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 폐지는 바보 같은 짓”
  • 이문재 편집위원 (moon@sisapress.com)
  • 승인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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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선 선수촌장 “미국·일본, 엘리트 체육 강화하고 있다”



장창선 태릉선수촌장(62·사진)은 선수들과 함께 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남자 숙소에서 자고, 주말에 귀가한다. 아침 6시면 운동장에 나가 선수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1964년 도쿄올림픽 레슬링 은메달, 1996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는 1974년부터 레슬링팀 코치로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선수촌은 1966년 문을 열었다).


2000년 1월, 선수촌장 자리에 앉은 그는 지도자들이 젊은 선수들을 따라가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스파르타식 훈련이나 애국심, 헝그리 정신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촌장은 선수들에게 “너 자신을 위해 좋은 성적을 거두라”고 충고하곤 한다.


지난 8월, 국가 대표 선수와 지도자 들이 훈련을 거부한 ‘사건’에 대해 묻자 장촌장은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가 월드컵을 계기로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코치와 감독이 문제 제기를 한 이후, 선수 일당은 1만5천원으로, 소속이 없는 코치 월급은 2백50만원으로 올랐다. 장촌장은 한·일월드컵 축구 대표 선수들의 병역 혜택이 다른 종목 선수들과 형평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엘리트 체육에 대한 비판은 줄곧 태릉선수촌 폐지론과 맞물려 왔다. 장촌장은 “선수촌을 없앤다면 세계 상위권은 불가능하다”라며 일본과 미국의 예를 들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이후 문을 닫았던 선수촌과 스포츠과학센터를 지난해 다시 세웠으며, 미국도 오래 전부터 샌디에이고에 스프링 캠프를 운영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금메달 80개 이상,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1998년 아시안게임 이후 종합 2위의 의미는 그 이전과 같지 않다. 중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촌장은 “중국은 체육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는 1986년 아시안게임 이후 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태릉선수촌 입구에는 ‘월드컵의 열기를 부산아시아드로’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장촌장은 월드컵 열기가 부담스러운 듯했다. 대표 선수나 지도자 들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의 환호가 부산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좋은 성과를 거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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