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리베로' 임무 개시?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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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 방북 '구설'…
"제2의 박지원이냐" 추측 무성


사진설명 ⓒ시사저널 양한모 그림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김대중 대통령의 용인술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3월10일부터 4박5일간 북한을 방문한 김장관은 그 목적이 문화·관광·체육 교류 같은 비정치적 사안을 협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오는 4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남북 단일팀 참가, 2002년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 게임 남북 분산 개최, 남북 연계 관광사업 추진 등이 주요 의제라는 설명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 등 정치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밀사가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문화부 관할 업무 외에는 논의하지 않을 것이며, DJ의 친서도 휴대하지 않았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중에는 이를 곧이 믿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우선 시기와 상황의 미묘함 때문이다.

지난 3월8일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문제를 놓고 이견이 노출된 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남북 당국간 논의가 본격화할 시점에 김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특수 임무를 띠고 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금강산 관광 사업을 놓고 북한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현대를 지원하기 위해 김장관이 해결사로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세간의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은 바로 '박지원 전례'다.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 시절, 김대통령이 대북 업무와 아무 관련이 없는 박장관을 대북 밀사로 활용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같은 경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김장관을 '리베로'로 활용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은 김장관 임명 때 이미 제기되었다(<시사저널> 제571호 참조). 취임 이후 최측근 몇 사람에게만 집중적으로 여러 업무를 맡기는 김대통령의 독특한 용인술 때문이었다.

이래저래 제2의 박지원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김장관은 한나라당의 공격까지 감수해야 할 모양이다. '박지원 융탄 폭격'을 펼쳤던 한나라당은 이제 화살을 김장관 쪽으로 돌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장관이 밀사 역할을 띠고 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비밀주의·밀실주의 대북 행보의 위험성을 엄중 경고한다"라며 DJ와 김장관을 맹공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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