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경영으로 이룬 '인테리어 신화'
  • 장영희 전문기자 (vsisapress.como.kr)
  • 승인 2005.05.0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강소 기업6]물류 자동화로·고객 만족 극대화…외주 업체와도 지속적 ‘윈-윈’

까사미아는 어떤 기업인가

■비전:실용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글로벌 인테리어 기업
■주생산품:가구·침구·소품 등 3천여개 아이템.아동·청소년·중장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침실·거실·주방·욕실에 맞는 인테리어 제품 및 코디네이션 아이템.
■본사·영업점·창고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물류자동화 시스템 구축
■종업원:250명(직영점 13개·백화점 입점 5개·대리점 70여개)

프랑스 건축가 코르뷔제가 집을 ‘살기 위한 기계’라고 했던가. 집이야말로 살기 좋은 구조와 사는 이의 감각이 살아 있는 창의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주식회사 까사미아는 ‘나의 집’이라는 뜻처럼, 집을 집답게 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상품화한 기업이다.

지난 5월7일 일산 새 사옥 준공에 맞추어 선보인 4개 층 6백 평짜리 일산 직영 매장에는 이 회사가 제안하는 모든 연령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볼 수 있었다. 어린이는 까사미아키즈, 청소년은 마르코, 신혼부부는 페로 같은  브랜드로 그들의 취향과 감각을 한껏 살린 가구와 침구류, 각종 인테리어 소품이 공간 별로 패키지로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까사미아 제품이 없는 집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인테리어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단순히 가구 파는 회사에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회사로 변신했다는 까사미아도 시작은 보잘 것이 없었다.

1982년 말 압구정동 7평 매장이 출발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부인이 부업으로 시작했던 구멍가게를 남편이 이어받은 것이 까사미아였다.
 
이현구 사장(56)은 건강이 좋지 않아 1983년 말 10년 다니던 회사(제일합섬)를 그만두고 잠시 쉬러 일본 여행을 떠났다. 그 곳에서 이사장은 이거다 싶었다. 어디를 가도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의 인테리어 제품이 즐비했던 것이다. 당시 일본에는 인테리어숍이 2천개가 넘었다.

 
불원간 한국에도 이 물결이 상륙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는데, 돌아와 인테리어 관련 서적을 뒤지고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스스로 보잘것없다는 이사장의 미적 감각을 적극 보완해준 이는 현재 까사미아 디자인연구소장이자 상품개발 책임자인 부인이었다.

까사미아는 1984년 신세계백화점 입점에 성공하면서 주부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고 이들의 입소문 덕을 톡톡히 보았다. 경기도 광주에 공장을 짓고 영업점을 확대하는 등 순항하는가 싶었던 이 회사에도 시련이 찾아왔다. 1980년대 말 노사 관계가 악화하면서 생산 및 납기에 차질을 빚었던 것이다. 이사장은 차라리 공장을 없애고 아웃소싱하는 것이 소량 다품종인 회사 특성에 맞다고 판단하고 공장을 생산과장에게 분사했다.

공장 떼내고 기획·마케팅에 주력

1991년부터 까사미아는 국내에 자체 공장이 없는 회사가 되었다. 2003년 중국 상하이에 생산 기지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른바 ‘기획·마케팅 회사’로 변모했다. 생산과 판매가 제조업체의 두 축이라는 사회 통념에 비추어보면 한 축이 빠진 기형이지만 까사미아는 더 효율적인 회사로 거듭났다.

3천여 가지나 되는 제품 생산을 전량 아웃소싱하는데도 문제가 없는 것은 외주 공장과의 협업 시스템이 잘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처음 몇 년 간은 매우 불안정했다. 하지만 협업 시스템이 두 회사 모두에 이익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파트너십과 신뢰를 쌓았다”라고 말했다.

이런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사실 외주 경영은 이점이 많다. 우선 공장 가동 비용이라는 고정비가 들지 않으며, 상품 개발 범위에 제한을 받지 않고 개발 기간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아웃소싱, 나아가 글로벌 아웃소싱이 까사미아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나아갈 길이라고 제시했다. 직원들을 1년 내내 출장 보내며 글로벌 아웃소싱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부심하는 것도 미래 생존 전략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데에는 IT(정보 기술)화를 빼놓을 수 없다. 까사미아는 본사와 영업점과 물류센터가 전산망으로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가령 서울 압구정점에서 침대를 판매했다는 정보를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에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본사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에 전송되고, 동시에 물류센터에 구축된 물류자동화시스템(WMS)에 제품 출하 지시가 뜬다.

 
러면 물류센터의 ‘말 잘듣고 힘이 세며 심지어 똑똑한’ 스텍커크레인은 물류자동화시스템의 지시를 받고 제품 뱅크에서 침대를 빼내온다. 키가 30m나 되는 크레인은 쉴새없이 외주 업체나 수입된 상품을 제품 뱅크에 넣고 영업점에서 판매한 상품을 빼내는 일을 수행한다.

까사미아는 올 1월 회사와 외주 업체를 연결하는 공급망관리시스템(SCM)을 구축함으로써 IT화의 완결 구조를 갖추었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지난 10년간 IT 분야에 100억원이 넘게 투자해온 것이다. 회사의 전과정이 통합 운영되는 이점은 실로 막대하다. 우선 인력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재고와 생산 관리를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어떤 제품이 얼마나 팔리고 남아 있는가를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월 매출액의 절반에 불과한 재고를 갖고도 영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우수 고객에 대한 정기 사은 행사 외에 재고를 밀어내는 세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6만 열성 고객이 가장 큰 자산

당연히 정상가 판매율이 높아져 이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까사미아의 영업이익률은 10%에 육박하는데, 동종 업계의 두배 가깝다. 이뿐만이 아니다. 3~4년 전만 해도 4.5%나 되었던 매출액 대비 운송비를 2.1%로 줄였으며 재고 회전율을 연 12배로 높였다. 배송 기간이 이틀에서 하루로 짧아졌으니 고객 만족도도 높아졌다.

중고가인 까사미아 제품들이 경쟁 업체보다 평균 20~30% 비싼데도 이 회사가 성장세를 구가하는 요인으로는 체계화한 고객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10년 전부터 고객관계관리시스템(CRM)을 구축해 활성(active) 고객을 관리해왔고, 현재 이 26만명의 열성 고객들은 까사미아의 가장 큰 자산이자 핵심 역량이다.

고객의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것에는 이 회사가 ‘기본(basic)과 단순함(simple)’으로 대표되는 ‘까사미아 스타일’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우리는 인테리어 업계의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 기업을 지향한다. 독창성을 유지할 때만 살아 남는다. 우리가 디자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의 고성장세를 재현하기 위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직영점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는 이사장에게 CEO로서의 고민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2003년에 론칭한 고가 브랜드인 ‘살림’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지난해 야심 차게 추진한 주택리모델링 사업이 답보 상태다.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걱정스럽고 위협적인 것은 외국 업체의 본격 진출이다.”

스웨덴의 이케아, 미국의 크리에이트엔배럴과 포터리반, 프랑스의 헤비타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진출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이사장은 이들 절대 강자와 맞설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기르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