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신드롬③] “미쳐 날뛰는 부모 연기하며 현실 걱정”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4 16:00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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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KY캐슬’ 실세로 ‘퍼펙트형’ 엄마 연기한 염정아

1991년 데뷔 이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그려온 염정아는 지금 그 누구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 이어 《뺑반》이 개봉했고, 현재 JTBC 드라마 《SKY캐슬》에 출연 중이다. 최근에는 동료배우 김윤석이 연출한 영화 《미성년》의 촬영까지 마쳤다. 《완벽한 타인》에서는 문학에 빠진 평범한 주부를 연기했고, 《뺑반》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형사 역할을 맡았다. 그녀가 쇼트커트로 변신한 건 형사 역할 때문이다. 김윤석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 《미성년》은 시나리오를 읽은 다음 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안방극장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JTBC 드라마 《SKY캐슬》. 대한민국 상위 1%가 모여 사는 ‘SKY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다. 염정아는 극 중 두 딸의 자녀 교육도, 남편의 내조도 완벽한 ‘퍼펙트형 엄마’ 한서진을 연기한다. 그녀에 따르면, 한서진은 말 대신 표정과 태도로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인물이다. 누군가를 쏘아붙이는 장면에서는 어마어마할 정도의 섬뜩함이 묻어나온다.   

ⓒ JTBC
ⓒ JTBC

“주로 영화를 통해 많이 인사를 드렸죠? 영화에서 제가 맡은 엄마 역할 대부분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엄마였어요. 한데 이번 드라마에서 한서진은 ‘욕망 덩어리’ 엄마예요. 아이 둘을 키우지만, 아이와 남편의 성공이 내 인생의 성공이라는 믿음으로 절실하게 생활하는 여자죠. 기존에 제가 했던 역할과는 극과 극의 성향을 보여주는 캐릭터라 대본을 읽으면서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염정아는 지난 2006년 정형외과 전문의와 결혼, 슬하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극 중 한서진 역시 남편이 정형외과 의사이고 두 아이의 엄마다. 현실과 캐릭터가 묘하게 겹친다. 

“아직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라 입시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그래서 드라마의 대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지요(웃음). 미쳐 날뛰는 부모의 모습들이 그려지잖아요. 실제 두 아이의 엄마로 내가 겪어야 될 현실이라면 걱정이 돼요. 한서진을 연기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최대한 이 사람의 인간적인 면을 찾아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배우의 몫이라 생각해요.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의사 남편과 두 아이’ 현실과 캐릭터가 흡사하지만…  

현실로 돌아간 엄마 염정아는 어떤 모습일까. 그녀는 삶과 일이 완전히 구분돼 있다. 집에 들어가는 순간, 아이들이 내일의 책가방을 제대로 챙겼는지 체크하고 교복 상태를 확인해야 편히 잠들 수 있는 엄마란다. 

염정아가 연기하는 한서진의 가족 구성원은 이렇다. 한서진의 아버지는 시드니 모기지 전문 뱅크 은행장이고, 어머니는 명문가 출신이다. 재력에 외모에 지성, 모든 게 완벽하다. 그러나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할 비밀을 숨기고 산다. 남편 강준상(정준호 분)은 주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2대째 의사 가문 초엘리트다.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그녀에겐 두 딸이 있다. 장녀인 강예서(김혜윤 분)는 명석한 두뇌에 성취욕까지 갖춘 우등생이지만 독불장군 같은 성격이 흠이다. 차녀인 강예빈(이지원 분)은 언니 못지않게 똑똑하지만 반항심이 넘친다.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한서진은 자신의 가족을 ‘명문가’로 만들기 위해 ‘못 하는 짓 빼고’ 다 한다. 아이와 남편의 명품 꽃길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 무릎을 꿇는 일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오직 큰딸 예서에게 서울대 의대 합격생 포트폴리오를 구해 주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파티를 여는 건 기본이다. 이미 수십억원을 지불한 입시 코디네이터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기 위해 순금 바를 보내기도 한다. 물론 엄할 때는 엄하기 그지없다. 날이 갈수록 삐딱해지는 둘째 딸 예빈이가 학원에 드나들 때마다 지문을 찍게 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초특급 엘리트 코스만 밟으며 살아온 탓에 유약하고 소심한 남편 강준상을 주남대병원 척추관절센터장으로 만들고자 자신을 경멸하는 시어머니에게 인사 청탁을 하기도 한다. 

염정아는 《SKY캐슬》 출연진 중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 감독은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염정아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부부로 출연 중인 정준호와는 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2013)에서 불륜 관계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정준호씨는 항상 배려가 넘쳐요. 덕분에 즐겁게 촬영하고 있지요. 사실 제가 가장 먼저 캐스팅된 터라 뒤이어 한 분 한 분 캐스팅 소식을 듣게 됐어요. 들을 때마다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어요. 기대도 많이 됐고, 함께했을 때 조합이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다들 연기를 워낙 잘하지만, 평소 이분들의 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같이 일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날까 궁금했어요. 실제로 이웃처럼 친구처럼 재밌게 촬영 중입니다.” 

함께 출연 중인 배우 오나라는 염정아를 가리켜 ‘롤 모델’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아직도 현장에서 언니를 만나는 게 꿈만 같고 설레 대사를 틀릴 때도 있다”는 것. 드라마에서는 염정아와 오나라 외에도 이태란, 윤세아 등 여배우 5인이 주축이 돼 이끌어 간다. 염정아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후배 배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각자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해 선의의 경쟁을 하자.”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시다시피 최근 몇 년간 드라마도 영화도 여자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았어요. 특히 제 나이 또래 배우들이 신나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은 더욱 드물었죠. 그래서인지 함께 출연하는 여배우들이 현장에서 정말 열심히 연기에 몰입 중이에요. 저희끼리 신나게 촬영 중이랍니다.” 

염정아가 생각하는 관전 포인트는 뭘까. “각자 다른 욕망과 개성을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잖아요. 이 사람들이 사건을 만날 때마다 상대를 바꿔 만날 때마다 겉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속마음이 달라요. 거기에 집중해서 보시면 훨씬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염정아의 고혹적인 패션 역시 이목을 집중시킨다. 극 중 퍼펙트형 엄마이자 SKY캐슬 내에서도 선망의 대상인 한서진을 연기하는 염정아는 투피스, 블라우스, 진주 액세서리와 플랫슈즈 등 아이템으로 우아함과 집요함, 의지, 추진력을 모두 갖춘 한서진의 성향을 드러낸다. 일명 ‘염드리헵번룩’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 무엇보다 한서진이 사랑하는 아이템은 ‘진주’다. 데일리 룩에서 파티 룩까지 자신이 적용한 규칙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패션은 기본이고, 거기에 귀걸이든 목걸이든 늘 진주를 매치해 우아함을 유지한다. 염정아만의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은 지적이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면서 한서진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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