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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극성이라 '펜스룰'이 유행한다고?

여자들이 극성이라 '펜스룰'이 유행한다고?

‘경쟁의 계절’ 선거철이 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공천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면서, 여성 공천이 무참한 지경에 이른 것을 본다. 여성적 정치원리가 훨씬 더 필요하다는 지방자치 선거인데도 그렇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진입장벽이 더더욱 교묘하게 높아지는 것을 목격한다. 각종 선거에서 여성할당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고, 그 결과 선출직의 경험을 쌓은 여성들의 수도 상당히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공천현황을 볼 때, 단순히 숫자를 늘리자는 의미의 할당제로는 성차별적 정치현실에 변화를 이끌어오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

2018.05.21 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여적여?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여적여?

인기리에 종영된 EBS의 《까칠남녀》에서 “여적여”란 말을 주제로 다룬 일이 있다. 말을 줄여서 신어로 만드는 현상을 좋게 보지 않지만, 신어가 등장한다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현상임을 뜻하기도 하므로 관심 깊게 들여다볼 이유가 된다. ‘여적여’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라고 한다. 아연하게도 이런 말이 아직도 이 대명천지에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니. 심지어 신어가 되어 있다니. 어릴 적에 툭하면 들었던 말이 저 말이었다. “여자가 여자 잘되는 꼴을 못 본다.” 나는 여자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그 전 초등학생 때도 4학년부터는

2018.05.16 수 노혜경 시인

정상 국가 북한과 비정상 가족 ‘마담B’

정상 국가 북한과 비정상 가족 ‘마담B’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평화공존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온갖 아픈 데가 한결 덜 아파온다. 최근 주취자를 구조하다 폭행당해 사망한 여성 구급대원의 실제 사망원인이 지독한 성적 폭언이 준 스트레스로 뇌세포가 손상되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한 인간이 뿜어내는 악의 언어가 다른 한 인간을 파괴할 만큼 강력하다. 하물며 우리는 이렇게 악하고 독한 언어의 세례를 전쟁 후부터만 따져도 무려 65년간 뒤집어쓰며 살고 있다. 그러니 어찌 아픈 몸이 낫지 않을 수 있으랴.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상상은 막상 숫자

2018.05.10 목 노혜경 시인

여성적 언어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여성적 언어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김소월의 《진달래꽃》 화자는 여성인가? 문학사가들은 이 시의 화자가 여성이라는 주장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 이 질문을 시론 수업의 학생들에게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물론 김소월이 남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시의 화자는 반드시 시인 자신과 일치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설명한 다음 물어보았을 때도, 여성 화자가 맞는다는 답변은 절반이 못 되었다. 가장 재미있던 주장은 이러했다. “무슨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도 아니고, (문학연구자들의) 편견이 심한 것 같아요.” 이 의견 자체와 별개로, 이렇게 말한 학생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무의

2018.05.03 목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도둑맞은  페미니즘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도둑맞은 페미니즘

역사적인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종전과 평화협정이라는 어휘가 뉴스로 소개된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했을 때 평화를 상징하는 초록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길거리 무대에서 파병을 반대하는 연설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고 평화가 페미니즘이라고. 그런데, 잊어서는 안 되고 복기를 제대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음을 갑자기 깨닫는 일이 생겼다. 니나 파워라는 힘센 이름을 지닌 여성 철학자가 쓴 《도둑맞은 페미니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다. 그는 페미니즘이 두 방향에서

2018.04.26 목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잠재적 가해자 탈출하기 ②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잠재적 가해자 탈출하기 ②

이런 글이 있었다. ‘시’라고 불리긴 했는데, 이 글을 시라고 인정해야 할지 자못 고민스러운 그 ‘시’는 고인이 된 박남철의 《첫사랑》이라는 작품이다. 첫사랑의 대상이던 새침한 여고생이 자신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보냈을 때 그 소녀를 죽도록 때렸다는 내용인데, 많은 이들이 환상이 깨어진 아픔을 폭력으로밖에 표현 못하는 사춘기 소년의 감성을 잘 표현했다는 식의 고평을 하는 것을 보았다. 당최 첫사랑 소년의 감성이 왜 폭력적이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십분 양보해 그런 평가를 인정해 준다 치더라도, 박남철은 자신이 소녀를 때렸다고 말하지

