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
  • 이상건(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 승인 2006.12.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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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가 튼튼한 재테크]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 세계에서 가장 이재(理財)에 밝다는 유대인들의 지혜를 담은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와는 다른 심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신은 1년에 11만 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20만 달러를 버는 세계와 자신은 10만 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8만 달러를 버는 세계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다수의 사람이 후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11만 달러가 8만 달러보다 더 많음에도 사람들은 비교 심리 탓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이런 심리 구조는 사실 투자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세계는 1등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사회다. 스웨덴의 최대 수출 상품이라고 불렸던 팝 그룹 아바의 ‘Winner takes it all(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거예요)’이라는 노래 제목처럼 시장에서 패자가 가져갈 것은 없는 법이다. 이런 주장이 너무 차가운 것 아니냐고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1등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간다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이 경영학의 ‘최초 참여자(first-mover) 우위 이론’이다. 

한 특정 분야에서 선도 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기업은 후발 기업에 비해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선도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놓았고, 특허 등을 통해 제품과 기술에 대해 진입 장벽을 만들어놓았다. 후발 기업들이 선도 기업을 이기기 위해 손쉽게 써먹는 방법이 바로 가격 인하다. 가격을 인하한다는 것은 이익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결국 수익성을 선도 기업만큼 높이기 어려운 것이다. 

불황에서 더 강해지는 1등의 위력

기업 가치의 외적 표현인 주가에서도 당연히 1등 기업의 그것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높은 가격 때문에 오히려 1등 기업들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100만원이 넘는 롯데칠성이나 60만원이 넘는 삼성전자 같은 주식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보면, 역시 비싸 보여도 좋은 주식을 사는 것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더 많다. 

1998년 12월31일 기준으로 유가 증권 시장에 상장된, 액면가 이상인 종목과 액면가 이하인 종목으로 나눠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 7년 간의 수익률을 계산해보았더니, 액면가 이상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액면가 이상은 2백%인 반면 액면가 미만은 1백40%였다. 여기에 상장 폐지된 기업까지 포함하면 수익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아파트 시장도 마찬가지다. 1등 아파트인 강남 아파트와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갈수록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비단 강남 아파트가 아닌 다른 지역의 경우에도 1등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의 가격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특히 불황이 오면 1등의 위력은 더욱 강해진다. 외환위기 같은 큰 불황이 오면 상위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장에서 도태된다. 경쟁자들이 사라지면 1등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늘려간다. 경쟁자가 사라진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일류 투자자들은 불황이 오면 1등 기업의 주식이나 아파트를 사놓고, 경기가 좋아지기를 묵묵히 기다리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격이 비싼 것들을 외면하고 싼 것을 찾는다. 개인 투자자들은 자신의 돈에 맞춰 주식과 아파트를 찾는다. 싼 게 비지떡인데도 말이다. 만일 돈이 없어 1등 기업을 살 수 없다면, 오히려 1등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할 수 있다.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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