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만 터지면 ‘장땡’인가
  • 서명숙 (sms@sisapress.com)
  • 승인 2002.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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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은 매료되었음직한 판타지의 세계다.
그것은 판타지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가끔은 현실이 되기도 한다.
동서고금의 역사는 그 사례를 간간이 전하고, 성공담의 주인공이 되려는
이들은 끝없이 출현한다.



요즈음 온나라가 난데없는 보물섬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지난해 이용호
게이트 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다가 시나브로 사라졌던 이야기가 특검팀의
재수사 과정에서 더 크게 불거진 것이다.


<시사저널>은 이미 지난해 11월1일자(제627호)에 ‘진도 앞바다에
보물은 없다’는 커버 스토리 기사를 내보냈다. 이용호씨가 구속된 뒤에도
삼애인더스측이 계속 보물 발굴 가능성을 흘리면서 주가가 1주일 내내
상종가를 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편집국에는 소액
투자자들의 문의와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사놓은
주식은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보물 발굴과 관련된 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국가적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18쪽 커버 스토리 기사 참조). 그 신념이 너무나 확고한
나머지 그들은 국정원이나 해군을 동원한 대목에 대해서도 당당하기
이를 데 없다. 하기야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거들고 나섰으니
한때나마 ‘비공식 국가 사업’으로 공인되기는 했던 셈이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한 나라의 권력 실세와 국가기관이 총출동해
보물 찾기에 나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또 보물을 찾아 벼락부자가
된 나라 이야기도 접하지 못했다.


더욱 엽기적인 대목은 청와대 수석과 대통령 친인척조차 여기에 적극
동조했다는 점이다. 돈만 된다면 어떤 일에나 개입해도 되고,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된다는 생각이 IMF를 불러들였다. 그런데 정작 IMF 시절을
거치면서 그런 사고방식은 대박만 터지면 장땡이라는 쪽으로 더 심화·발전한
게 아닌가 싶다. 참 입맛이 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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