2018.04.19 목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잠재적 가해자 탈출하기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잠재적 가해자 탈출하기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 우리 사회에 유행시킨 언어를 셋만 꼽자면 ‘여성 혐오’ ‘메갈’ ‘잠재적 가해자’가 아닐까 한다. 이 말들은 묘하게도 구체적 정황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그 정황을 추상화하고 집단화해 낙인을 찍는 경향을 지닌다. 예컨대 여성 혐오란 특정한 발화이자 그 발화를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시선이며, 메갈이란 메갈리아 사용자를 지칭하는 말이자 동시에 페미니스트를 낙인찍어 배제하기 위한 집합명사가 된다. 이 세 가지 어휘는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이 중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2018.04.14 토 노혜경 시인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82년생 김지영’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82년생 김지영’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있었다. 기억은 그가 움베르토 에코 같다고 말해 주지만, 기억을 확신할 수는 없다. 하여간 에코라고 추정되는 그 작가가 하루는 재미있는 실험을 한 일이 있다. 소설이 하도 잘 팔리니까, 제대로 읽히고는 있는지가 궁금해졌던 거다. 책의 중간쯤에 반송엽서를 끼워 제본을 해 출판사로 그 엽서를 보내오는 독자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는, 극히 일부 독자만이 엽서를 보내왔다. 엽서가 있는 페이지까지 열어본 독자들 중 일부만이 엽서를 보냈다고 추정하더라도 턱없이 적은 비율이었다. 난해하기 짝이

2018.04.06 금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헌법적 여성’ 주체로...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헌법적 여성’ 주체로...

3월22일 오후 청와대발 개헌안 전문이 발표되었다. 이 헌법전문은 그 자체로 촛불이 불러온 시대변화를 읽게 해 준다. 젠더  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낙태죄 폐지, 성소수자 인권 보호, 대체복무제 도입, 사형제 폐지 등 유엔 인권이사회가 제시한 권고안의 절반을 ‘사회적 합의’가 안 되었음을 이유로 수용 거부하는 등, 완벽한 헌법안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큰 줄기에서 바로 그 ‘사회적 합의’를 향한 공론화의 첫걸음은 뗀 셈이다. 국회 통과라는 관문은, 다른 말로 하면 국민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2018.03.28 수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타임 투 킬, 상상하십시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타임 투 킬, 상상하십시오’

여기 한 아버지가 있다. 그의 딸은 불과 아홉 살. 심부름을 가던 길에 불량배를 만나 강간, 살해당한다. 그 아버지는 범인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곧 풀려나 거리를 활보할 것이라는 사실에 분노하여 직접 처벌을 한다. 그런데 이 소녀는 흑인이고 강간범들은 흑백 차별이 극심하던 시절의 백인이다. 영화 《타임 투 킬》의 시작이다. 아버지의 청으로 변호를 하게 된 초보 변호사 브리갠스. 온 고을의 백인들이 똘똘 뭉치다시피 해서, 심지어 변호사의 가족에게까지 위해를 가하는 삼엄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클라이맥스인 최후변론이 다가온다. 이제 여

2018.03.23 금 노혜경 시인

성평등, 젠더이퀄리티, 젠더평등, 그리고 평등

성평등, 젠더이퀄리티, 젠더평등, 그리고 평등

여성, 남성, 트랜스젠더남성, 트랜스젠더여성, 트랜스, 트랜스남성, 트랜스여성, 트랜스섹슈얼, 시스젠더, 젠더퀴어, 팬젠더, 폴리젠더…. 이게 다 무슨 말일까. 호주의 퀸즐랜드 공과대학에서 젠더 연구를 진행하면서 익명으로 한 설문에 등장하는 젠더들이다. 젠더 하면 여성 또는 남성만 생각해 온 우리의 통념이 무색하게도, 이 설문에는 무려 33가지 젠더가 적혀 있었다. 이 수많은 젠더들이 ‘젠더 이퀄리티’라는 말의 앞쪽에 있는 젠더라는 말의 내용이다. 한 인간의 육체에 깃들 수 있는 사회적 성별이 이토록 다양하다니. 이렇게 섬세하게 젠

