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샤인’에겐 뭔가 특별한 게 많다
  • 인도네시아 발리·成耆英 기자 ()
  • 승인 1999.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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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대구 출신인 김선지씨(30)가 결혼도 마다하고 인도네시아의 동쪽 끄트머리 발리 섬에 눌러 살게 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 그는 누사두아 해변에 위치한 세계적 휴양지 클럽 메드(Club Med)의 빌리지에서 24시간을 보낸다. 누가 보더라도 호사스런 생활.

객실 4백50개에 골프장과 각종 수상 스포츠 시설이 들어찬, 이 엄청나게 큰 빌리지에 상주하는 한국인은 단 두 사람.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휴양객들이 문명의 찌꺼기를 청소하고 돌아가는 이곳에서, 김선지씨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한국 소식은 물론이고 외부 문명과 일절 차단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고립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햇살 같은 웃음을 입에 달고 다녀서일까. 사람들은 그를 ‘선샤인’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그가 여기서 하는 일은 이 곳에 휴양을 즐기러 오는 한국인들을 안내하는 일.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그가 한국인뿐만 아니라 이 곳을 찾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에게 햇살이 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의 진가는 밤에 드러난다. 대극장에서 저녁마다 벌어지는 대형 쇼 무대에서 ‘선샤인’은 화려한 율동과 노래 솜씨로 세계의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낮에는 깊이 팬 비키니를 입고 수영장 주변에서 스포츠 행사를 진행하다가, 저녁이면 갖가지 드레스를 바꿔 입고 전혀 다른 사람처럼 무대에 선다.

클럽 메드에서는 빌리지 상주 직원을 지오(GO;Gentle Organizer)라고 부른다. 이들 지오는 낮에는 각자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가수·탤런트·코메디언으로 변신해 다양한 쇼를 선보인다.

말하자면 일과가 끝난 뒤 ‘초과 근무’를 하는 셈인데, 이들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매달 5백 달러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불평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다.

“저녁에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춤추는 일이 초과 근무라고 생각하면 이 일을 할 수가 없다. 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숙소에서 쉬는 것보다도 훨씬 신나는 일이다.”

선샤인은 대단한 ‘끼’의 소유자이다. 영어와 일어를 능숙하게 하는 그는 프랑스어를 완전히 익혀 클럽 메드 빌리지의 총지배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에 퍼져 있는 클럽 메드 빌리지의 총지배인 1백18명 중 여성은 단 두 사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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