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선 아워홈 사장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4.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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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특강 10 김재선 아워홈 사장

김재선 사장(57)은 외식업체의 간판급 CEO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희대 외식산업학과에 출강하는 겸임교수 김재선은 학생들에게 인기 짱이다. 부드러움으로 학생들을 압도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의 강의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그의 강의실에는 학생 5~6명이 소속된 ‘회사’ 7개가 있다. 각 (가상) 회사에는 조직 혁신 전략·마케팅 전략·메뉴 개발· 조리 기법 개선 따위 특명이 내려져 있고, 각 회사 CEO는 직원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런 모의 경영 실험은 학생들에게 경영 감각을 터득하게 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려는 목적이지만, 그가 아워홈에서 실험했던 과제이기도 하다. 4월과 5월 강의의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음식은 감동이다.’ 외식업체 경영은 감동을 전하는 일이다. 맛과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어 그것을 서비스와 분위기를 곁들여 전할 때 고객은 즐거워한다. 사람의 기본 욕구를 만족시키고 나아가 감동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식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도전적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열정을 요구한다. 고객은 가혹하다. 음식에 감동이 없을 때 고객은 가차 없이 그 음식을 거부하고 그것을 제공하는 이들을 버린다.

2001년 3월 아워홈 전무로 음식과 인연을 맺기 전까지 나의 음식 체험은 그리 풍부하지 않았다. LG전자와 LG반도체에서 20년 가까이 해외 영업을 하며 그곳의 유명 레스토랑을 다녀본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바어어를 접대할 때, 회사의 높은 분이 올 때마다 나름으로 음식에 대한 소양을 쌓았고, 그것을 제대로 제공할 만한 음식점을 알게 되었다. 미국과 일본에서의 이런 경험이 아워홈을 경영하는 데 밑천이 되었다. 푸드 서비스는 사람을 이롭게 해야 한다. 건강과 휴식, 나아가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예전에는 맛이 손끝에서 나온다며 점포마다 아주머니들이 식재를 씻고 자르고 주물럭거렸지만, 이렇게 아날로그 식으로 해서는 외식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여러 분이 다녀온 조리학교나 물류가공센터·연수센터에서 느꼈겠지만, 모든 업무가 매뉴얼화·표준화해 있다.

우선 거래처에서 식재를 들여다 가공하고 배송하는 로지스틱스 시스템이 가동된다. 아워홈은 전국 5백여 영업장에서 하루 70만 식을 공급하기 위해, 전국 5개 일괄센터가 매일 밤 11시 가락시장 같은 곳에서 식재를 들여온다. 그 전에 점포별 메뉴 운영 시스템이 있어 점장이나 영양사가 다음날 메뉴를 입력하면 거기에 들어갈 양념까지 자동으로 계산되어 컴퓨터가 구매에 들어간다. 메뉴에 맞게 가공하기 위한 작업 일정도 자동으로 정해진다. 바로 조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가공된 식재는 오전 2시께 각 점포에 배송된다. 점심 식사를 위해 야밤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해야 하는 것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매일 70만 식이라는 대단위 생산 체제를 꾸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각 점포에 조리를 위한 최소 인력만 두어야 경쟁력를 잃지 않는다는 경제적 이유도 있다. 또 전국 어느 점포든 동일한 맛을 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해 점장이 바뀌거나 조리원이 바뀌어도 같은 맛을 낸다. 사실 매번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과학 아닌가. 여기다 외식산업에는 서비스라는 예술 영역이 보태져야 한다. 나는 외식산업을 ‘사이언스 아트 산업’이라고 부른다.

처음 왔을 때 아워홈은 LG유통에서 분리된 지 얼마 안되어 혼돈 상태였다. 아워홈은 간신히 1등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국내 위탁 급식 시장은 전쟁터 같았다. CJ푸드시스템·신세계푸드시스템·삼성에버랜드 FS사업부 등 쟁쟁한 기업들이 아워홈을 시시각각 위협했다. 동원과 풀무원 같은 식품 회사들도 속속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려야 했다. 조직 혁신과 과감한 생산성 향상만이 살길이었다.

