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업이 수미산이니…
  • 김희욱(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원장) ()
  • 승인 2006.10.16 09: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려들의 부도덕·폭력 심각하나 ‘자정 장치’ 작동 안 해
 
불교는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신도 숫자 1위의 종교이지만 점진적 ‘퇴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종교 인구 점유율이 1985년에 46.8%였는데 2005년에는 44%로 조사되어 3% 정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비종교인의 불교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히 높다. 2005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무종교인 가운데 37.4%가 불교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17%)이나 개신교(12.3%)를 합한 것보다도 더 많았다. 최근 템플스테이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불교 내부로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2005년 갤럽 조사에서는 ‘종교가 나의 정신적 문제에 해답을 주는가’ ‘소속 단체 성직자에게 만족하는가’ 등을 함께 조사했는데, 불교 신도들의 만족도는 개신교나 가톨릭에 비해 극히 낮았다.

이와 같은 ‘외화내빈’ 상황이 지속되는 대표적 이유는 불교 교단이 안고 있는 몇 가지 구조적 문제이다. 먼저 ‘폭력 문화’이다. 1998년, 1999년 조계사 사태에서부터 최근의 선암사 폭력 사태까지, 버젓이 승복을 입고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게 되면, 불자들은 심히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출가 정신을 일탈한 일부 승려들의 부패, 향락 문화, 파렴치 행위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당장 조계종만 보아도 권력 핵심을 장악한 일부 승려들의 부도덕한 행태가 도를 넘어 계속되고 있지만, 아무런 내부 자정 장치도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경상도·농촌·계층 편중 문제도 ‘큰일’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량한 많은 스님조차 종단이라는 공동체를 제대로 가꾸려 하기보다 사설 사암을 만들어 노후를 보장받으려고 한다. 공찰(公刹)보다 개인이 세운 사찰이나 암자가 최소한 두 배 이상 많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폭력 문화와 부패한 권력에 대한 염증, 사유화 확산과 같은 교단 내 구조적 문제들이 불교에 호감을 가진 층을 끌어들이기는커녕, 불자들조차 불교에서 멀어지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불교가 여러 측면에서 편중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첫째, 지역 편중이다. 경상도 지역의 불교 인구가 전체 불교 인구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강원도까지 포함해 불교는 국토의 동쪽에 치중되어 있다. 사찰도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 훨씬 많다. 둘째, 농촌 편중이다. 도시화 정도가 90%에 달한 오늘날 도심의 포교당이나 사찰 숫자는 타 종교에 비해 극히 적다. 여기에는 근대화 과정에 적응하지 못한 역사적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전통 한옥 양식의 건축만을 고집하는 경향과도 맞물려 있다. 셋째, 계층 편중이다. 1985년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지만, 불교는 고령·저학력·저소득층의 신자 비율이 높아 개신교·가톨릭과 정반대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이러한 편중 현상을 불교계 내에서 어떻게 바라보는가 일 것이다. ‘성장’과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불교가 저학력·저소득·고령층의 종교라는 사실은 벗어던지고 싶은 약점이 되겠지만, 역으로 불교 신자 내 다수를 점하는 이들 사회적 약자 계층만 잘 돌보아도 종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은 물론 양극화 해소라는 사회적 역할도 더불어 이행하는 셈이 된다.

농촌 편중 역시 마찬가지로 관점을 달리하여, 농촌 돕기나 도시민을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사찰의 가치를 찾다 보면,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불교계는 ‘약자의 종교’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대신,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고, 약자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