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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년법, 어느 쪽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인가

[시론] 소년법, 어느 쪽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인가

어른과 청소년들의 공감 능력을 비교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연구진들은 실험 대상들에게 혐오스러운 말들을 불러주고 그에 대한 느낌을 말하라고 했다. 이를테면 ‘바퀴벌레 발로 밟기’ ‘유리를 입에 넣고 씹기’ 등의 말을 듣고는 좋거나 싫다는 대답을 선택해 말하게 한 후, 그 순간의 두뇌 활동을 관찰한 것이다. 어른이나 10대 청소년이나 모두 부정적인 대답을 할 거라는 건 상식적인 예상이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두뇌의 움직임을 관찰한 데이터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었다. 혐오스러운 것들을 싫다고 말할 때 어른들은 감정적인 두

2017.10.14 토 남인숙 작가

[시론] 먹거리, 그 신뢰의 값

[시론] 먹거리, 그 신뢰의 값

중국인 지인이 한국에 장기 체류를 하고 있을 때였다. 생활비가 더 많이 들어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의외의 답을 했다. 한국에 있으니 오히려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이다. 요사이 아무리 중국의 인건비와 물가가 올랐다 해도 평균 물가가 한국과 비할 바는 아니기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가 머물던 곳은 물류비 탓에 한국에서도 비교적 물가가 비싼 제주도였다.  내 의문에 그가 한 부연설명은 이랬다. 웬만큼 경제력이 있는 중국 사람들은 아무거나 먹고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해로운 성분을 거리낌 없이 쓰는 기상천외한 음

2017.09.08 금 남인숙 작가

[시론] ‘몰카’가 지배하는 사회

[시론] ‘몰카’가 지배하는 사회

오래 전 필자가 거의 유일하게 좋아했던 액션 영화는 스파이 영화였다. ‘꼭 살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던 전우는 반드시 죽는 전쟁 영화, 조직폭력배를 다루면서 한없이 비장한 느와르 영화, 유치하게 느껴지던 히어로 영화 등과는 달랐다.  최첨단 장비를 이용하는 지적인 스파이는 피로 칠갑을 하지 않고도 우아하게 악의 세력을 물리쳤다. 그들이 영화에서 첩보활동을 위해 사용하던 장비들은 우리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첩보원의 시야를 그대로 촬영하고 전송하는 안경, 아무도 눈치 챌 수 없는 만년필형 초소형

2017.08.13 일 남인숙 작가

[시론] 참사(慘事)의 여섯 가지 조건

[시론] 참사(慘事)의 여섯 가지 조건

지난 6월14일, 최대 600명이 살고 있는 고층 아파트가 불타는 장면을 보았을 때에는 런던에서 운 나쁘게도 끔찍한 일이 일어났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후 이와 관련해 겹겹이 쌓이는 소식들은 이것 역시 인재(人災)였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메이 총리의 태도 논란에 이어, 6월26일에는 영국 정부가 그렌펠타워 참사 이후 전국의 고층 공공 주거지를 대상으로 긴급 화재안전 점검을 실시한 결과 적격 판정을 받은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기사가 나왔다. 8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이의 3배까지 희생자가 불어날 수도 있는 참담한 상황에서 또

2017.07.09 일 남인숙 작가

[시론] 존재감이 없는 지도자를 꿈꾸며

[시론] 존재감이 없는 지도자를 꿈꾸며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이고, 그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그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이며,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이다. (중략) 훌륭한 지도자가 할 일을 다 하여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다.”’ 《도덕경》의 말씀이다. 노자의 주장대로라면, 현재 소탈하고 인간적인 행보로 80%를 웃도는 지지를 받고 있는 새 대통령은 두 번째쯤의 좋은 지도자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인들

2017.06.03 토 남인숙 작가

[시론] 가장 약한 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시론] 가장 약한 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언젠가 캐나다로 이민을 간 지 얼마 안 된 지인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 와서 가장 먼저 느낀 게, 어디에 가나 장애인이 너무너무 많다는 거야. 기분 탓인가?” 그게 기분 탓이 아니라는 건 이야기를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 나라에 장애인이 특별히 많은 게 아니라, ‘바깥 활동을 하는’ 장애인이 많은 것이다. 한국에도 그만한 비율로 장애인들이 있지만, 부족한 사회적 인프라와 인식 때문에 거리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나온 기사들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장애인 채용 정책이

