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문화매체로 바꿔야 한다”
  • 성우제 기자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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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金文煥 교수 ‘여가시대의 대중문화정책’ 발표에서 주장



 “인간은 여가시간의 활용을 통해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또 그가 속해 있는 사회의 생산적인 일원으로서의 자기 가치를 고양할 수 있다.” 70년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채택된 ‘여가헌장’은 여가의 기능을 위와 같이 적시하고 있다. 20세기의 급속한 기술혁신은 생산성을 증대시켰고, 이는 여가의 증대를 가능케 했다. 여가가 일부 유한계급의 독점물이 아니라 압도적 다수의 대중에 의해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여가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월26일 ‘21세기위원회’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다원사회의 교육과 문화’ 토론회에서 ‘여가시대의 대중문화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제2부 발표자로 나선 서울대 金文煥 교수(미학)는 여가와 관련한 대중문화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김교수는 대주의 개념을 “미분화되고 무능력한 존재, 기계화·관료제화된 사회에서 자기 의미를 상실한 종속적이고 몰개성화된 존재”라고 보는 정의에 유념하여, 이런 성격의 대중을 위한 여가 문화정책을 어떻게 세울 수 있을 것인가를 살피고 있다. 김교수는 대중문화와 매스컴의 관계가 필연적이라는 입장에서 주로 매스컴, 그 중에서도 방송에 주목한다. 매스컴은 현대사회에서 대량 생산·확산·소비되는 대중문화를 전다하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90년 4월, 방송위원회가 출판한 《방송제도 연구보고서》는 “방송이념은 방송을 문화매체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선언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방송은 “해방 이후 공보매체로서만 규정되고 있기 때문에 문화매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중문화로서의 방송문화는 관료주의와 상업주의의 특성이 표현되는 문화이다. 또다른 특성은 기술·조직·제도까지 미국·일본 방송문화의 서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그 제도와 조직구조는 서울에서 일방적으로 확산되는 형태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중문화는 미국·일본의 대중문화에 다름아니며, 방송국이 여의도에 집중, 폐쇄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는 비대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김교수는 보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김교수는 두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첫째는 미디어 정책과 행정은 자율의 영역을 넓혀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 선진국형의 문화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국가 문화정책 및 행정 기구로서 공보 지향의 매체국 대신 문화매체국 혹은 문화산업국을 문화부 내에 신설하는 것이다.

 방송이 문화매체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 개혁도 요구되지만 독립된 문화채널과 함께, 방송매체가 스스로 예술매체로서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시도의 하나로서 ‘텔레콤 아트(■■■■)’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김교수는 주장한다. 텔레콤 아트는 현대 문화 예술의 특징을 첨예하게 드러내는 것이므로 내년 대전 엑스포를 통해 이 작업을 착수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김교수는 “일반 국민은 물론 문화예술인들의 다양성·다원성·창의성이 방송의 문화매체로이 전환에 필수적이며, 민중문화와의 연계도 이런 각도에서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방송 이외에 대중문화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여건, 즉 교육·정치·경제·문화환경 변화 등도 여가시대와 관련하여 눈여겨 보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생애학습(평생교육)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공교육만큼이나 요청되며, 공공 문화시설의 확충과 지방도시에 핵이 될 만한 종합문화시설을 갖추고 문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김교수는 주장한다.

 김교수는 여가시대의 대중문화를 고려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또다른 사항으로 생활 문화 영역을 들고 있다. 수면·식사·의복 등 생활 필수행동에 여가행동적 성격의 침투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문화산업’ 진흥의 접근방식을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부를 좀더 광의의 문화개념을 위한 행정부서로 전환시키는 일을 미롯해서 문화, 곧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노력이 행정 전반의 목표로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교수는 대중이 스스로 자발적 문화를 폭넓게 전개할 수 있게 하는 ‘환경조성’ 방법으로 면세 형식의 간접 지원과 은행보증 장치를 문화산업에 마련해주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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