2018.03.15 목 노혜경 시인

예언은 진실을 호도하고, 사과는 진실을 분장한다

예언은 진실을 호도하고, 사과는 진실을 분장한다

“중재는 진실을 은폐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영상보고서 《밥·꽃·양》에 등장하는 소제목인데, 1998년에서 2000년에 이르는 울산 현대자동차 식당 노조원들의 투쟁을 다룬 이야기다. 영화는 1998년 파업의 핵심적 주체였던 ‘밥’하는 아줌마들이 소위 투쟁의 ‘꽃’이었다가 통째로 들려 나가고(희생 ‘양’), 회사가 경영이 정상화되면 복직시켜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다시 투쟁에 나서는 사건을 따라간다. 각종 허위 약속과 법률적 장치를 등에 업은 정부와 사측과 심지어 노조 측의 기만, 여성이기에 당해야 하는 이중억압과 착취 등

2018.03.06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미투’의 올바른 경로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미투’의 올바른 경로

‘미투(#me too) 운동’이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야말로 성폭력 권하는 사회라는 방증일 것이다. 일단 봇물이 터지고 보니 아연실색할 이야기들이 나온다. 더 나쁜 것은, 그 이야기들이 듣고 보니 우리가 이미 너무 잘 아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이윤택은 ‘남성중심사회’의 ‘더러운 욕망’과 ‘관행’이라는 말로 자신의 문제를 요약했다. 놀랍도록 통찰력 있는 요약이다. 성폭력을 권력폭력이라고 왜 말하는가를 저 말들은 잘 설명한다. 한국 사회의 남성이라면 내남없이 다 저 세 가지 요소의 도움을 입어왔다. 민망한 일도

2018.03.01 목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무책임할 권리’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무책임할 권리’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

두 가지 심각한 사건이 나라 전체를 뒤덮어버렸다. 올림픽을 앞두고 예언컨대, 올림픽이 지나가도 이 두 사건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잠시 수그러들었다가도 다시 피어오를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건들은 우리 사회 고름 덩어리의 핵심이 터져나온 사건이고, 그냥 두면 계속 아프기 때문에 사람들이 만지고 또 만지지 않을 수 없다. 맞다. 짐작하신 대로 하나는 서지현·최영미 두 여성이 꼭지를 따버린 성폭력 권하는 사회라는 고름 주머니다. 또 하나는 정형식이라는 이름을 저명인사 사전에 등재해 버린 이재용 삼성 부회장 집행유예 판결

2018.02.13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여류시인'이란 말,  이상하지 않아요?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여류시인'이란 말, 이상하지 않아요?

최근 두 유명한 여성이 서점을 열었다. 시인 김이듬의 ‘이듬 책방’과 가수 요조의 <책방무사>다. 이들을 지칭하는 신문기사에는 이들의 성별이 여성임을 드러내는 표지가 거의 없다. 그냥 김이듬 시인, 또는 시인 김이듬, 그냥 뮤지션 요조 또는 가수 요조. ‘여류시인’이라는 말이 있다. 시인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면, 그는 그냥 시인이 아니라 ‘여류시인’이라 불리고, 그가 쓴 시는 앞에 수식어가 따로 붙어 ‘여류시’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여류’란 여성을 차별해 부르는 말이므로 폐기돼야 하고, 여성인 시인도 남성인 시인과 마찬가지로

2018.01.28 일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마거릿 대처는 ‘여성정치인’일까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마거릿 대처는 ‘여성정치인’일까

‘그녀’는 ‘여성정치인인가?’ 이런 질문을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받은 것은 마거릿 대처가 아닐까. 왕년의 박근혜를 비롯한 우리나라 여성정치인들에게 대처는 일종의 멘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니 페미니스트의 마음으로 질문해 보자. 대처는 여성정치인인가? 박근혜의 경우와는 달리, 아니 박근혜의 경우에도, 이 질문에 답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내가 질문하는 이유다. 대처는 영국을 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처리즘이라는 정치사상을 만들어낼 만큼 강력했던 신념의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평가와는 별개로, 대처에 대한

2018.01.21 일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페미니즘은 눈을 바꾼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페미니즘은 눈을 바꾼다

나는 늘 페미니즘을 정치사상이라고 말하고, 페미니즘은 차별에 맞서는 도구라고도 말해 왔다. 이번엔 페미니즘이 ‘눈(안목)’을 바꾼다고 말하고 싶다. 안(眼)과 목(目)은 각각 보는 일을 하는 기관과 눈여겨보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래서 안목이라는 말은 눈썰미, 판단력, 좋은 취향 등을 가리키게 된다. 바로 이 ‘눈’, 즉 문제를 발견하고 치유해 나가는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단계는, 페미니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다. 이 말은 페미니즘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관습과 타성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는 그

