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개발, 미국의 4가지 선택
  • 워싱턴·이석렬 특파원 ()
  • 승인 1991.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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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적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金日成 정권의 핵무기 개발문제를 놓고 미국 정부는 “모든 외교적?경제적 노력을 다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입장이며 무력사용은 마지막 수단으로 미뤄두고 있다??고 공식태도를 표명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미국 정부의 공식태도와는 달리 연구기관 등 민간차원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생각보다 더 빨리 이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지체할 것 없이 당장 영변 핵시설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력침공 강경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 핵시설 파괴할 것인가
 과연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무력을 동원할 것인가. 영변의 핵시설 기습공격은 누가 언제 할 것인가. 미국이 무력을 사용한다면 한국 정부와는 물론 주변 여라 나라들과 사전 협의를 할 것인가. 이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미 의회 조사기관이 지난 11월18일 정책입안자료로 상·하원 의원들에 배포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을 훑어보면 된다.

 이 문서에 따르면 북한이 재처리시설 건설을 강행해 이를 완공했을 때 미국은 다음의 네 가지 대응을 취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첫째 미국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해 국제적인 경제봉쇄 등 제재를 가하도록 결의안을 낸다. 부시 행정부는 이 결의안을 92년 제출할 계획이다. 핵문제로 인한 경제봉쇄로 북한은 완전 고립상태에 빠지게 된다. 북한 경제는 더욱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런 사태가 빚어지면 북한 지배층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수도 있다.

 둘째 유엔 결의에 의한 유엔 참여 아래 북한에 대한 해상 및 공중 차단을 단행한다. 무력차단을 하다 보면 북한 군대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소련 중국 등의 지원을 받는 유엔의 집단행동에 북한이 감히 무력으로 대항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미국과 한국은 일본과 다른 우방들의 지원은 물론 소련과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는 데 노력해야 한다.

 셋째 영변 핵시설과 기타 다른 새 시설에 대한 선별적 공습을 감행해 이를 파괴하는 군사행동을 취한다. 한국 국방장관이 이와 같은 방법을 언급한 일도 있다. 걸프전 때 보았듯이 공군기들이 영변의 핵재처리 시설과 원자로를 선별공격하는 것은 효과적일 것이다.

 넷째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삼가하더라도 미국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 재래식무기나 핵무기를 동원해 군사력을 강화한다. 이 것은 북한의 핵무장 방지라은 미국의 기본 목표를 변형시킨 대응방안이다.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을 울 안에 가둬놓고 견제한다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된다. 군사력 증강을 위해서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제2단계 감축안(1993~1995년)이 유보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다음 계획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군사력을 증강한다면 서태평양 주둔 미군 유지비로 연간 2백억달러 내지 2백50억달러가 드는 현재의 예산보다 적어도 수십억달러가 더 들게 된다.

 미 의회가 이러한 방안들을 검토하는 가운데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무력사용 여부이다. 바그다드 교외 오시라크에 이라크가 건설한 핵시설을 이스라엘 전투기가 기습공격해 파괴했을 때 이라크는 군사력이 미치지 못해 당하고만 있었으나, 군사대국 북한이 가만히 있겠는가 하는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북한 핵 방치하면 한국?일본도 핵무장??
 미국이 이처럼 무력을 동원해서까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온 이유는 우선 평양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서울도 핵무장을 서두르게 되고 일본 또한 가만 있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핵무기 확산이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동아시아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주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 다음 이유로는 김일성 정권처럼 믿을 수 없는 ‘국제 테러수출국??이 핵무기를 만들어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 다른 나라에 팔아넘길 수도 있고, 또 국제터러단에 팔 가능성도 있다고 미국은 판단하는 것 같다. 완제품이 아니더라도 정제된 플루토늄을 국제적으로 암거래할 수 있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랜 냉전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자칫 대규모 충돌로 불길이 번질 수도 있는 지역분쟁을 사전에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군다나 걸프전에서 손쉽게 승리를 거둔 부시 대통령은 지금 어느 때보다 미국의 대북한 공격 가능성은 더욱 커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감에 차 있는 것으로 보이는 미국이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첩보인공위성이 찍은 사진과 북한에서 망명한 사람들의 증언이 고작이듯 아직도 북한의 핵개발 실체에 관해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 국방성 안보담당 전문가들조차도 확증을 묻는 질문에 다만“총체적 정보??라는 식으로 대답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국무부 고위 관리는 영변 핵시설이라는 것이 굴뚝과 콘크리트 건물을 벗겨보면 텅 빈 것일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세계 여론, 미국의 북한응징 지지할지 의문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두 번째 딜레마는 과연 세계 여론이 미국의 대북한 무력제재를 지지하겠는가 하는 문제다. 미 의회 조사국이 가정한 대로 북한응징 안건을 유엔 안보리에 상정했을 경우 미국은 기대한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는 점이 무력제재에 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최대 반론이 되고 있다.

 이라크의 경우는 쿠웨이트 침공과 산유국으로 선진국의 이해가 걸려 있어 소련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으나 북한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 등 제3세계 여러 나라는 북한에 대한 집단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중국은 인권문제로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데다가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이 천안문사태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북경을 방문해 북한 핵개발 문제를 놓고 협조를 요청했을 때 중국 지도자들이 이를 약속했으나 어디까지 공동보조를 취하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지난달 25일 상원 청문회에 나와 증언한 미국과학자협회 회장 제롬 스톤 박사는 내년 초 金正日이 북경을 방문할 계획인데, 권력의 세습승계 인정을 꺼려온 중국 지도자들이 세습을 인정해주는 대신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스톤 박사는 아울러 중국의 압력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것이 더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이 관계개선의 선결조건으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의 수락을 고집하는 한 북한이 이를 쉽게 외면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측 요구를 들어주고 관계개선의 실마리가 풀리면 평양정권은 식민지통치에 대한 보상금으로 적어도 1백억달러에 가까운 거금을 받게 될 것이고, 이 돈은 북한경제를 소생시키는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핵문제를 놓고 북한이 미국과 맞서 오랫동안 시간을 끌수록 사태는 점점 평양쪽에 불리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증론이고 보면, 때를 맞춰 가장 효과있게 핵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북한의 외교적 승리가 될 수도 있다. 이같은 점에서 국가적 환상의 너울을 남이 처서 부수기 전에 제 손으로 걷어내는 용기와 지혜를 워싱턴에서는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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