2002년부터 변화와 도전과 창의라는 ‘3C 정신’을 공유할 가치로 설정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다이나믹’이라는 혁신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일선 영업장의 반발이 격렬했다. 밥을 팔면 되지 혁신이다 뭐다 해서 요란을 떨 게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들이 노골적으로 저항했지만, ‘챌린지 1to3’와 챌린지 제안, 고객 감동 실천 활동을 밀어붙였다.

챌린지 1to3는 1+1=2가 아니라 3을 만들자는 부가가치 창출 전략이다. 가령 매출이 떨어지면 식수 인원(식사하는 사람 수)이 줄어들어 그렇다고 앵무새처럼 말했지 왜 줄었는지 원인을 분석하려 들지 않았다. 영업장이나 팀 별로 자기네가 개선해야 할 과제나 부가 가치를 높일 방법을 고안하도록 했다. 몇 군데 점포에서 쇼핑몰 같은 성공 사례가 나오고 고안자에게 인센티브를 주자 직원들의 인식이 확 달라졌다.

‘3C 정신’ 목표 세우고 챌린지 제안 전략 펼쳐

챌린지 제안 전략도 성과가 크다. 지식 경영 시스템인 인포플러스를 통해 운영하는데, 수저 분리통 디자인을 바꾸고 초음파 세척기를 도입했으며 젓가락 분리기 따위 제안이 채택되어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이 열렸을 때 사보텐이라는 돈까스 전문점에서 돈까스 속에 김치를 넣은 ‘붉은 사보텐’이라는 메뉴를 개발했는데 독특한 맛을 낸 데다가 붉은 악마 인기가 곁들여져 큰 인기를 끌었다. 사내 특허를 가진 이 제안자는 로열티로 매출액의 0.1%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새 메뉴가 100종 개발되어 5백50개 점포에서 쓰고 있다.
외식업체의 핵심 역량은 조리 인력이다. 아워홈 조리학교가 이 인력을 기르고 있는데, 엑스퍼트(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 적지 않다. 이 사람 가운데 일부가 매스터 과정에 도전하고 있는데 아직 매스터 칭호를 받은 이는 없다. 매스터 위가 닥터 과정인데 이 과정을 이수한 조리 최고수가 배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급 조리 인력을 양성하는 일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회사는 핵심 역량을 축적하게 되고 개개인은 명예와 함께 경제적 보상도 받게 된다. 매스터나 닥터 칭호를 얻게 되면 매월 각각 30만원과 100만원씩 수당이 주어진다.

조직 혁신과 인력 양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경쟁자를 확실히 따돌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했다. 과감한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위탁 급식업체인 아워홈의 첫 사업 다각화는 외식산업의 새로운 장르라 할 만한 비즈니스 레스토랑이다. 서울 역삼동 LG강남타워와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음식과 문화가 접목된 비즈니스 공간을 만들었다. 지난해 12월에는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의 레스토랑 다섯 곳을 인수했다.

축산·수산·야채·가공 식품을 위탁급식점과 병원·학교·레스토랑에 공급하는 13조원 시장의 식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외식산업의 식재 사업은 전자산업으로 치면 반도체에 해당한다. 편의점에서 히트한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같은 패스트푸드를 만들어 공급하는 식품 제조 사업과, 사보텐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사업, 베이커리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외식산업에도 불황의 파고가 몰아쳤지만 매출액이 2002년보다 35%가 늘어난 4천4백억원을 기록했다. 내가 사장으로 취임한 2001년 매출(2천4백억원)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이 10%대이니 수익성도 매우 좋은 편이다. 이런 주목할 만한 성과는 지난 두 해 동안 비록 힘들었지만 조직 혁신과 사업 다각화 전략을 펼친 결과라고 자부한다. 올해 매출액 5천5백억원 달성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2007년께 아워홈은 종합 식품업체로 변신해 있을 것이며, 대망의 1조원 매출 시대도 열지 않을까 기대한다.

CEO가 장래 희망이라는 학생들이 꽤 있던데,하나를 투입해 서너 개를 산출해내야 경영을 잘한 것이다. 우선 나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고, 그것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잘 못하는 것에 도전하는 일도 의미가 있지만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특별한 것을 차별화하는 전략을 펼치기를 강추(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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