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핵논쟁’ 새 국면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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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6월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겠다는 의사를 정식으로 통보한 지 이틀만에 미국 정부로부터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설이 흘러나오면서 한반도의 핵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빈주재 우리 대사관이 외무부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IAEA 이사회(10~14일) 참석차 빈을 방문중인 북한 특사 陳忠國· 대사가 7일 하오 한스 브릭스 IAEA 사무총장을 만나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진대사는 “7월 중순부터 협상을 시작, 9월 열릴 IAEA 총회에서 승인을 받는대로 협정에 승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6월 9일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핵무기를 철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금껏 ‘확인도 부인도 않는다’(NCND)로 일관해 온 미국 정부의 대 한반도 핵정책에 일대변화를 예고함은 물론 북한의 주한미군 핵철수 요구사항을 수용한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85년 12월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이후 지금껏 IAEA와의 핵안전협정 체결을 거부해왔으며  그 이유로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불사용 보장을 요구해왔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북한의 핵사찰문제, 나아가 한반도의 핵문제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진전이 최근 관련 당사국의 동향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한반도 시찰단을 이끌고 북경과 북한을 들러 서울에 왔던 미 캘리포니아대의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는 ‘한반도 핵무기 불필요론’을 주장했다. 또 이달초 <뉴욕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해 주한미군 핵의 철수를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이 핵안전협정 서명에 응하기로 한 것은, 본질적으로 국제적 압력에 따른 자구책이지만 이같은 미국내 여론을 의식, 미리 선수를 쳐 향후 한반도 ‘비핵지대화론’으로 공세적 전환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현재 미국을 방문중인 韓時海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6월5일 리처드 솔로몬 국무부 亞·太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한 모종의 ‘교감’에 근거하지 않았겠느냐 하는 분석도 있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金南植 “한시해가 미국측의 분위기를 본국에 전달했고 그에 따라 핵안전협정 서명결정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북한이 앞으로 한반도 비핵지대화론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핵사찰문제에 대한 북한의 진의는 앞으로 IAEA와의 협상과정에서 검증되겠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는 핵안전협정에 대한 서명뿐 아니라 핵연료재처리시설의 포기까지 북한에 요구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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