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힘’ 돋운 카지노 대박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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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강원랜드 ‘으뜸’…2위는 두산

 
강원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에는 강원랜드(31.8%)가 뽑혔다. 강원랜드 메인 카지노는 한때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동원 탄좌 자리에 있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면 사북읍, 1980년 먹고살기 위해 막장 인생들이 들고 일어났던 사북 사태의 한복판이다. 이제는 검은 탄가루 대신 형형색색의 카지노 칩들이 사북의 상징이 되었다.  

강원 지역 전문가들이 강원랜드를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꼽은 데는 지역 경제에 ‘잭팟’을 터뜨리는 ‘강원랜드의 힘’ 때문이다. 현재 강원랜드 종업원은 4천32명. 이 가운데 2천6백21명(64%)이 정선·태백·영월·삼척 등 폐광 지역 출신 주민들이다.

또한 강원랜드가 발주하는 공사는 지역 건설업체에게 30% 이상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10억원 미만의 공사 입찰은 아예 참가 자격을 폐광지역 내 업체로 한정했다. 이렇게 해서 강원랜드가 지금까지 발주한 8천2백16억원의 공사 가운데 2천3백60억원을 지역 업체가 수주했다.

‘콤프’ 등 지역밀착형 경영 주효

강원랜드가 지역 경제에 숨통을 틔게 한 데는 콤프(comp)도 한몫을 하고 있다. 카지노 이용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숙박·식음료 서비스인 콤프를 지역 상가에서도 사용하게 했다. 콤프를 사용함으로써 지역 영세 상가 7백71곳이 연간 50억원의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강원랜드는 지방 살림도 살찌웠다. 2000년 스몰카지노를 개장한 이래 강원랜드는 지금까지 폐광지역 개발기금으로 1천4백11억원, 지방세로 5백81억원을 냈다. 
하지만 도박장 기업이라는 한계도 있었다. 카지노가 지난해 기준으로 7천5백억원 매출을 올릴 만큼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도박 외에 이렇다 할 놀이 시설이 없다는 것이 강원랜드의 약점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골프장 개장을 시작으로 강원랜드는 가족형 종합 리조트 타운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스몰카지노 시설을 ‘골프텔’로 바꾸고, 33만평 규모의 골프장을 열었다. 내년 12월에는 총 1백51만평 규모의 스키장도 개장한다. 스키장 개장과 함께 철도공사는 스키 열차를 운행할 계획이다. 강원랜드로서는 제2의 도약이다.

이런 도약을 진두지휘하는 김진모 강원랜드 사장(10.8%)이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뽑혔다. 김사장은 강원도 동해가 고향이다. 정통 관료(동력자원부) 출신으로 에너지통인 그는 1995년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이사장을 지내며 강원랜드 탄생에 산파역을 맡았다. 2003년 사외 이사·소액 주주·지역 인사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가 처음으로 실시한 사장공모제를 통해 4대 사장에 취임했다.

역대 사장과 달리 그는 철저하게 ‘지역 밀착 경영론’을 펴고 있다. 콤프 사용 확대를 전격 결정한 것이나, 연간 24억원에 달하는 직원들의 식재료를 현지 재래 시장에서 구입하게 한 것이 모두 그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되었다.

 
김사장 취임 이후 강원랜드는 사회복지사업도 확대했다. 폐광 지역에 공부방을 만들어주고, 불우 어린이 치료를 지원하는 등 강원랜드는 올해에만 복지사업비로 65억원 정도를 집행할 예정이다.

이런 지역밀착형 경영은 지역뿐 아니라 그도 살렸다. 강원랜드 최대 주주는 산업자원부 산하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그의 말을 빌리면, 사장 자리는 청탁과 외풍이 심할 수밖에 없는 바늘방석이다. 지난해 말 김사장은 산자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불명예 퇴진은 할 수 없다며 외풍에 맞섰다. 이때  그에게 가장 큰 바람막이가 되어 준 것이 바로 지역민들이었다. 결국 그는 외풍에 맞서 살아 남았다. 다른 공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사장은 “투명 경영 틀을 만들어, 누가 와도 강원랜드가 제대로 운영되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강원랜드에 이어 영향력 있는 기업에는 두산그룹(21.6%)과 동부그룹(9.8%)이 뽑혔다. 두산그룹이 강원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뽑힌 것은 계열사인 두산주류BG 덕분이다.

1993년 두산은 강원도의 대표 술인 경월소주를 인수했다. 강원도 산을 상표에 담은 ‘경월그린’과 ‘산’ 소주를 내놓으면서 두산주류BG는 지역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할 만큼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두산이 소유한 경포골프장을 매각하면서, 지역민들로부터 불매운동을 당해, 한때 지역 시장 점유율이 4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두산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2003년 지역발전기금 20억원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강릉국제민속제 때 2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김진모·김준기, 기업인 영향력 1·2위

텃밭에서는 외면받았지만, 두산소주는 해외에서 히트했다. 일본에서는 경월그린이 한국의 대표적인 고급 소주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해부터 일본 언론사의 두산주류BG 강릉 공장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두산그룹에 이어 영향력 있는 기업에 뽑힌 동부그룹(9.8%)은 본사를 서울에 두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민들은 동부그룹을 강원도의 대표적인 대기업으로 여긴다. 창업자인 김준기 회장이 이 지역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회장의 고향은 강원도 동해이다.

김진모 강원랜드 사장에 이어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오른 김준기 회장(9.0%)은 고려대 경제학과에 다니던 스물네 살에 미륭건설(동부건설 전신)을 창업했다. 당시 창업 자금은 2천5백만원. 친지들에게 빌린 돈이 전부였다. 1971년에는 지금도 강원 도민들의 발이 되고 있는 동부고속을 창업하면서 동부신화를 일구어냈다.

김회장에 이어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한기선 두산주류BG사장(5.6%)과 강원도민회장을 맡고 있는 윤세영 SBS 회장(3.2%)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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