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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현대차 공익제보자 인터뷰]① “회사는 사실을 감췄고 나는 진실을 말했다”

리콜 은폐 제보 후 180일…김광호 “사익 추구하면 양심 버려야했다”

박성의 기자 ㅣ sincerity@sisajournal-e.com | 승인 2017.03.21(Tue) 18: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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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번째 생일날 아침. 느닷없이 현관 벨이 울렸다. 문을 열자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밀었다. 경찰은 노트북과 외장하드 등 ‘수상하다’ 싶은 것들은 모두 집어갔다. 그렇게 3시간에 걸친 수색이 끝났다.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 집은 그렇게 쑥대밭이 됐다.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겠다”며 김씨가 나선 지 180일. 공익제보자의 길은 지난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23일 현대차가 안전 관련 제작 결함을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했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현대·기아차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며 겪은 사례와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양심을 걸었지만, 현대차는 회사 비밀을 절취해 사익을 편취하려 했다며 업무상 배임혐의로 김씨를 고소했다. 이에 경찰이 김씨 집을 압수수색했다. 

현대차는 또 보안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김씨를 해고했다. 김씨의 내부고발 목적이 순수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국민권익위원회는 현대차의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권익위는 “김씨의 공익제보는 소비자 권익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며 현대차에게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원직 복직을 명령했다.

현대차는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끝날 줄 모르는 ‘진실게임’ 앞에 김씨의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다. ‘갈 때까지 가보자’는 현대차 태도에 “다시 회사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산산조각 났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복직을 원한다. “공익제보해도 망가지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김씨를 만나 공익제보 후 6개월 간 이야기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 “권익위 판결, 현대차 인정안할 것 예견했다” 


권익위는 김광호씨 주장을 받아들여 현대차에 김씨에 대한 복직을 명령했다. / 사진=박성의 기자

김씨는 지난해 8∼10월 언론과 국토교통부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현대차가 엔진 결함 등 품질 문제 32건을 인지하고도 은폐했다고 신고했다. 그러자 현대차 측은 “유출 내용이 회사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사내 보안규정 위반 등 이유로 지난해 11월 김씨를 해임 처분했다.

 

이에 김씨는 지난 1월 “해임 처분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라며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권익위는 지난 13일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0조에 의거 “현대차는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김씨에 대한 해고를 철회하고 원상회복 조치하라”며 김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현대차가 행정소송을 준비하면서 김씨는 또 다시 공방전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김씨는 현대차의 이 같은 대처를 예견했다고 했다.


권익위가 보호조치 신청을 받아들였다. 해고는 정당하다는 현대차 의견을 기각한 셈인데.

 

기다렸던 결과다. 해고가 무효라는 결정문을 두 번이나 읽어봤다. 현대·기아차 내부에만 50명이 넘는 변호사가 있다. 현대차는 김앤장이라는 대형로펌을 앞세워 대응했다. 그러나 결국 권익위 판결로 인해 이들이 내세운 논리가 아닌 내 주장이 진실로 드러났다.

현대차는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사실상 권익위 판결에 불복한 셈이다.

예견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내가 언론에 공개한 리콜 은폐 사실을 단 하나도 인정한 게 없다. 현대차는 나를 회사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하고 있다며 몰아세우고 있다. 권익위 명령대로 나를 복직시킨다면 리콜 은폐 역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결국 갈 때까지 가보자는 게 현대차 태도다.

◇ “사익을 원했다면 대기업 부장자리 버렸겠나”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언론과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YF쏘나타 세타2 엔진 불량' 등을 거론한 김씨을 상대로 법원에 '비밀정보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 지난해 11월 현대차는 김씨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가 현대차 품질관련 기밀 서류를 절취했을 뿐 아니라 품질과 관계없는 회사 기밀 자료들을 다수 빼돌렸다는 게 사측 주장이다. 이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0일 용인시 소재 김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씨는 현대차의 이 같은 주장에 고개를 저었다. “현대차가 근거 없는 ‘흠집 내기’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게 김씨 주장이다. 그는 공익제보를 결심한 순간 단 한번도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금전적 이익을 원했다면 많은 연봉이 보장되는 현대차 부장 자리가 차라리 나았다며 씁쓸히 웃었다.

 

김광호씨는 현대차가 자신의 공익제보를 근거없는 허위사실로 흠집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사진=박견혜 기자

작년 11월 회사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등 사내 보안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 처분을 받았다. 회사정보를 이용해 사익(私益)을 편취하려 했다는 게 사측 주장인데.

사익을 원했다면 대기업 부장 자리가 낫다. 현대차 임금수준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나도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개인적으로 손해가 막심하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거짓을 말하거나 다른 유혹에 넘어갔다면 바로 민형사상 처벌을 받았을 거다.

현대차는 정황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무책임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증거도 없다. 공익제보자로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공익제보가 완성될 때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버텨낼 뿐이다.


현대차가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한 탓에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양력 생일날 들이닥쳤다. 깜짝 놀랐다. 재차 강조하지만 사익을 위해 회사 자료를 활용하지 않았다. 회사 메일계정을 통해 출장을 다니면서 통상업무로 동료들과 자료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그래서 큰 걱정은 없다. (업무상배임은) 형사적인 문제다. 죄가 있다면 아니라고 우긴다고 처벌을 면할 수 있겠나.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의해 진실이 판명이 날 거다.

현대차는 회사 내 자료를 인터넷과 언론에 공개한 탓에 경쟁사에 영업비밀 등이 누설될 수 있다며 비밀정보공개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는데.

 

지난해 1월 자동차관리법 위반 신고와 관련한 보호조치 조항이 신설됐다. , 자동차관리법 위반 사항을 언론에 알리는 것은 공익제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권익위에서도 이를 인정해 내 손을 들어줬다. 나는 영업비밀이 아닌 리콜은폐 사실의 증거 자료, 즉 영업과 관계없는 사실만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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