느낄 수 있다”라고도 한다. 워드 자신도 자신의 절반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혼혈 인생이 자신의 성공에 동력이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털어놓는다. 그는 1998년 미국 NFL의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입단해 2006년에 팀을 NFL 슈퍼볼 대회 정상에 올려놓고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한 미식축구계 슈퍼 스타이다.
워드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월23일 어머니 김영희씨(61)와 함께 방한했다. 그가 취임식 초청 인사로 한국에 간다고 하자 미국 정부에서 전세기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모국을 방문하는데 미국 비행기를 탈 이유가 없다며 대한항공을 이용해 입국했다.
워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이다. 지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우리나라를 방문한 워드는 “재단을 설립해 한국의 다문화인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싶다. 꼭 기회를 만들어 소수인 다문화인과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혼혈’을 ‘다문화(multicultural)’라고 표현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2월26일 서울워커힐호텔에서 워드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하얀 이를 드러내며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진 촬영을 요구할 때는 아주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해 주었다. 워드는 2월27일 오전 10시 미국 애틀랜타행 대한항공을 타고 어머니와 함께 출국했다.
이번에 방한한 목적은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매우 영광스럽다. 취임식 날 청와대 만찬에도 참석했다. 오늘은 TV 방송사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화재가 난 숭례문에도 가보았다.
대통령 취임식에는 어떻게 참석하게 되었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가족에게 기쁜 일이 생긴 것처럼 느껴졌다. 2006년 낯설어 했던 고국 방문에서 내가 한국인임을 진정 느끼게 해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자연스럽게 취임식에 초청받았다. 다소 갑작스럽게 방한 일정이 결정되었지만 영광스러운 자리에 참석했기 때문에 매우 행복했다. 한복을 입고 참석했던 것도 특별했다. 날씨가 매우 추워서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남아 잊지 못할 것이다. (웃음)
숭례문 화재 현장을 방문한 소감은 어떠했나?
숭례문 화재 현장에 ‘I love Korea. I’m sorry(한국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미국에서도 어머니는 늘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 알려주곤 했다. 그래서 이번 숭례문 화재 사건도 굉장히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 화재 사건 후 몇몇 아는 한국 사람들에게 안타까움과 걱정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에 화재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오랜 역사적 보물이 사라진 현장에 가보니 나의 오랜 친구를 잃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어머니의 눈물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건에도 힘써서 언젠가 당당하고 아름다운 숭례문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06년 자선 재단을 설립할 뜻을 비쳤는데 진행은 잘 되고 있는가?
2006년 방한 이후 여러 가지 좋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 내에서는 도움의손길재단(HHF)을 통해 지속적으로 다문화 아동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의 다문화 아동들을 초청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부터는 단순 기부의 형태가 아니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 계획이다. 다문화 아동을 대하는 사회의 편견을 없앤다는 궁극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재단 설립과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구체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궁극적인 목표는 우수한 다문화인들이 세계 각지에서 훌륭하게 자신들의 역량을 펼쳐나갈 수 있는 희망적인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또 재단을 만들어 한국을 아름다운 곳(beautiful place)으로 만들고 싶다. 한국 사람들은 내가 피부색이 다르다고 거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환대해주었다. 이 은혜를 한국 사회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한국이 미국보다 다문화인에게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재단을 설립하면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어린 시절에 차별과 주체성 혼란의 아픔을 겪었던 나는 더 이상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다문화인을 편견이 없는 시선으로 바라봐줄 때 제2, 제3의 하인스 워드가 계속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선 재단을 설립하는 부분과 다문화인을 지원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재단 설립과 캠페인 활동에 많은 이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생각이다. 캠페인을 통한 다양한 활동에 한국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가 더 좋은 대한민국 만들기에 기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혼혈인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람의 피부색은 의미가 없다. 다문화도 마찬가지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혼혈(mixed blood)이라고 해서 나라의 우수한 인재를 저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자(make Korea better place)”라고 했다. 이 말에는 다문화인에 대한 편견을 바꾸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공감하고 앞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계획이다.
지금의 하인스 워드를 만든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문화인으로서 미국에서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어린 시절 여러 어려움을 겪은 것이 지금의 강한 나를 만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항상 옆에 있어 큰 힘이 되었다. 지금은 나를 환대해주는 한국 국민이 있어 감사하다. 2년 전 서울 명예시민증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자랑스러웠다. 남들은 서로 달리 보이기를 원하지만 나는 (한국인들과) 동질감을 느껴 감동했다. 일개 축구 선수일 뿐인데 올 때마다 환대받아서 고마울 따름이다.
이번에 TV방송 오락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것으로 안다.
한 TV 방송사의 <라인업>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프로풋볼의 방식과 규칙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눈도 많이 오고 오전부터 촬영해서 매우 추웠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한 3시간 넘게 녹화했다. 3월에 방송된다고 하니 나도 보고 싶다.
최근 무릎과 코 수술을 받았는데 몸 상태는 어떤가?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어서 고맙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무릎 부상과 코치의 교체가 있었음에도 우리 팀의 우수 선수로 뽑혔고 나름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었던 2007년이었다.
언제 미국으로 돌아가나?
2월27일 오전 비행기로 한국을 떠난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돌아가는데 한국 국민이 극진하게 환영해줘서 고맙다.
앞으로 한국에서는 다문화인 캠페인과 함께 미국 프로풋볼을 홍보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것이다. 또 미국에서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전도사로서의 역할도 열심히 하겠다.
우리나라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을 텐데(악수를 할 때 워드는 우리나라 사람처럼 두 손으로 했다).
미국에서는 한국인 단체(community)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다. 한국의 문화를 많이 몰라 부끄럽다. 그럼에도 2006년 어머니와 함께 처음 방한했을 때 많은 분들이 환대해주어서 감사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방한에서도 내가 한국인임을 느끼게 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이렇게 방한할 때마다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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