2018.01.09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벽을 넘는 한 걸음, 위안부 합의 보고서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벽을 넘는 한 걸음, 위안부 합의 보고서

2017년 12월27일 발표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 보고서’(이하 합의, 보고서)를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읽어봤다. 여러 언론이 요약해 주고 있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는 1990년 윤정옥 교수가 ‘정신대’라는 이름을 거론하면서 처음으로 우리 의식의 지평으로 들어온 이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오늘날의 운동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이어왔다. 고통스러운 기억과 싸우며 아주 조금씩 전진해 온 해결 노

2018.01.02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여성 정치인, 돌격대가 되지 말라!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여성 정치인, 돌격대가 되지 말라!

막장 드라마인 정치판에서 열연하시는 분들 중에 특히 여성 정치인이 두드러지는 이유가 뭘까. 늘 그것이 궁금하고 안타깝다. 성 할당제를 선거에 도입한 첫 번째 이유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대등하게 가져가자는 것이었다. 한두 명의 대표를 보낸다고 소수자들의 권익이 보호될 리 없다. 그래서 성 할당제는 일단 남녀 두 성 중 어느 한 성도 40% 이하가 되지 않게 하자는 것이 목표다. 수가 그 정도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우리는 지금 ‘학생’이라고 말할 때 남학생만을 떠올리지 않는다. 성별을 특정해야 한다면 오히려 남학생, 여학생이라

2017.12.29 금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농담 또는 역설, 안티페미협회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농담 또는 역설, 안티페미협회

웹서핑을 하다가 사진 한 장을 봤다. 점잖지 못한 표현을 좀 하자면, ‘빵’ 터졌다. 그 사진엔 ‘안티페미협회’라는 모임의 회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들이 든 플래카드엔 “통계조작, 혈세도둑, 페미·여성계는 해산하라/페미니즘은 인권평등이 아니라, ‘변종 맑시즘’입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반동 없는 역사가 어디 있겠냐마는, 메갈리안 운동의 눈부신 성과는 이렇게 코믹한 반동을 낳는 것까지도 포함한다. 이 장면은 명백히 여성계 시위에 대한 자기들 나름의 ‘미러링’이다. ‘미러링’은 메갈리안 운동의 매우

2017.12.19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성폭력 방치는 또 다른 세월호 사건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성폭력 방치는 또 다른 세월호 사건

얼마 전 ‘텀블러’라는 해외 사이트에 어린 여동생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왔다는 한국 남성의 글이 올라왔다. 심지어, 자기 여동생을 성폭행하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글이 몇 천 번이나 공유되고 만 명 가까이가 호응하는 무서운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글을 올리거나 이런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 중 상당수가 깜짝 놀랄 만큼 어리다는 사실도 보고되고 있다. 이런 막장스러운 청소년들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을까? 소라넷에 이어 텀블러도 폐쇄하거나 차단하면 될까? 김정일이 남침을 못하

2017.12.12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낳으실 거예요?”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낳으실 거예요?”

마니피캇. 아비 없는 아이를 잉태한 마리아가 사촌 엘리사벳을 만나 불렀던 노래다. 마리아는 비록 혼인을 약속한 몸으로 남편 될 이의 아이가 아닌 아기를 가졌지만, 무한한 기쁨으로 그 사실을 찬미한다. 내 등단 시(詩)는 이 사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시 속에서 주인공인 나는 가난한 신부다. 아이를 가지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될지를 근심하면서 산부인과 여의사가 알려주는 임신 사실을 멍하니 듣는다. 그때 이 여의사가 하는 말에 정신이 확 돌아온다. “낳으실 거예요?” 이 장면은 반쯤 실화다. 1986년 가을, 임신을 고대하던

2017.12.05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IMF는 여성청년에게  무엇을 남겼나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IMF는 여성청년에게 무엇을 남겼나

