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이완용 재산'환수'운동
  • 정희상 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199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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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모임'공청회서"국가귀속 적법"결론…가을 국회에 특별법 상정 계획

지난해 8월29일《시사저널》제148호 커버스토리'이완용후손 재산찾기 연쇄소송'기사로부터 비롯된 이완용명의 재산의 처리를 둘러싼 논쟁이 10개월 만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7월1일'이완용재산 국고환수추진 의원모임'(이하 의원모임)이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이 날 공청회는,《시사저널》보도가 나간 이후에도 이완용의 증손 이윤형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잇달아 이겨 각지의 이완용 명의 부동산들을 되찾게 되자 이를 저지하기 우한 의원모임의 뜻에 따라 개최됐다. 민자당 박명환 . 구천서 . 김호일 의원과 민주당 김원웅 . 제정구 의원이 주축이 된 의원모임은 공청회에 앞서 국회의원 1백27명으로부터 특위구성과 특별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서명을 받았다.

 이 날 공청회는 6백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신용하(서울대 . 역사학) 한상범(동국대 . 법학)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박명환 . 제정구 의원, 김우종씨(전 반민특위 간부), 김봉우씨(반민족문제연구소장), 정경희씨(<한국일보> 논설위원) 등의 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열띤 토론 속에 한결같이"매국노 이완용의 재산은 당연히 국고에 환수돼야 하며 이를 위해 국회에서 특별입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제발표를 한 한상범 교수는 그동안 이완용 명의의 재산을 몰수할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소급입법 금지조항과 어긋난다는 일부 법리논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한교수는"민족반역자나 전쟁범죄자에게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사후입법으로 처벌한 사례는 국제적인 관행이자 69년 유엔협약에서도 채택된 내용이다. 독일연방의회는 독일헌법의 특례를 인정했으며 79년 독일 헌법재판소는 이를 합헌판정했다"라고 밝혔다. 국제법 관례가 국내법 일부 조항과 상치될 때 국제법을 우선하는 원칙이 헌법학계의 통설이라는 것이다.

재산공개 파동 의원은 서명 불참
 이밖에도 이 날 공청회는 77년'반국가행위자에 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김형욱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의 재산을 몰수한 국내 사례라든지, 미군정령 33호에 의해 일본인 재산을 국유화한 사례 등을 거론하면서 특별법 제정이 역사적 . 법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은 특별법 제정에 서명한 의원명단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일부 시민은 지역구에 내려가 서명에 불참한 의원들을 소환 . 규탄하는 운동을 벌이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공청회가 끝난 후 서명에 불참한 의원 일부가 서명자 명단에 새로 끼기도 했다. 현역 국회 의원 중 이완용 가문인 우봉 이씨는 민자당에 2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도 선대가 친일을 통해 축재한 부류와, 지난 재산 공개 파동 때 여론의 질책을 받은 부동산 과다 보유 의원도 서명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모임측은 이번 공청회를 계기로 특별법 제정의 법리적 장애 요인을 정면 돌파했다는 판단에 따라 올 가을 정기국회에 특별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제헌절(7월17일)을 기해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의 서명을 마치고 언론에 공개한 뒤 민자 . 민주 양당의 결의로 특위를 구성한다는 순서를 잡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국의 각 시민단체와 연대해 범국민 서명운동도 착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의원모임 산파역으로 이번에 특별법 준비를 주도하고 있는 만주당 김원웅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49년 반민특위가 좌절된 이후 친일잔재 척결 문제가 제도권 안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되는 데 44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이 새로운 흐름을 인정하고 키워나가야 하며, 이번에도 특별법 제정이 좌절되면 민족 정기에 또 한번 상처를 입힐 뿐이라는 결연한 의지로 이 일을 성사시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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