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마이클 잭슨 ‘장기 집권’ 끝나는가
  • 임진모 (팝 칼럼니스트) ()
  • 승인 1995.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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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발표한 음반 첫 싱글 곡 <외침>, 차트 5위에서 내리막길
어린이 성추행 혐의로 2년간을 괴롭게 보내야 했던 슈퍼 스타 마이클 잭슨이 이번에는 노래 부문에서 시련을 맞고 있다. 새 앨범만 냈다 하면 무조건 성립되어온 ‘첫 싱글 곡= 차트 1위’라는 등식이 깨져 버린 것이다.

4년 만에 발표된 그의 신보 <역사(History)>의 첫 싱글 곡 <외침(Scream) >은 빌보드 차트 5위를 정점으로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내리막길로 들어섰다(현재 13위). 이 곡은 발표 첫 주에 당당 차트 5위에 랭크되어, 70년 6위로 첫 진입했던 비틀즈의 <렛 잇 비(Let it be)> 기록을 깨고 차트 사상 ‘가장 높은 순위의 데뷔곡’이라는 신기록을 수립하며 상큼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그 상태에서 한 계단도 상승하지 못한 채 주저앉아 결국 샴페인만 일찍 터뜨린 꼴이 됐다.

이렇게 되자 팝계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시대가 끝났다’는 성급한 진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권불십년의 징크스마저 거부해가며 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장기 집권했지만 ‘세대의 벽’에는 그도 별 수 없다는 것이다.

흔히 한 앨범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첫 싱글이 휘청거리자 앨범 <역사>도 부진에 감염된 상태. 겨우 2주간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했을 뿐 곧바로 하향세를 거듭하고 있다. 83년 히트작 <스릴러(Thriller)>가 1년 동안 정상을 점령했던 사실과 견주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성추행 추문도 판매 부진 한 원인

팝 평론가들은 그러나 이번 앨범의 음악성을 문제삼지는 않는다. <볼티모어 선>은 이 앨범을 ‘잭슨을 비방하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걸작’이라고 평했다. <외침>만 하더라도 신세대 감각에 처지지 않는 보컬 파워를 과시하고 있으나 다만 그 특유의 독창적 선율이 떨어져 대중을 포섭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팝계에서는 이 앨범이 저조한 원인을 다른 데서 찾고 있다. 어린이 성추행 추문으로 인해 실추한 이미지가 소비자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뉴욕 타임스>는 ‘어린이 성추행 사건이 잭슨 신보 판매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클 잭슨도 미리 이 점을 의식해, 강한 메시지를 수록곡 전반에 이입시키면서도 그를 괴롭혀온 어린이 성학대와 관련한 자신의 심경을 앨범에 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에(This time around)>는 자기에게 소송을 제기한 13세 소년의 아버지 이반 챈들러를 공격 하는 내용이며, <타블로이드 중독자(Tabloid Junkie)> <그들은 우리에게 신경쓰지 않아(They don’t care about us)> 등은 그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행태를 비난한 곡들이다. 한 비평가는 “이번 앨범의 밑바닥에는 2년간 그를 질질 끌고 다닌 어린이 성희롱 사건의 악령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잭슨의 부진은 우리로 하여금 이미지가 메시지를 압도하거나 포괄하는 90년대 대중 문화의 변화상을 더듬어 보게 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중 스타의 능력보다 이미지가 중시되는 시대로 얘기된다. 이러한 점은, 잭슨이 아무리 앨범을 잘 만들고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아냈다 하더라도 시련은 예정된 것이었음을 시사한다.

물론 두 번째 싱글로 반전을 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신인들에게 가능한 것이지 잭슨과 같은 스타가 성공할 확률은 낮다. 그가 어떤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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