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서 해방돼야 ‘과학 꿈나무’ 큰다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2006.05.0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학 위주 교육에 기초과학은 ‘찬밥’


 

  93년 국제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할 영재들의 동계 교육훈련이 1월초 시작된다.  국제올림피아드에 참가할 한국대표단을 구성하기 위한 예비 학교 성격을 지닌 이 겨울학교는 수학?물리?화학?정보 분야로 나뉜다.  수학 분야는 1월4일부터 30일까지 전북대에서, 물리 분야는 1월4일부터 16일까지 대덕 연구단지에서, 화학 분야는 1월4일부터 16일까지 포항공대에서, 정보 분야는 1월5일부터 20일까지 과학기술원에서 교육한다.

  겨울학교에는 해당 분야의 전국경시대회 및 통신강좌를 비롯한 여러 단계를 거쳐 우수하다고 판정받은 학생이 참가하며, 여기서 교육받은 학생은 또다시 몇차례 단계를 거쳐 국제올림피아드 선수로 선발된다.

“입시에 방해”…올림피아드 참가 꺼려

  국제올림피아드는 수학?과학 영재를 발굴하고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대회다.  역대 국제올림피아드에서의 성적은 오래 전부터 수학?과학 분야에 정책적인 배려와 예산지원을 해온 동유럽과 미주 국가들이 단연 앞선다.  옛 소련의 경우 92년까지 총 99명의 학생이 올림피아드에 참가해 38명이 금상 또는 특상을 수상했으며, 2명을 제외한 참가자 전원이 입상했다.  중국 또한 9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참가자 6명 전원이 금메달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90년부터 3년 동안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서 종합순위 1위를 했으며, 92년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처음 국제올림피아드에 참가한 것은 89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이며, 화학?물리?정보 올림피아드에는 92년부터 참가했다(77쪽 도표 참조).  그만큼 국제대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참가 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지원 및 지도체계 프로그램이 미비하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9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박지웅군(서울과학고 3년)과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서 김범준군(서울과학고 2년)이 각각 첫 금메달을 수상한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77쪽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과학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못미친다.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성적이 부진한 까닭은 무엇인가.  교육전문가들은 과학영재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로 대학입학 시험제도를 꼽는다.  입시 위주로 짜여진 현행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화학?물리 등 기초과학은 ‘찬밥’ 대접을 받는다.  정보올림피아드에는 컴퓨터 경진대회 입상자가 주축이 돼 참가하는데, 컴퓨터는 대학입시 과목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이 때문에 정보올림피아드에 고등학생보다 중학생이 더 많이 참가한다.  이번 겨울학교 입교생 18명 중 13명이 중학생이다.


  대학입시와 관련한 또 다른 문제는 국제올림피아드 입상자에 대한 특전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하기까지 1년여의 훈련을 거친 뒤,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상을 받아도 그것은 대학입시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학자들은 영웅처럼 떠받들여지는 올림픽 수상자에 견주어 국제올림피아드 수상자에 대한 ‘대접’이 지나치게 소홀하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스포츠보다는 과학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과학기술원 이군현 교수는 수학?과학 올림피아드를 포함한 과학영재 육성방안으로 세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대학입시에서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입상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희망하는 대학의 원하는 과에 무시험 합격 등의 특전을 부여하는 것이다.  현재는 한국과학기술원에 진학하는 것 외에는 이같은 특전이 전혀 없는 까닭에 국내 경시대회에서 최우수 성적을 낸 학생이 국제대회 참가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92년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는 국내대회에서 최우수상과 금상을 수상한 4명이 모두 참가하지 않았다.  둘째는 올림피아드 입상자를 포함한 이공계 우수학생이나 대학원생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셋째는 국제올림피아드를 대비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상설 훈련원을 신설하는 것이다.

  국제올림피아드와 관련한 이같은 인식은 한국 과학영재 교육의 현주소라 할 수 있는 과학고등학교의 교육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각종 올림피아드의 한국인 수상자는 서울과학고등학교를 비롯한 전국 11개 과학고등학교 학생이 석권하다시피하고 있다.  이것은 과학고등학교 입학생 자체가 선별집단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다.  과학고 학생은 중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이거나 중학교 재학중 교육부 주체 수학?과학 경시대회에서 동상 이상 수상자가 대부분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2학년을 수료하고 한국과학기술원 학사과정에 조기진학하며, 여기에 실패한 학생은 3학년 때 다시 과학기술원 학사과정으로 진로를 개척하든가, 아니면 일반 종합대학에 진학한다.  만일 이들이 종합대학으로 진학하려면 일반고교 출신과 동일한 교과시험을 치러야 한다.  결국 전문교과 등 심화학습을 이수해야 할 과학고 학생들도 별도로 대학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바로 이 점이야말로 과학고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91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서울과학고등학교의 경우, 입학 당시 학생 1백80명 가운데 60명은 2학년 때 특별전형을 거쳐 과학기술대에 조기진학했고, 나머지 졸업생 1백19명 중 94명이 서울대를 지망했다.

  이같은 현상은 92년 대입지원 현황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과학고에 입학한 1백80명 중 61명은 2학년 때 과학기술대에 조기진학했고, 1백여명은 서울대에 지원했으며 나머지 10여명이 포항공대와 연세대에 지원했다.  과학고등학교가 ‘명문대로 가는 지름길’이 된 것이다.  서울과학고등학교 이광만 교무주임은 “1?2학년 때는 대학입시를 염두에 두지 않는 심화학습을 위주로 지도력과 정서함양에 주안점을 두면서 과학지도자 양성에 주력하지만, 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학교측의 일방적인 노력으로 그치고 만다”고 말한다.


  앨빈 토플러가 “미래의 지배자는 자원도, 자본도, 무기도 아닌 두뇌”라고 지적했듯이 세계가 기술패권주의 시대로 돌입한 상황에서 수학?과학 영재의 발굴 및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전남 광주대 전경원 교수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거둔 7위라는 성과가 곧 우리나라 국력의 순위인 것처럼 착각하지만, 우리 과학기술 순위는 결코 7위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957년 옛 소련이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한 이래 35년 만에 이루어진 우리별 1호 발사가 세계에서 22번째라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