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인 신부는 노무현·문재인 중 누구를 좋아할까
  •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4 08:00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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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다. 혹자는 난세(亂世)라 부른다. 갈피를 못 잡고, 갈 길을 못 정한 채 방황하는, 우왕좌왕하는 시대다. 시사저널은 2019년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특별기획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계 원로(元老) 30인의 ‘대한민국, 길을 묻다’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연재 순서는 인터뷰한 시점에 맞춰 정해졌다. ⓛ조정래 작가 ②송월주 스님 ③조순 전 부총리 ④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⑤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⑥김원기 전 국회의장 ⑦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⑧박찬종 변호사 ⑨윤후정 초대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⑩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⑪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⑫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⑬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⑭이종찬 전 국회의원 ⑮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⑯ 박관용 전 국회의장 ⑰ 송기인 신부 

2007년 12월6일 노무현 대통령이 송기인 전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왼쪽), 문재인 비서실장(뒤)과 함께 청와대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2007년 12월6일 노무현 대통령이 송기인 전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왼쪽), 문재인 비서실장(뒤)과 함께 청와대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송기인 신부는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정보부와 검경에 48번 잡혀 갔다. 직접 세본 게 아니라 ‘그쪽’에서 서류에 그렇게 써놨다고 한다. ‘고문도 많이 당하셨냐’는 질문에 송 신부는 “절대 밖에 나가서 얘기하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웃음을 지은 후 “잠을 안 재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답했다. 왜 이런 고난의 길을 걸어온 걸까.

“모든 사람이 각자 할 일만 다하면 돼요. 농부는 농사를, 정치인은 정치를, 법률가는 법을, 신부는 성직자의 일을 하면 되죠. 그런데 한쪽이 너무 안 될 때는 그쪽을 지원해야 되잖아요. 정치가 썩었으면 그걸 도려내야 될 거 아니에요,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회 참여를 하게 된 거죠.”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탁자에 놓인 사진첩을 꺼냈다. 노무현·문재인 변호사와 함께했던 시절 결연한 모습에서부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까지 송 신부 개인은 물론 한국 현대사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보며 얘기를 나누던 중 곁에 있던 지인으로부터 “신부님께서는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가운데 어떤 분을 더 좋아하시는지 여쭤봐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여러 차례 여쭤봤는데 좀체 말씀을 안 해 주신다”며 “꼭 좀 여쭤봐 달라”는 웃음 섞인 ‘청탁’이었다. 송 신부는 이번에도 웃음을 지으며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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