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중천 “‘김학의 사건’, 최순실과도 관계 있다”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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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천 단독 인터뷰 “내가 입 열면 여러 사람 피곤해진다”

‘김학의 사건’ 핵심 관계자인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대표가 “최순실이 이 사건과 관계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검 진상조사단이 3월26일 공개한 제보 편지와 관련 있는 박충근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에 대해 “새롭게 나온 사람이 아니다. 지난(2013년) 조사에서 이미 언급된 인물이다”고 밝혔다(시사저널 3월26일자 ‘[단독] ‘김학의 사건’에 박충근 전 차장검사 등장하는 이유’ 기사 참조).

성범죄가 이뤄진 문제의 별장을 여전히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해명했다. 현재 별장의 등기상 소유주는 A씨와 B씨 2명이다. A씨는 “윤 전 대표의 요구에 따라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면서 “윤 전 대표가 별장에 대한 무상 임대차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뒤 별장에서 펜션 사업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김학의·윤중천 특수강간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지목된 강원도 원주시 별장. ⓒ시사저널 임준선
'김학의·윤중천 특수강간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지목된 강원도 원주시 별장.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은 지난 3월26일 강남 인근에서 윤 전 대표를 만났다. 기자는 윤 전 대표의 사무실이 강남역 인근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3월25일부터 강남역 인근을 탐문 취재하던 중이었다. 26일 오후 5시경, 강남역 4번 출구 인근 커피숍에서 윤 전 대표를 포착했다. 윤 전 대표는 지인과 함께 있었는데 심각한 얘기를 나누는 듯했고, 대화 도중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윤 전 대표는 30~40분가량 대화를 나눈 후 강남역 뒤쪽 아파트 단지로 이동했다.

 

추적 취재 중 강남역 인근에서 윤중천 만나

기자는 윤 전 대표에게 신분을 밝히고 최근 새롭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기자 : 진상조사단을 통해 새로운 인물이 언급되고 있다. 한상대(전 검찰총장), 윤갑근(전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이름이 나왔는데.

윤 전 대표 : 지금은 말할 수 없다.

기자 : 최순실씨가 이 사건에 연관돼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윤 전 대표 : ....

기자 : 오늘(3월26일) 진상조사단이 제보 편지를 공개했는데, 여기에 언급된 인물이 누구인가?

윤 전 대표 : 제보 편지 내용을 아직 보지 못했다. 뭐라고 나와 있던가?

기자 : 김학의 전 법무차관을 당신(윤 전 대표)에게 소개해 준 인물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 있다. 당시 춘전지검에 근무했고, 사법연수원 17기로 추정된다. 이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인물이 언급됐다. 박충근 전 춘전지검 차장을 지목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윤 전 대표 : 박충근은 새로운 인물이 아니다. 지난(2013년) 조사에서 이미 (박충근) 이름이 나왔다. 새로운 인물도 아닌데 왜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네.

기자 : 원주 별장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 전 대표 :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소유권이 넘어간 거고….  

시사저널은 3월26일 서울 강남역 인근 커피숍에서 지인과 대화중인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대표를 포착했다. ⓒ시사저널 유지만
시사저널은 3월26일 서울 강남역 인근 커피숍에서 지인과 대화중인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대표를 포착했다. ⓒ시사저널 유지만

 

“박충근은 2013년 조사에서 이미 나온 인물”

기자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윤 전 대표는 “지금 급한 볼일이 있다”며 “내일(27일) 오후 2시경 만나자. 그때 다 얘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기자는 이튿날 약속 장소로 나갔지만 윤 전 대표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윤 전 대표와 26일 카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눈 B씨도 만났다. B씨는 성범죄 장소로 지목된 원주 별장의 등기부등본상 공동소유주 중 한명이다. 기자는 오랜 설득 끝에 B씨를 통해 윤 전 대표와의 26일 대화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윤 전 대표는 지금도 여전히 원주 별장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윤 전 대표는 B씨가 별장을 매각하려 하자 이를  반강제적으로 막고 있었다. 26일 만남에서도 이와 관련해 주로 얘기를 나눴는데,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씨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B씨가 윤 전 대표에 대한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언급하며 “(진상조사단에) 솔직하게 다 얘기하고 털어버려라”고 조언하자 윤 전 대표는 “여러 사람이 연관돼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어 윤 전 대표는 “이 사건이 최순실과도 관계 있다. (내가 입 열면) 여러 사람이 피곤해진다. 아직은 말 못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차관이 임명된 막후에 최순실씨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기자는 윤 전 대표의 별장 차명소유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윤 전 대표 자녀의 입장을 들었다. 아들은 별장 이전 소유주인 C영농법인의 등기이사였고, 딸은 매각된 후 별장에 대한 무상임대차 계약을 맺은 당사자다. 윤 전 대표의 아들은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 상의 후 연락을 주겠다”고만 답했다. 딸은 전화를 피했다. 윤 전 대표 역시 3월28일 현재까지 연락을 끊은 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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