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위에서 손잡은 한국과 일본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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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케의 사령탑 안효주 차장(40)은 퓨전 요리의 달인으로 불린다. 한식 요리의 간판 격인 불갈비 소스를 참치구이에 곁들이거나 칼칼한 육회 양념으로 광어를 버무려 일본인 미식가조차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한식과 일식을 접목한 퓨전 요리가 그의 주특기.

“양념 맛을 으뜸으로 꼽는 한식과 재료 본래의 맛을 충실하게 살리는 일식을 섞기란 쉽지 않다. 양념을 조금만 넘치게 쓰면 원재료의 맛이 살아나지 않고, 양념을 아끼면 양념 맛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양념과 원재료를 ‘황금 비율’로 배합한 그의 퓨전 요리를 맛본 사람은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하나같이 “바로 이 맛이야!”라고 외친다. 최근에 그가 새로 개발한 요리는 신령버섯·동충하초·녹용 소스 등을 이용한 한방 코스 요리이다. 식초 대신 오미자를 써서 노폐물 분비를 돕고, 상어 지느러미와 신령버섯을 이용한 불로죽으로 ‘불로장생’을 꿈꾸게 하는 건강식이다. 안차장은 이 요리야말로 ‘맛이 있는 보약’이라고 자신한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복싱 챔피언 꿈을 안고 상경한 그는 일식집 잡부로 취직한 것이 인연이 되어 요리사가 되었다. 전국학생권투선수권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머쥔 예비 챔프였지만, ‘쓱쓱 삭삭’ 춤추듯 칼끝으로 맛과 예술을 피워내는 일식 요리에 반해 인생 진로를 바꾸었다.

그 이후 초밥의 밥알 갯수를 세지 않고도 맞추는 ‘초밥 왕’, 신라호텔 조리팀 최연소 과장 승진 기록을 만들어 냈다. 1998년에는 우리나라에서 통틀어 4명에게만 인정한 일식 조리기능장까지 따내 이 나라 최고의 요리사가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서울보건전문대 전통조리과에 입학해 아들 같은 후배들과 새로운 요리 세계를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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