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문화산업’ 경종 울리기
  • 성우제 기자 ()
  • 승인 1998.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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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화 발전을 위한 연대 모임 <만화는 죽었다>전시회

만화는 90년대 문화산업의 총아였다 <쥐라기 공원>이 한국의 한 해 자동차 수출보다 수익을 많이 올린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만화 영화, 곧 애니메이션은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산업으로 떠받들어졌다. 94년 ‘우리 만화 발전을 위한 연대 모임’ (우만연)이 주최한 <만화는 살아 있다>라는 전시회는 이같이 들뜬 분위기에서 열린 선언적 의미의 행사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우만연은 스스로 <만화는 죽었다>라는 전시회를 기획했다 만화에 대한 그동안의 관심과 투자가 거품이었다는 사실을, 만화가들 스스로가 ‘죽음을 선언’하며 고통스럽게 외부에 알리는 전시회이다(7월1~17일,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 같은 기간 민예총회관에서는 매일 오후 2~4시 기획 창작 애니메이션 발표회가, 7월3일 오후 3시 <정부의 출판 만화 정책의 진단과 대안> 심포지엄이 열린다. 전시회ㆍ심포지엄에서는 출판 만화가 처해 있는 심각한 상황을 알리고, 애니메이션 발표회에서는 오돌또기ㆍ김종학프로덕션 등이 제작한 50여 작품을 상영해 국내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가늠한다. 우만연이 주최하는 이 행사 모두를 아우리는 명칭은 ‘만화야 꼼짝마!’

우만연 대표 김형배씨(만화가)는 <만화는 죽었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책과 투자는 뻥튀기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을 널리 알리고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정기 전시회를 기획했다.”

애니메이션이 꽃이라면 출판 만화는 뿌리이자 줄기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애니메이션과 출판 만환에 대한 정책과 지원은 따로 놓았다. 꽃과 과실만 쳐다보았을 뿐 줄기와 뿌리가 성장하는 데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출판 만환에 큰 상처를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새로 시행된 청소년보호법은 유독 출판 만화에만 ‘빨간 딱지’를 붙였고, 작년 여름 ‘한국 대표 만화가’ 이현세씨 등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잇따랐다.

<만화는 죽었다> 전시회에는 이두호 김형배 박재동 이희재 오세영 씨 등 중견ㆍ신진 작가 1백30여 명이 참여해 만화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을 풍자하는 작품들을 내놓는다. 만화ㆍ만화가 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때마다 선정성과 폭력성을 문제삼지만 ‘진정한 선정성과 폭력성이 무엇인가’를 작품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成宇濟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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