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MBC 드라마, 날개는 있는가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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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드라마 시청률 ‘바닥’ 헤매…전문가들 “일시적 슬럼프”
‘드라마 왕국’ MBC에 해가 지고 있다. 월화 드라마, 수목 드라마, 주말 드라마, 일일 드라마, 아침 드라마 등 드라마 주요 부문에서 MBC는 KBS와 SBS에 시청률이 한참 뒤지고 있다. <허준> <상도> <다모> <대장금> 등 새로운 사극과 <네 멋대로 해라> <옥탑방 고양이> <나는 달린다> <앞집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 등 숱한 문제작을 내놓았던 MBC의 자존심은 사라졌다.

드라마 왕국 MBC가 무너지는 데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6월과 7월, 한 달 터울로 MBC는 주요 드라마를 새로 올렸다. 그런데 올리는 족족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모든 종목에서 타이틀을 내주었다. 그동안 시청률이 높지 않은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참신한 시도라고 평가받았지만 이번에는 이것마저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뼈아픈 것은 특별 기획으로 제작한 대하 드라마 <영웅시대>의 완패였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을 다룬 첫 회 시청률이 20%대(TNS 미디어리서치 기준)에 육박하면서 <영웅시대>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아역이 등장하는 부분부터 구성이 느슨해지고 연출력이 난조를 보인 데다 시대에 뒤떨어진 신파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시청률은 10% 초반까지 급전직하했다.

<영웅시대>의 우군이 되어 주리라고 기대했던 남성 시청자들은 SBS <장길산>에 채널을 고정시켰고, 젊은 시청자들은 신세대 취향의 납량물인 KBS <구미호 외전>에 열광했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경제 영웅들이 역사 영웅과 처녀 귀신에게 발목이 잡힌 것이다.

MBC 드라마의 패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수목 드라마이다. 최근 들어 MBC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양상은 바로 실험 정신의 퇴조인데, <황태자의 첫사랑>이 바로 그 증거이다. 재벌 2세와 이복형제 간의 사랑다툼, 해외 촬영과 과다한 노출 등 전형적인 신데렐라 드라마인 <황태자의 첫사랑>은 구태의연한 스토리 진행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몸짱 연예인 이제니와 진재영의 노출 경쟁이 위험 수위를 가까스로 넘기고 아이돌 스타 출신 성유리가 예쁜 얼굴을 내밀지만 <황태자의 첫사랑> 시청률은 16.0%(7월22일)로 시청률이 29.1%에 달한 KBS <풀하우스>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같은 재벌 이야기라도 세련된 표현으로 시청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던 SBS <발리에서 생긴 일>이나 <파리의 연인>의 성공과 대비된다.

“옛 영광에 사로잡혀 안일하게 만든다”

<인어 아가씨> 신화의 주인공 임성한 작가가 대본을 쓴 <왕꽃 선녀님> 시청률도 10% 초반으로 바닥을 치고 있다. 시청률이 20%대를 기록하고 있는 KBS <금쪽 같은 내 새끼>에 한참 뒤진 <왕꽃 선녀님>은 의 동반 몰락까지 초래하고 있다.

<인어 아가씨>의 또 다른 주역 이주환 PD 역시 주말 드라마를 맡아 고전하고 있다. <사랑을 할 거야>의 시청률은 10% 초반으로, 50%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SBS <파리의 연인>이나 시청률이 30%에 육박하는 KBS <애정의 조건> 같은 경쟁사 주말 드라마에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파리의 연인>이나 <풀하우스> 재방송 시청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침 드라마도 여전히 부진하다. 시청률 20%대에 육박한 SBS <청혼>과 KBS <그대는 별>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MBC <열정>은 10%대 시청률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MBC 드라마의 이런 부진에 대해 한 일선 PD는 “MBC 드라마국의 자만이 심하다. 외주 제작사들이 분투하는 동안 MBC는 옛 영광에만 사로잡혀 무사안일한 태도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MBC 드라마의 이런 부진에 대해서 방송 관계자들 중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대중문화 평론가 변희재씨는 “다른 방송사 드라마들이 ‘신데렐라 멜로’로 전형화하는 동안 MBC 드라마는 탈장르화하며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일시적인 슬럼프일 뿐 MBC 드라마의 몰락이 대세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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