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제대로 고르는 법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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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제대로 고르는 ‘7대 비결’/CA 마크 제품 ‘믿음직’
안타깝게도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미세 먼지 이야기이다. 최근 환경부가 펴낸 <2003년 환경 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먼지 공화국’이나 다름없다.

서울과 부산·대구는 특히 심각했다. 서울은 ㎥당 미세 먼지 오염도가 76㎍(마이크로그램, 1천분의 1㎎)으로, 2001년 연평균 71㎍보다 5㎍이나 늘었다. 부산도 60㎍에서 69㎍으로, 대구는 67㎍에서 71㎍으로 더 악화했다. 서울보다 더 번화하다는 파리(24㎍) 뉴욕(28㎍) 도쿄(40㎍)보다 거의 두세 배나 나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세 먼지가 많아지면 천식·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이 악화하고, 진폐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실내 공기도 마찬가지이다. 조영일 교수(연세대·화학공학)에 따르면, 우리가 현재 앉아 있는 회사나 아파트의 건자재 대부분은 여러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비닐 바닥재·벽지·단열재·소음재·타일·페인트·접착제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나온다. 가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콘크리트·벽돌·대리석 등에서는 라돈까지 방출된다.

사람의 활동이 먼지를 비롯한 오염 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카펫이나 커튼에는 곰팡이·세균·진드기 따위가 득시글거린다. 심지어 매니큐어를 지우는 아세톤을 비롯한 화장품과 세제에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 같은 독성 물질이 나온다. 조영일 교수는 인공 감미료나 농약 노출 식품, 핵 방사능보다 실내 공기 오염이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문화일보> 7월26일).

현재로서는 이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하는 가정이 있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다. 그들은 안방이나 거실을 지키는 공기청정기가 ‘보이지 않는 살인마’를 몰아내 주기를 바란다.그러나 주인의 바람만큼 살인마를 혼내는 공기청정기는 그리 흔치 않다. 또, 있다고 해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가정용 공기청정기가 수십 종이나 나와 있는 탓이다. 비염 때문에 얼마 전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았다는 이금희씨(44·서울)는 “인터넷과 여러 자료를 뒤적여보았는데도 좋은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믿음직한 공기청정기를 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어떤 방식의 공기청정기를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공기청정기는 필터 유형에 따라 크게 전기집진식과 필터식으로 구분된다(필터식은 또다시 HEPA 필터를 채용한 제품과 워터 필터를 사용하는 제품으로 나뉜다).

전기 집진 방식은 유입된 오염 물질을 수천 볼트의 전기로 이온화해 필터링하는 방식이다. HEPA 필터와 달리 간단한 물 세척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청소를 제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집진기에 있는 먼지가 배출되어 공기가 오염될 수도 있다.

HEPA 필터는 반도체 크린룸에서 사용되는 특수 섬유 필터로, 흡착력이 뛰어나 미세 먼지까지 걸러준다. 그러나 3∼6개월에 한번씩 새 필터로 교체해야 한다. 문제는 필터 가격이 8만∼15만 원으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워터 필터는 물의 흡착력을 이용해 먼지를 제거하는데, 물에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어떤 방식의 공기청정기를 살 것인지 정했다면 그 다음에는 쓰고자 하는 곳의 면적과 공기청정기의 용량을 맞춘다. 이때 주의할 점은 공기청정기에 표시된 최대 사용 면적을 그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가령 40평이라고 표기되어 있어도 그 면적을 방어하는 공기청정기는 거의 없다. 40평이면 15∼20평 정도 방어한다고 보면 된다.

부가 기능과 소음도 따져본다. 대부분의 공기청정기에는 음이온 기능과 가습기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기능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음이온 기능은 오존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가습기 기능은 세균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소음 기능은 가능하면 취침 모드가 있는 것을 고른다.

풍량도 꼼꼼히 확인해본다. 풍량은 정화한 공기가 공기청정기에서 빠져나가는 세기를 말하는데, 보통 0.8∼2/min, 12/min 등으로 표기한다. 이는 1분당 정화한 공기를 최대 얼마 만큼의 면적에 공급할 수 있느냐를 뜻한다. 간혹 풍량이 세야 좋다고 믿고 수치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먼지 제거 효율은 낮은데 풍량이 지나치게 세면 오히려 정화하지 않은 공기가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기청정협회는 아래 일곱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면 좀더 효율성 높은 제품을 집안에 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오존 발생량이 0.05ppm 이하인가 △먼지를 제거하는 집진부가 있는가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가 △소음이 적은가 △청소를 쉽게 할 수 있는 구조인가 △필요한 공간에 알맞은 용량인가 △가격은 적당한가.

공기청정기 전문가 오명도 교수(서울시립대·기계정보공학)는 한국공기청정협회가 부여하는 CA 품질인증 마크(CA 마크)를 받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말한다. “일반인이 설명서와 겉모양만 보고 좋은 제품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CA 마크가 있는 제품을 고르면 다르다.” CA 마크 제품은 소음·탈취·집진·오존 발생 등 수십 가지 시험을 통과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능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과는 효능이나 수명에서 큰 차이가 난다. 2003년 7월 말 현재 CA 마크를 따낸 제품은 16개뿐이다(왼쪽 아래 표 참조).

최근에는 ‘첨단’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AC-120A·AC-121B·AC-100B는 공기 정화 방식부터 다르다. 기존 제품이 4∼8 단계를 거쳐 공기를 정화하는 데 반해, 이들 제품은 열두 번 공기를 정화하는 ‘12단계 청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은 반영구적인 전기집진식과 미세 먼지를 제거하는 HEPA 필터를 혼합한 방식으로, HEPA 필터의 수명을 5∼8년으로 늘려 사용료가 다른 제품에 비해 적게 든다.

또한 이들 제품은 나노 은(銀) 필터를 사용해 세균과 곰팡이를 99.9% 살균한다. 실내에 떠다니는 냄새와 먼지를 감지해 그 정도를 보여주는 센서 기능도 눈에 띈다. 광촉매 필터도 마찬가지이다. 이 필터는 냄새를 98% 제거하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소음도 대폭 줄였다. 20데시벨의 저소음을 구현해 독서실 수준인 16.5데시벨 가까이로 끌어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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