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의 애틋한 고향 사랑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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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최원식 교수 1위…여성 부문은 박승숙 시의회 의장
 
최원식 교수(인하대·국문학)라고 하면, 지식인들은 대개 <창작과 비평>(창비)을 떠올린다. 군사독재 시절부터 진보적 담론의 산실인 창비에서 최원식 교수는 1970년대 후반부터 민족문학론을 이론적으로 받치는 비평을 내놓았다. 백낙청 교수(서울대·영문학)와 더불어 창비의 ‘대표 선수’이다.

그의 평론집 <문학의 귀환>(창비사 2001년 발간)에 실린 평론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회통(會通)‘은 2004년에 지난 5년간 나온 문학 평론 가운데 최고의 평론으로 평가되었다. 교수신문이 ‘비평의 전범을 찾아’라는 기획을 통해 문학과 인문사회, 미술, 과학 분야 별로 전문가 20여명에게 후보 추천을 의뢰했는데, 그의 비평이 가장 많은 추천(11명)을 받았다.

이런 최원식 교수가 인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6.2%)으로 뽑혔다. 현재 최원식 교수는 요즘 문화예술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대로 ‘공익 근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인천시가 지난해 12월 출범시킨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맡아 상근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대표 맡아 ‘공익 근무’ 중

선비형 지식인인 최교수가 대표이사를 맡은 데는 이유가 있다. 문화재단을 출범시키자는 의견이 제일 먼저 인천의 문화예술·시민사회계에서 나올 정도로 인천의 숙원 사업인 데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서 본인이 느낀 고민 때문이다. 최교수는 “인천의 최대 문제는 정주성이다. 살 터전이라기보다는 잠깐 머무르다 떠나가는 곳으로 여긴다.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많은데 채우지 못하니까 떠난다. 삶의 질이 곧 문화이다. 인천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시의회에서 보고할 때 수치를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선비’가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맡은 이유이다.

최원식 ‘대표이사’는 각 장르의 예술이 서로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인천의 문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여러 예술가들을 두루 만나고 있다. 그의 사무실 칠판에는 내로라 하는 인천 지역 예술가들과의 약속 일정이 빼곡히 차 있었다. 최원식 대표이사는 ‘두터운 시민·생활 예술의 토대를 만들고, 제대로 된 고급 문화의 꽃을 피우는 것, 각 장르마다 예술 향수층을 두텁게 육성하고, 각 예술마다 예술 평가 시스템(비평 기제)을 작동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원식 교수 외에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로는 계간지 <황해문화>를 펴내고 있는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4.8%)과 김인성 인천예총회장(3.2%)이 지목되었다.

 
인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는 박승숙 인천시의회 의장(23.0%)과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19.4%)이 주로 거론되었다. 인천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부문에서 4위에 오르기도 한 박승숙 의장은 3선 시의원으로서 ‘인천의 여걸’로 소문 나 있다. 인천여고 시절부터 정치에 뜻을 두었는데, 가정주부였던 40대 시절부터 정당 활동에 열심이었다. 한나라당 전신인 정당들에서 16년 동안 시당 여성위원장을 맡았고, 1988년부터 지금까지 인천여고 총동창회장을 맡고 있으니 박의장이 얼마나 ‘여장부’인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16개 광역시·도 의회에서 여성이 의장을 맡고 있는 곳은 인천시의회가 유일하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은 언론사·대학·병원(경인일보·경원대·길병원 등)의 오너로서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유명한 여성계 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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