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빛’이 우등생 만든다
  • 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 ()
  • 승인 2006.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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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교실, 어둑한 곳보다 학습 능률 높아 조명 질에 따라 학업 성취도 달라

 
 어두컴컴한 독서실과 햇빛이 잘 드는 교실 가운데 어떤 곳에서 공부가 더 잘될까? 언뜻 생각하면 중고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설 독서실처럼 밀폐되고 아늑한 분위기를 내는 곳이 학습 효과가 높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창문이 넓고 시야가 확 트인 햇빛 잘 드는 곳에서 학습 능률이 더 높다.

연구에 따르면 햇빛이 잘 드는 교실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그러지 않은 학생들보다 몇 년 뒤 수학 점수나 읽기 능력이 20~30% 향상되었다. 대학입시에서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햇빛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인 셈이다. 

 햇빛은 육체와 정신도 튼튼하게 해준다. 우울한 기분을 없애주고, 졸리게 하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여 정신을 또렷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밤에 잠이 잘 오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채광이 잘 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기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직사광선은 눈부심을 초래하여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좋다.

어두운 조명에서는 정보 효과적으로 습득 못해

 햇빛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교실의 조명이다. 조명 시설의 질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달라질 수 있다. 교실 조명을 단순히 물리적 시설로 보는 게 아니라 교육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학자들은 “조명은 특정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날의 안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어두운 조명에서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습득하지 못한다. 만약 이런 환경에서 장기간 공부하면 잘못된 학습 체계가 굳어질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조명 시설을 선택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조명 기구와 조명 방식이다. 되도록 자연광(햇빛)에 가까운 조명 기구를 선택하고, 직접 조명을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형광등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깜박거려 눈의 피로를 유발한다. 민감한 사람들은 눈의 통증이나 우울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연광과 유사한 효과를 지닌 ‘풀 스펙트럼 형광등’이 개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형광등에서 ‘풀 스펙트럼 형광등’으로 교체한 후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선진국의 학교나 사무실에서는 형광등이나 백열등이 밖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간접 조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간접 조명이란 빛을 천장이나 벽으로 향하게 하여 반사되는 빛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직접 조명 방식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지만, 장점이 더 많다.

‘빛 반사’ 이용하는 간접 조명, 집중력 높여

간접 조명 방식은 눈부심을 방지하여 집중력을 높이고 눈의 피로를 줄여주며, 두통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간접 조명은 칠판을 사용하는 수업에서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직접 조명에서는 칠판이 빛을 반사하므로 글씨가 잘 안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공부방을 꾸밀 때도 조명 시설에 신경 써야 한다. 공부방은 햇빛이 잘 드는 방으로 선택하고, 전체 조명과 부분 조명을 함께 사용해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전체 조명은 은은하게 유지하면서 책상 위에 스탠드 같은 별도의 국부 조명을 해주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섯 가지 감각 중 인간이 가장 크게 의존하는 것은 시각이다. 공부에는 눈으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느냐에 따라 같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그 성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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