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추천, 여름철 별미 보양 식품 베스트 5
  • 金在泰 기자 ()
  • 승인 1997.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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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 한 마리면 삼복 더위도 거뜬
요즘처럼 연일 수은주가 섭씨 30도를 넘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한여름에는 먹는 일도 고역이다. 더위를 쫓는다고 시원한 맥주만 찾다가는 가뜩이나 힘겨운데 탈수증에 영양 결핍까지 초래해, 기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입맛도 되찾고 원기도 보강해 주는 여름 나기 ‘도우미 음식’은 무엇일까. 보양 음식 하면 일반적으로 흔히 떠올리는 것이 보신탕이다. 영양탕·보양탕·사철탕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그동안 음지에서 보급되던 개고기는 얼마 전 체인점까지 생겨 더욱 대중에 가까이 다가와 한여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영양소나 보양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남성들에게는 여전히 보편적인 강장 음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여름 보양 식품으로 가장 높이 치는 것은 장어이다. 조선조 궁중 음식에 정통한 양명학자 이원섭씨는 “옛날에 서민은 여름에 개고기를 주로 먹고 중류층 이상에서는 장어를 먹었다. 고단백 식품으로 DHA 성분이 풍부한 장어 한 마리를 마늘과 함께 푹 고아서 베수건에 짜서 마시면 체력 보강뿐 아니라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가 추천하는 또 다른 보양 식품은 냉콩국수이다. 냉콩국수에 우무를 넣어 말아 먹으면 골다공증에 시달리는 여성에게 특히 효험이 있다고 한다. 건강 식생활에 관련한 저서를 여러 권 펴낸 한의사 신재용씨(해성한의원 원장)는 여름 나기 보양 식품으로 농어와 메기를 꼽는다. 특히 메기는 다른 생선에 비해 단백질이 풍부한 데다 철분도 많아 영양 만점 보양식이다. 메기는 곰국을 만들어 먹으면 최상이라고 한다.

이처럼 여름에는 고단백 음식으로 허약해지기 쉬운 기력을 보강하는 것이 효과적인 섭생법이지만, 영양이 풍부하다 하여 입맛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원천적으로 기가 꺾인 입맛을 되살리려면 맛도 상급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맛 좋고 영양도 좋은’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음은 요리연구가 전정원씨(전정원 요리연구소 소장)가 추천하는 별미 보양식이다.

■임자수탕:닭고기는 소화가 잘되어 여름 식품으로 알맞다. 복날 삼계탕을 많이 찾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임자수탕은 닭을 삶은 국물에 깨를 갈아서 넣고, 거기에 닭 살코기를 뜯어 넣은 다음 오이와 고추 등을 곁들인 것으로, 옛날 왕의 수라상에 올랐던 음식이다.

■잣국수:잣을 갈아서 만든 국물에 국수를 삶아 넣은 요리. 맛이 담백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장어탕:깨끗이 손질한 장어와 장어뼈에 생강·마늘·파 등 강한 양념을 넣어 뭉근하게 끓여낸 다음 거즈로 기름기를 걸러내고 배추·숙주·양파·두부를 넣고 끓여 만든 강장식이다. 여름철 한 달에 두 번 정도 먹으면 보양에는 그만이다. 2~3 마리면 한 가족이 포식할 수 있다.

■육개장:소의 내장은 단백질뿐만 아니라 비타민·미네랄도 풍부해 피로 회복에 더없이 좋다. 쇠고기 업진(가슴에 붙은 살)과 양·곱창을 파·마늘·생강과 함께 끓인다. 고기가 익으면 먹기 좋게 찢고, 양과 곱창은 한 입 크기로 썰어 고춧가루·고추장·간장·다진 마늘·참기름·소금을 넣어 무친다. 이것에 기름기를 걸러낸 육수를 부어 다시 끓인다. 요리를 할 때는 내장을 깨끗하게 씻고 2시간 이상 푹 끓이는 것이 좋다. 육개장은 옛 선조들이 개장국 대용으로 즐겨 먹은 음식이기도 하다. 비슷한 재료를 쓰는 곱창 전골도 여름에 좋은 보양식이다.

■용봉탕:닭을 삶아 만든 육수에 잘 손질한 잉어를 넣고 끓인 것으로 시원한 맛이 나는 고급 보양식이다.

전정원씨는 이 밖에도 단백질이 풍부한 콩 음식과 전복죽·오리고기 요리 등을 무더위에서 몸을 지켜 주는 보양 음식으로 꼽으면서, 그렇지만 아무리 보양 효과가 뛰어난 음식도 체질에 안 맞거나 소화가 잘 안되면 ‘백약이 무효’라고 지적한다.

서정숙 교수(서울보건전문대·식품영양학과)도 “입맛 때문에 음식을 가려 먹으면 비타민류가 결핍되어 기력이 떨어지기 쉽다. 여름에 체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비결은 하루 세 끼를 때맞춰 맛있게 먹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에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끼니를 거르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라고 말한다.

보양 음식은 수없이 많지만 보양의 원리는 간단하다. 영양가 풍부한 음식을 ‘맛있게’먹는 것이다. 남들이 먹으니까 나도 한 번 먹어보는 식이라면 효과가 제대로 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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