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통일교 장학생 아니야"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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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명 '국회 강연' 참여한 의원들 '무죄' 주장…
개신교 "응징하리라"


한여름 정가에 난데없이 '통일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통일교를 세운 문선명 세계평화연합·세계초종교국가연합 총재는 지난 7월13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하나님의 조국 광복'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사진). 여야 의원을 비롯해 5백여 명이 참석한 이번 강연은 특정 종교 지도자가 국회에서 강연했다는 점 때문에 이례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7월18일 개신교 최대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공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기총은 "국회 안으로 특정 종교 교주를 끌어들여 홍보 행사를 가진 것은 경악할 일이며, 이단의 도움을 받거나 비호하는 정치인은 기독교계는 물론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기총 김 청 홍보국장은 "이번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 27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들과 통일교의 관련성을 면밀히 조사한 뒤 그 결과를 공표하겠다"라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도 있겠지만, 이 기회에 말로만 떠돌던 이른바 정치권의 '통일교 장학생'을 색출하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 날 행사에 직·간접으로 연루되어 '명단'에 오른 여야 의원들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문총재에게 국회 대강당을 자기 이름으로 빌려준 한나라당 김호일 의원은 "대학 동창인 〈세계일보〉 간부가 장소를 빌리도록 주선해 달라고 해서 도왔을 뿐 통일교와는 무관하다"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 강연을 들은 것으로 알려진 정형근·강신성일·허운나 의원과 의원회관 커피숍에서 문총재와 환담한 것으로 알려진 이만섭 국회의장, 민주당 정동영·김근태 최고위원, 한나라당 최병렬 부총재도 한결같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 날 행사에는 지난 5월 문총재가 주재해 열린 통일교 합동 결혼식에서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잠비아의 밀링고 대주교도 참석했다. 그런데 최근 로마 교황청은 밀링고 대주교가 8월20일까지 부인과 헤어지지 않을 경우 파문하겠다고 선언했다.


나라 안팎에서 문총재를 가까이한 사람들을 단죄하겠다고 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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