금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은 지 20년이 되는 해다. IMF 관리체제는 비극적 시기였다. 해고, 파산, 노숙자, 동반자살이란 말들이 일반화됐다. 중산층이 무너졌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정글이 다시 펼쳐졌다. 이런 상황은 여성에겐 여러 겹으로 재앙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사회의 변동상황과 언제나 관련이 있음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막상 IMF 관리체제라는 거대한 비극적 전환이 여성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보고가 별로 없다. 그런 중에서도, 지금 주로 30대에 해당하는, 당시 사춘기를 통과하던 여

2017.11.28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그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그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소동이 일어나고 별의별 사람들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소식의 유통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몰라도 되는 일들이 호사가의 입을 타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소음이 커져서 외면하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한다. 최근 들어 젊은이들의 SNS를 뜨겁게 달군 한 아이돌 여성의 트랜스젠더 공격 발언이 바로 그러하다. 그 여성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지만 않았다면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문제적 발언이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사람들의 미끼가 되고, 트랜스젠더 연예인이 결합하면서

2017.11.21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惡은 평범하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惡은 평범하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하며 고민에 빠졌다. 수많은 유대인들을 끔찍하게 살해한 총책 아이히만이 머리에 뿔 달린 악마가 아닌 그냥 평범한 사람이더라는 것. 그는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자각이 없었고, 보편에 비춰 선과 악을 분별하는 능력, 다른 말로 생각하는 능력이 없는 무능한 사람이더라는 것 때문이다. 흔히 ‘악의 평범성’이란 말로 번역되곤 하는 ‘Banality of evil’이란 개념이 탄생한 경위다. 그런데 이때 ‘생각하는 능력이 없는 무능함’이란 말은 조금 조심해서 다뤄야 할 개념이다. 이는 바보 같다거나

2017.11.14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다시 성희롱 문제,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어”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다시 성희롱 문제,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어”

나는 ‘지적질’의 대가다. 아무리 어려운 자리에 있어도 수틀리는 말이 등장하면 꼭 짚고 본다. 원칙은 있다.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말, 간섭하는 말, 이른바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말. 이 ‘여성혐오’라는 말 자체가 오해의 여지가 큰 번역이라는 논란은 일단 뒤로 물리기로 한다. 지적을 당하는 사람들의 공통점도 있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또는 실수를 저질렀기에 지적을 당하는가를 모른다는 점이다. 때문에 문제 있음을 지적하는 나를 오히려 무례하거나 까칠하거나 성격 좀 이상하거나 과도하게 예민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자 애를 쓴다. 이

2017.11.07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세상의 남자는 딱 두 종류라고 합니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세상의 남자는 딱 두 종류라고 합니다

“남자는 두 종류가 있어요. 제대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분과 받지 않은 놈은 나이 불문, 학력 불문, 계급 불문 완전히 다른 종류예요.” 전직 언론사 사장 한 분이 내게 칼럼 주제로 쓰라고 권하며 한 얘기다. 나는 이 말을,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용자가 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사장과 하지 않는 사장”이라고 바꿔 말하고 싶다. 성희롱은 자칫하면 회사가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다. 이미 호식이치킨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교

2017.10.31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성범죄를 변명해 주는 언어, 이제 그만!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성범죄를 변명해 주는 언어, 이제 그만!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범행동기가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것임이 밝혀졌다는 뉴스가 포털을 도배했다. 있어서는 안 될 범죄인데, 이 뉴스를 보며 저런 인면수심의, 하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 범죄 자체의 악함과 별개로 뉴스를 보며 자꾸만 불편해지는 대목이 있었다. 그러다 ‘성적 욕구’라는 말 뒤에 ‘해소’라는 말을 붙이는 걸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진담 섞인 농담을 들었다. 동감했다. 살인범 이영학은 ‘성적 욕구를 해소’ 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말이 자기 행위의 변명이 된다고 여겼던 것 같다. 범행동기로 등장하는 것을 보

2017.10.24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아이 캔 스피크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아이 캔 스피크

추석 연휴에 《아이 캔 스피크》를 보고 왔다. 이 영화는 미덕이 많은 영화다. 그중에서도 내가 주목한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위안부를 바라보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가 하나로 겹치는 대목이 가장 큰 미덕이다. 1990년대 초반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한 이래 사반세기가 흘렀지만 우리 사회가 위안부 문제를 충분히 성찰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도 ‘위안부’ 문제를 불러내는 영화가 거듭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진일보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 영화가 위안부 서사를 취급하는

2017.10.17 화 노혜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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