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랄 게 뭐 있어…눈만 뜨면 하던 일인데”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1996.09.1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도관
(83·왼쪽)·정한문(80) 씨는 짚세공에 일가견이 있다. 서울 강서구청이 주최한 강서구민축제 행사의 하나로 9월1일 우장산축구장에서 열린 짚신·멍석 삼기 대회에서 각각 짚신과 멍석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특히 박씨는 재작년·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우승해 강서구 최고의 짚신 삼기 기술을 자랑했다.

옛날 신분과 상관없이 평상화로 즐겨 신던 짚신은 원래 농가에서 농한기 때 머슴들이 몇십 켤레씩 만들어 식구들의 수요를 충당하고, 남는 것은 장날 시장에 내다 팔아 용돈으로 쓰기도 했다. 따라서 짚신 삼기 기술이 일부 농가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고, 완성된 짚신은 관광품이나 기념품으로 팔린다. 그런데 박씨의 고향은 의외로 시골이 아니라 서울 성동구이다. 성동구는 1930년까지만 해도 벼농사를 위주로 하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다고 한다. 논에서 반 평생을 지낸 박씨의 솜씨는 아직도 녹슬지 않았다. 박씨는 “짚신 삼은 지가 30년이 넘었지만 워낙 지겹도록 삼았기 때문에 아직도 짚만 잡으면 옛날 솜씨가 나오지. 당시에는 신고 다닐 수 있는 것이 짚신밖에 없었잖아”라고 말했다.

또 만장일치로 멍석 짜기 1등에 뽑힌 정씨는 고향이 경기도 파주다. 역시 농가에서 태어나 논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에 그의 짚세공 기술은 남다르다. 정씨는 “옛날엔 곡식을 담을 수 있는 것이 가마니밖에 없었잖아. 골방에 앉아 가마니 많이 짰지. 지금도 깔자리 정도는 한 시간도 안 걸려 짤 수 있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