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상인 · 의주 상인 어떤 관계였을까
  • 김은남 기자 (ken@e-sisa.co.kr)
  • 승인 2001.11.1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 시대 상인이라면 사람들은 으레 개성 상인(松商)을 떠올린다. 그러나 〈상도〉가 인기를 끌면서 새삼 의주 상인(灣商)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상옥이 의주 상인의 우두머리 격이었던 까닭이다.




개성 상인 박주명(오른쪽 · 이순재 분)은 '상도'를 실천하는 임상옥과 달리 '상술'에 집착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드라마 〈상도〉에는 임상옥을 사사건건 훼방하는 개성 상인 박주명이 등장한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이다. 그를 연기한 이순재씨에 따르면, 박주명과 임상옥은 각각 '상술(商術)'과 '상도(商道)'로서 대립한다.


그렇다면 개성 상인과 의주 상인은 실제로 적대 관계였을까. 초창기에는 오히려 협력 관계였다는 것이 이헌창 교수(고려대·경제학)의 설명이다.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청나라를 상대로 한 무역을 주도한 것은 사신단을 수행하는 통역관 및 이들과 결탁한 서울 상인(京商)이었다. 개성 상인과 의주 상인은 이에 맞서 밀무역 등으로 시장 진입을 꾀했다.


의주 상인이 행동대원이라면 개성 상인은 작전 참모였다. 국경에 인접해 사는 의주 상인은 직접 중국을 드나들며 무역을 했다. 이들 중에는 정보에 빠르고 중국어에 능한 사람이 많았다(임상옥도 중국어에 능통했다고 한다). 개성 상인은 송방(松房)이라는 전국적 지점망을 통해 물품을 조달하고 유통시켰다.


18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무역의 주도권은 빠르게 개성 상인과 의주 상인에게로 넘어갔다. 이들이 내는 세금이 국가 재정 수입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정부 또한 이들에게 인삼 무역 독점권을 주는 등 특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임상옥은 1810년 독점권을 부여받은 의주 상인 6명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임상옥 사후 의주 상인의 세력은 급속히 위축되어 개성 상인에게 흡수되다시피 했다.


드라마 〈상도〉는 당시 조선 상권을 좌지우지했던 경상·송상·만상의 치열한 3파전에서 임상옥이 어떻게 자기 세력을 구축해 가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낼 계획이다. '제대로 만든 경제 드라마'를 표방한 작품답게 '막걸리 한 사발 3푼=현재 돈 1천2백원'처럼 당시 물가를 시시콜콜 자막으로 표시해 주는 것도 재미있다.베갯머리 송사 한마디면 동기간의 화목도, 돈독했던 우정도 여지없이 깨진다고들 한다. 남편은 군림하지만 아내는 그런 남편을 조종하고, 때로는 통치한다. 우리네 장삼이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통령 부부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대통령이면 부인도 대통령이다. 이른바 퍼스트레이디는 제도에 의해 보장된 자리가 아니면서 어떤 국가기관 못지 않은 권력의 근원이다. 대통령 부인의 베갯머리 송사는, 그런 점에서 국가 차원의 정치 행위가 된다.





<숨은 권력자, 퍼스트레이디>(케이티 마튼 지음, 이창식 옮김, 이마고 펴냄)는 20세기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12명이 그녀들의 남편과 미국 정치, 나아가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기록한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도취와 고독의 직업’일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가장 내밀한 러닝 메이트로서 퍼스트레이디가 남편과 맺은 파트너십의 다양한 사례들을 이 책은 보여준다.


윌슨의 부인 이시아는 정식으로 결혼하기 전부터 연애 편지를 통해 국정에 관여했을 뿐 아니라 윌슨의 건강이 악화한 이후에는 아예 남편을 제치고 사실상 수렴청정을 했다. 루스벨트와 부인 엘리너는 부부라기보다는 정치적 동반자에 가까웠다. 힐러리가 클린턴에게 그랬던 것처럼, 엘리너는 루스벨트의 끝없는 바람기를 용서하는 대가로 남편과 권력을 공유했다.


재클린 케네디는 백악관이라는 무대의 뛰어난 배우였다. 정치에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 순방 당시 케네디가 프랑스 기자들에게 자신을 ‘재클린 케네디의 파리 여행에 동행했던 남자’라고 우스개 삼아 소개할 만큼, 그녀는 특유의 사교술을 유감 없이 발휘한 분위기 메이커였다. 닉슨의 부인 팻은 정치에만 몰두한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되고 무시당한 비운의 퍼스트레이디였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도 닉슨은 사임 직전까지 아내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역자의 말대로, 후보들 가운데 표 줄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면 후보들의 부인을 보고 찍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지 싶다. 그녀가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