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버거워 방황하는 별들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1999.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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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 국제 청소년 영화제 출품작들 '자살' 모티프 많아

올해 처음 열린 서울 국제 청소년 영화제(주최· 전교조 산하 참교육영상집단)에는 학생들이 만든 영화가 무려 1백50여 편이나 밀려들있다. 드라마· 다류멘터리· 르포르타주· 애니메이션 등 장르가 다양했고 주제도 폭이 넓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살 모티프가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교사 원정현씨는 "학생들의 형상화 능력이 부족한탓도 있지만 그만큼 현실을 버겁게 느낀다는 뜻이다"라고 분석했다.

  <고딩 약속>(제주 제일고 정동훈)은 바다에 뛰어들려는 학생을 설득하는 이야기이고, <두 파산>(서대전 고등학고 영화 동아리)은 교사의 폭언과 구타에 못이겨 엇나가던 문제아가 편싸움 끝에 개죽음을 당하고, 이를 지켜보는 친구도 자살한다는 내용이다. 자살하려고 옥상에 을라 갔다가 처지가 비슷한 친구를 발견하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엑시트>(광주여초 정다은)도 눈에 띈다. 심지어 중학생이 만든 <언타이틀트>(여의도 증학교 방송반)도 자살을 다루있다.

  학교 안의 모순에 카메라를 들이댄 이른바'사회파' 작품에는 학생들의 생각이 더욱 생생하게 드러난다. <누구를 위한 무엇인가>에는 체벌 자체보다, 교사의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태도가 반발을 일으킨다는 점이 잘 표현되어 있다. 영화는 성적에 따라 학생을 차별하는 교사, 당연한 문제 제기를 반항으로 받아들이는 권위적인 교사를 문제 교사로 꼽았다.

  일방적인 성토가 아닌, 함께 대안을 찾으려는 고민도 활발하다. '구타에 관한 리포트'라고 할만한 <옳은 개소리>(영등포고등학교)는 구타에 시달리는 학생과 매를 들 수밖에 없는 선생님의 처지를 고루 다루었다. 체벌이 가하는 인간적인 모별감을 견디지 못하는 학생. 매를 들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는 학생이 싫은 교사의 처지가 고루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옳은 개소리' 라는 제목이 교사의 훈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로의 처지를 헤아려서 제3의 길을 찾아보자는, '되면 좋은' 소리를 하는 자신들이 쑥스러워서 붙인 제목이라친 학생들은 밝혔다.

  학생들의 문제 의식은, 점점 어긋나는 스승과 제자 간의 사이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교사를 일방적으로 탓하기보다, 문화 차이 때문에 어긋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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