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처럼 즐거운, 취미가 일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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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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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게 이런 감투를 쓰게 돼서, 원…” 서울여성영화제 이병희 사무국장(36)은 자신의 직함이 영 낯설다. 부천국제영화제에 두 차례나 스태프로 참여해 영화제가 낯설지는 않지만, 돈과 사람을 조직해 운용하는 사무국 업무는 처음이라서다.

이씨는 낯가림이 심한 데다 조직과는 거리가 한참 먼, 자유로운 생활을 즐겨왔다. 이씨의 전공은 무려 세 가지이다.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어과에 편입해 두 번째 졸업장을 땄고, 그 뒤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돌아보면 대학 1학년 때 관람한 영화 <양철북> 때문이다. 그 때 독일어에 매혹되었고, 영화에 눈을 떴다. 소년 오스카에게 깊은 인상을 받아서일까, 아직까지 철이 들지 않는다”라며 그는 웃었다.

이씨가 이 일을 맡은 계기도 이른바 학맥이나 조직과는 거리가 멀다. 학창 시절 한 극장의 라이브러리 회원으로 얼굴을 익혔던 이가 그의 성향을 알고 끌어들인 것이다. 그는 “여성들끼리 일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서로 만져주는 분위기랄까. 하지만 앞으로 뭘 해야겠다, 이런 계획은 여전히 없다”라고 말했다. ‘취미가 일이 되고, 그 일이 놀이처럼 즐거운’ 행운을 만끽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

노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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