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님이 반한 황칠나무의 신비
  • 羅權一 광주 주재기자 ()
  • 승인 1999.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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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黃漆)은 백제 때부터 조선말까지 호남 지역에서 많이 사용되어 온 도료(塗料)이다. 상록 활엽수인 황칠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은 처음에는 우유 빛깔을 띠지만, 2시간 정도 햇빛을 쬐면 황금빛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신경통과 혈액 순환 장애에 효험이 있는 신비한 물질로 알려져 있고, 한 번 칠하면 수백 년이 지나도 변색되지 않는다.

전남 함평의 태고종 사찰인 유모사 주지 노상빈 스님(법명 空樂·77)은 황칠 연구에 20여 년을 바쳤다. 황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는 데는 보통 15∼30년이 걸린다. 그나마 한 그루에서 겨우 한 컵이 나온다.

명맥이 끊긴 황칠을 되살리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 지금도 절 땅 9천평에 황칠나무를 재배하고 있는 노스님은, 올해 시험 삼아 만든 황칠 부채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자 ‘황칠선’ 특허 등록을 마치고 황칠 보급에 적극 나섰다.

노스님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황칠 알리기 사업의 백미는 ‘황칠 삼존불‘ 제작. ‘벼락을 세 번 맞고도 죽지 않아 영목(靈木) 대접을 받았던’ 1천 8백년 된 은행나무를 어렵게 구해 보관해온 노스님은, 올해 말까지 그 나무를 깎아 황칠 삼존불을 제작해 안치하고, 대웅전 역시 황칠로 곱게 단청할 계획이다. 황칠을 주제로 불사를 일으켜 유모사를 우리 나라 유일의 ‘황금 사원’으로 만들 구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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