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켰더니, 아니나 다를까 새카맸습니다. 5백여 통의 메일 가운데, 필요한 것은 다섯 통을 넘지 않았습니다. 오전 9시가 갓 넘었을까요, 편집국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었습니다. 편집국 기자 대부분이 ‘04년 한해 근무 지침’을 받았던 것입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포르노 메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매일 아침, 모니터 앞에서 난감해지곤 합니다.
인터넷 사용자 천만 명 시대. IT 강국 국민 4명 중 한 사람이 매일 아침, 혹은 1주일에 한두 번씩 난감한 메일을 지우는 데 시간을 허비합니다. 새로운 사회적 비용입니다. 유엔국제무역개발기구(UNCTAD)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발생한 스팸 메일 피해액은 무려 24조6천억원에 달합니다.
한국의 경제 활동 인구 100%가 갖고 있다는 휴대전화도 예외가 아닙니다. 각종 홍보성 전화가 걸려오고, 난데없는 문자 메시지가 수시로 뜹니다. 온라인에서 자행되는 이 ‘무단 주거 침입’ 혹은 ‘쓰레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프라인에서 과정과 절차가 존중되지 않는 한, 인간에 대한 예의가 갖추어지지 않는 한 스팸 메일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매일 아침, 모니터에서 쓰레기를 치우며 중얼거립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점심(무료 인터넷) 얻어먹고 난 뒤 설거지하는 셈치자,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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