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구설수 오른 ‘才勝德’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0.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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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洪思德부총재, ‘멍청도’ 발언 시비로 곤욕

 말로 장안의 인기를 끌어온 洪思德 민주당 부총재가 ‘말’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밤 방영된 “심야토론·오늘의 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프로그램에서 터져나온 소위 ‘멍청도’시비로 충청도에서 집단상경한 시위대의 항의에 이어, 개인사무실로 걸려오는 항의전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11대와 12대에 연속 원내에 진출했던 홍부총재는 13대 선거에서는 서울 강남갑구에서 이태섭의원(민자)에게 패배, 지금은 야당 원외지구당 위원장 자리에 있다. 그러나 88년 10월부터 1년간 진행된 〈홍사덕 칼럼〉이란 라디오프로에서 그는 사회 구석구석의 치부를 명쾌한 논리로 파헤침으로써 현역시절보다 더한 인기를 모았다.

 이렇듯 대중적 정치스타로 떠오른 홍부총재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길래 ‘충청도 양반’들을 자극한 것인가.

 홍부총재는 문제의 발언에 대해 “멍청도라는 표현을 한 적이 없다. 충청도 이야기도 세대교체론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과정에서 일례로 든 것일 뿐”이라며 억울해 했다.

 문제가 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최근 3년 사이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불건전한 몇가지 정치적 사건들이 있었다. 첫째 노태우대통령의 당선이다. 5공의 두 번째 핵심이었고 쿠데타의 두 번째 주동자가 36%의 지지를 얻고 당선됐다. 두 김씨의 분열 때문이다. 둘째 유신의 종언과 더불어 사실상 역사의 미이라가 됐던 또 하나의 김씨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살아났다. 누가 살렸는가. 두 김씨다. 전라도하고 경상도가 극악하게 싸우니까 충청도분들이 ‘우리가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진짜 멍청한 짓을 했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주장처럼 ‘멍청도’라는 표현이 없었다는 것, 그의 화살이 겨냥한 궁극적인 과녁은 충청도나 ‘충청도의 김씨’가 아니라 김대중·김영삼씨라는 사실이다. 홍부총재는 “발언취지에 대해 공감한다는 충청도민의 전화도 많았다”면서 상경시위와 항의전화가 잇따르는 이유를 “한 김씨가 ‘멍청함’이라는 표현 하나를 걸어 애향심을 악용한 충청도 묶어세우기를 한 탓”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직접표현만 없었을 뿐, ‘멍청도’라는 맥락을 깔고 3김 퇴진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오류를 저질렀다는 비난은 여전히 남는다.

 홍부총재는 참신하고 솔직하다는 대중적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정치권 일부에서는 ‘才가 지나치게 勝한 정치인’ ‘꾀주머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그에겐 정치이력에 견주어 구설수가 자주 따라붙는 편이다. 제1야당 대변인 시절 그 유명한 ‘이민우 구상’이 그의 ‘꾀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의혹은 아직 해명되지 않고 있지만, 그는 최근의 야권통합 논의과정에서도 평민당으로부터 ‘대표적 반통합분자’라는 혹평을 받으며 끊임없는 구설수에 올랐다. 그의 측근이 통합파 소장의원 노무현 의원에게 저지른 폭언사건과 ‘민주당 잔류 중부지역 신당창당설’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집안단속’ 탓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노무현의원에 대한 폭언사건이 벌어진 것은 통합방법론을 둘러싸고 당내에 격론이 일었던 지난 7월31일 정무회의의 다음날이었다. 전날 정무회의에서 ‘통합신중론자’인 홍부총재가 이총재의 ‘단독행보’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고 이를 제지하는 노무현의원과 언성을 높인 게 사단이었다. 다음날 이를 전해들은 홍씨 계열의 김모씨(전 민주당 청년실장)등 ‘청년 지지자’ 4명이 당사에서 노의원을 방에 몰아놓고 “청문회 스타면 다냐”며 폭언을 퍼부어 홍부총재의 체모를 단단히 손상시킨 것이다. 이 일로 그는 ‘어깨’부대를 거느리고 있다는 구설수에 휘말렸고, 그가 거느린 방대한 청년조직이 당안팎에 화제로 올랐다. 현재 ‘홍사덕 연구소’라는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는 홍부총재 주변에는 그의 저서 《새롭고 하나된 조국에의 길》에 감명받아 모였다는 회원 1천8백여명이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을 결성, 그를 후원하고 있다.

 평소 “양김씨의 그림자를 밟으며 93년을 맞는다는 건 시대정신에 대한 반역”이라고 개인적 소신을 피력해온 그는 ‘흥하는 통합과 망하는 통합론’이라는 야권통합론을 펼쳐왔다. 양김시대를 청산하는 통합은 흥하는 통합이요, 그렇지 않은 통합은 망하는 통합이라는 것이 그 요지다.

 그에 대한 개인적 평가가 엇갈리듯 그의 소신에 대한 정가의 평가도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젊은 정치인으로서 당당하다는 게 그 하나요, 이민우 총재를 모시면서 양김씨로부터 단단히 ‘물리침’을 당한 개인적 설움과 정치적 입지 때문에 반김대중과 반호남권정서를 묶어 자신의 정치영역을 찾으려 한다는 해석이 다른 하나다. ‘중부지역 신당창당설’이 거론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홍부총재에 대한 평가는 그의 세대교체론과 야권통합론에 대중들이 얼마만큼 공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한마디로 가변적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심야토론’발언에서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세대교체를 하자는 본뜻을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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