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은인 때문에 ‘으악’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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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악재로 지지율 추락…“정부가 노조 압박하면 강력 대처”
 
노동계에서 악재가 터질 때마다 민주노동당(민노당)은 곤혹스럽다. 노조와 민주노동당이 한 몸이라는 인식이 강해 비판이 당으로 쏟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노동계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진 직후면 지지율이 1~2%씩 떨어지곤 했다. 총선 때 20%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최근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 문제처럼 노동 분야에서 일이 터지면 조직이 다르고 결정 주체도 다른데도 당으로 전화가 연달아 걸려온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 사태 때도 ‘제발 싸우지 말라’는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라고 말했다.

김창현 당 사무총장은 “실제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다. 당 조직에 대해 설명하지만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 정국 주도력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지지율을 반등시킬 기회를 찾기 어렵다. 솔직히 악재 수비에 급급했다”라고 말했다. 노동계가 진보 정당의 성장에 기여했지만, 거꾸로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민노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민노당의 독특한 대의원 제도를 알 필요가 있다. 민노당은 현재 지역 대의원과 부문 대의원을 2 대 1 비율로 하고 있다. 부문 대의원으로 지역 대의원의 28%를 민주노총에, 14%를 전농에 각각 할당하고 있다(예를 들어 지역 대의원을 100명으로 하고, 부문 대의원을 50명으로 할 경우, 부문 대의원 가운데  28명은 노동 부문이, 14명은 농민 부문이 차지한다. 부문 대의원의 나머지 8명은 여성·장애인·성소수자 등 기타 부문이 차지한다). 또 노동 담당 최고위원과 농민 담당 최고위원의 경우는 각각 민주노총과 전농으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다른 최고의원들을 경선으로 뽑는 것과 달리 찬반 투표만을 한다.

이런 독특한 구조는 민주노총이 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또한 당이 노동 문제에 대한 당론을 정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교섭 등 현안에 대해 당이 쉽게 당론을 정하지 못한 한 이유이기도 하다.

민노당 “노조 스스로 썩은 사과 골라내라”

이런 부문 할당 비율을 조정하는 문제가 당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당 내부에 할당 취지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할당을 유지하자는 측은 노동자 중심성을 견지하기 위해 할당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다른 측은 애초 부문 할당의 취지가 소수자를 배려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여성·장애인·성소수자 등 다른 소수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노동·농민 할당 비율을 낮추자는 주장이었다.

부문 할당 대의원을 선출하는 절차가 불명확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동 부문 대의원으로 추천된 사람 가운데 당원이 아닌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문 할당 절차 규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동·농민 부문 할당 비율과 절차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당원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지역에서 선출된 대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김창현 민노당 사무총장은 “부문 할당 문제는 논의가 시작되어 6월 중앙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간다. 상당히 민감한 문제여서 전체 당원의 뜻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노조 간부 비리 문제에 대해서는 자정과 혁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승하 민노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썩은 사과 한 개가 사과 상자를 송두리째 썩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조 스스로 썩은 사과를 골라내 자정 노력을 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원단도 노동계 내부의 자정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노조에 대한 정부 규제를 언급하자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노동계에 비판할 것을 비판하겠지만 정부가 몇몇 노조 문제를 근거로 해서 노조의 자주성을 훼손하려거나 몰아붙이려고 한다면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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