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이 보신탕 없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거라
  • 차형석 기자 ()
  • 승인 200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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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이가 복날을 넘기지 못하고, 보신탕으로 산화해 갔다는 소식은 네티즌들에게는 ‘경천동지’할 뉴스였다. 엠파스에 따르면, 지난주 ‘개벽이’ 검색어 순위는 정확하게 1백8만7천1백4등이나 급상승했다.

개벽이는 네티즌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강아지였다. 담벼락에 뚱하니 고개를 내민 개벽이 사진은 디카족(디지털 카메라족) 확산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네티즌의 인기를 끌었다. 개벽이가 보신탕이 되었다는 소식은 개벽이의 주인이 한 사이트에 소식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공익근무를 하느라 집을 비워 복날 친척 어른을 막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6월15일 열린 개벽이 추모 사이트(kebyuk.mxe.net)에는 추모 글이 2천5백여 개 올라왔다. 개 한 마리 죽었다고 무슨 추모냐고 할지 모르지만, 네티즌의 추모 열기는 진지하다. ‘참여정부는 복날을 없애라’ ‘개벽이를 추모하는 촛불 시위를 열자’ 등 다소 오버하는 글도 올라 있다.

인터넷 주소 창에 ‘맞습니다 맞고요’나 ‘맞습니다’ ‘맞고요’를 쳐 넣으면 어느 홈페이지로 연결될까?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로 연결된다. 지난 6월18일 경기도 남양주에사는 이태용씨(34)가 ‘맞습니다 맞고요’ 등을 청와대 홈페이지 한글 도메인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국민이 아직도 거리감을 느끼는 청와대에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한글 도메인을 등록했다”라고 말했다.

대북 송금 특검 수사가 한국 사회에 끼친 문화적 영향을 꼽자면, 국민의 시심(詩心)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구속되면서 자신의 심경을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는 시구를 인용해 표현하면서 이 시가 일간지 정치면에 실리기도 했다. 1946년 청록파 시인 조지훈이 발표한 <낙화>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일제 말기 조지훈 시인이 일본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강원도에 피신했을 때 지은 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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