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컴퓨터와 범죄 현상> 저자 최영호 검사
  • 金相顯 기자 ()
  • 승인 1995.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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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범죄 현상> 펴낸 검사 최영호씨…“첨단 범죄 방지책 시급”
현직 검사가 컴퓨터 범죄에 관한 이론서를 냈다. 컴퓨터 범죄의 양상과 관련 법률, 대처 방안 등을 종합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컴퓨터와 범죄 현상>(컴퓨터출판)이라는 전문서다. 4×6배판에다 6백 쪽이 넘는 두툼한 컴퓨터 전문서와, 그 책의 저자가 현직 검사라는 사실 간에는 얼핏 별 연관성이 엿보이지 않는다. 저자인 최영호씨(44·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의 약력을 들여다보아도 컴퓨터 범죄에 관련된 책을 쓸 만한 배경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이 80년대 초라는 사실이나, “지난 10여 년간 모아온 컴퓨터 범죄 관련 자료가 너무 많아 일단 정리해볼 필요성을 느꼈다”는 말은 그러한 의혹을 해소해줄 만한 단서를 제공한다. 컴퓨터 통신계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엠팔 BBS’가 그에게는 컴퓨터 학교였다. 박순백 탁연상 묵현상 유경희 씨 등 80년대 초 엠팔 BBS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현재 국내 컴퓨터·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중추 노릇을 하고 있다.

인터네트로 해킹 전수 받아

컴퓨터의 매력은 그를 PC에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검사로서 격무를 마친 뒤에도 그는 대학의 야간 강의를 수강하거나 컴퓨터 학원에 나가 C 언어, 유닉스 체제 등을 배웠다. 인터네트가 연구 용도로밖에 알려져 있지 않던 80년대 후반에는 지방에서 장거리 전화로 서버에 접속하느라 월급의 30%를 전화 요금으로 낸 적도 적지 않았다.

검찰정보화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될만큼 컴퓨터 전문가가 된 지금도 그는 486DX/2 컴퓨터 2대를 연결해 다양한 해킹 기법을 직접 실험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해킹 기법이나 그에 대한 대응법은 인터네트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해커나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로부터 ‘전수’받은 것들이다.


<컴퓨터와 범죄 현상>에는 그처럼 다양한 시행 착오와 생생한 경험, 10여년 동안 법조계에서 닦은 경륜이 잘 녹아 있다.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컴퓨터 범죄 사례들은 추리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컴퓨터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률이 15가지나 된다는 데 놀란다. 그리고 그 15개 ‘관련’ 법률 가운데 정작 컴퓨터 범죄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 법률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다시 놀라게 된다.

한국이 정보화 사회로 가고 있다는 사실에 이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농·어민에게도 컴퓨터를 가르칠 정도로 보편화했으며,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든 인터네트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내년부터는 외국의 정보 산업까지 물밀듯이 들이닥칠 것이다. “통신망이 개인에게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제는 세계 모든 나라를 잠재적 적성국으로 여기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컴퓨터 범죄의 위험성이 높아졌지만 국내의 대처는 너무나 더디고 미흡하다”고 그는 걱정한다. <컴퓨터와 범죄 현상> 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최씨 나름의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범죄를 직접 제재할 수 있는 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하고, 관계·학계·산업계가 컴퓨터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할적 연구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최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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