2017.04.29 토 남인숙 작가

[시론] 개인의 행복감인가, 시민으로서의 행복감인가

[시론] 개인의 행복감인가, 시민으로서의 행복감인가

“선진국의 중산층으로 태어나는 게 나을까요, 후진국의 부유층으로 태어나는 게 나을까요?” 한 모임에서 누군가가 이 질문을 던졌을 때 ‘후진국의 부유층’ 쪽으로 몰표가 나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빈부격차가 큰 후진국들의 부유층이 누리는 삶의 질은 상상초월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삶으로 따지자면, 국가라는 추상적인 소속집단보다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와 권력 쪽이 더 유용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필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이었다. 선진국이라는 게 모든 구성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는 국가 시스템을 의

2017.03.26 일 남인숙 작가

[시론] 트럼프의 反이민정책과 알라딘의 꿈

[시론] 트럼프의 反이민정책과 알라딘의 꿈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필자가 가장 좋아했던 작품은 《알라딘》이었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일부인 ‘알라딘과 요술램프’를 디즈니식으로 재구성한 이 애니메이션은 거리에서 도둑질로 연명하면서도 왕궁을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다. 비참한 현실을 사는 소년이 용기와 운명의 이끌림으로 꿈을 이루는 데에서 대리만족이 느껴졌다. 그가 알고 보니 ‘진흙 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존재였다는 설정도 가슴 설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시대 전체의 시대정신이었을 ‘아메리칸 드림’을, 어두운 색의 피부를 가진 이슬람 주인공들이 구현한 작

2017.02.18 토 남인숙 작가

[시론] 닭의 해, 닭들의 수난을 지켜보며

[시론] 닭의 해, 닭들의 수난을 지켜보며

1990년대에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였다. 우리 일행은 체류기간 내내 ‘고려인’이라고 불리는 동포들의 집에 돌아가면서 묵게 되었다. 산딸기 잼과 주식빵, 그리고 그곳 접대 요리인 샤슬리의 맛을 잊을 수 없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계란 프라이다. 모든 집에서 모든 끼니에 계란 프라이가 나왔다. 그때는 그저 ‘이곳에서는 계란 프라이가 김치 같은 것인가 보다’ 하고 어쭙잖은 추측을 할 뿐이었다. 이 먼 곳까지 와서 흔하디흔한 계란 프라이를 계속 먹는다는 게 내심 아쉽기도 했던 것 같다. 필자는 나중에

2017.01.22 일 남인숙 작가

[시론] 말 바꾸기와 거짓말의  같은 듯 다른 차이

[시론] 말 바꾸기와 거짓말의 같은 듯 다른 차이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불리하거나 약속을 맺은 이유가 사라졌을 때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며 또 지켜서도 안 됩니다. 모든 인간이 선하다면 이 조언은 온당하지 못한 것이겠지만, 인간이란 본래 사악하고 신의 없는 존재이니 그들과 맺은 약속에 구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군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항상 둘러댈 수 있습니다.’‘악마의 책’이라고 불리며 오랫동안 금서(禁書)로 터부시되기도 했으나, 현대 정치학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도 했다는 《군주론》의 한 대목이다. 마키아벨리가 오로지 이탈리아의 통치자 로렌초 데 메

2016.12.29 목 남인숙 작가

[시론] 올 것 같지 않은 미래는 온다

[시론] 올 것 같지 않은 미래는 온다

강의와 집필 자료 수집을 위해 여러 책을 읽다가, 최근 대체에너지 기술이 상상 이상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태양광에너지에 대한 예측이 인상적이었다. 필자가 어렸던 시절에는 공상과학 만화에나 등장하는 소재였고, 십여 년 전까지도 산간벽지에서 물이나 좀 데워 쓸 수 있는 비싸고 신기한 시설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태양광에너지 기술이 불과 20~30년 후에는 화석에너지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효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환경오염도, 전기요금 걱정도 없는 꿈의 에너지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대체에너지

2016.12.10 토 남인숙 작가

[시론] 욕망보다 앞서는 상식의 세상으로

[시론] 욕망보다 앞서는 상식의 세상으로

11월9일 오후, 강의를 마치고 택시에 오른 필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미 대선 소식을 듣고,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트릴 뻔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정되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클린턴 우세 소식을 워낙 많이 접했던 데다, 설마 미국인들이 ‘그런 사람’을 대통령 자리에 앉힐 정도로 양식 없는 사람들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이 정말로 벌어지고 말았다. 곧바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에게서 ‘미국이 제정신이냐’는 성토 글들이 날아왔다.

2016.11.20 일 남인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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